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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라 Dec 13. 2021

탄수화물 없앤 저녁식사

당 때문에 탄수화물을 줄였는데 살이 빠진다

 어릴 적부터 저체중이어서 먹는 것으로 잔소리를 듣는 일이 많았다. 야채를 먹으면 그래서 살이 안 찐다고, 고기를 먹으면 고기만 먹으면 살이 안 찐다고. 맨날 많이 먹으라는 잔소리에 시달렸다.

 어느 자리엘 가나 내가 얼마나 먹는지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남은 고기는 타의적으로 거의 내 접시 위에 왔다. 밥을 적게 먹으면 그래서 살이 안 찐다고. 밥을 많이 먹으면 왜 살이 안 찌냐고. 그래도 적게 먹는다고 잔소리를 듣는 것이 더 싫어서 처음부터 많이 먹었다.

 내 할당량으로 나온 밥은 다 먹자고 다짐해서 공깃밥 한 공기는 무조건 먹었다. 밥은 반찬에 비해 내가 얼마나 먹었는지를 보여주기 쉬운 것이니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작용했는지도 모르겠다. 중학교 때부터는 고봉밥을 먹었고, 많이 먹어야 하니 빨리 먹게 되었다.

 한 번 바뀐 식습관은 서른이 넘어서도 계속되었다. 그 결과, 나는 당뇨 전 단계인 공복 시 혈당장애이다.

 안 되겠다 싶어서 탄수화물을 줄이기로 결심했다. 탄수화물만 줄이고 단백질과 지방을 늘리면 살은 그대로 유지되겠지 하고.


 1. 야채를 정말 안 먹다가 샐러드 야채를 사다 먹게 되었다.

 나는 소스류를 정말 안 좋아한다. 샐러드에 뿌리는 드레싱은 물론이고 치킨너겟에 찍어먹는 너겟 소스, 머스터드, 케첩 마요네즈 다 싫다. 그래서 허브소금과 후추, 올리브 오일만 뿌려서 샐러드를 해 먹었다. 원래 소금을 좋아하기 때문에 짭짤한 샐러드는 내 취향이었다.

 루꼴라 같은 향이 강한 채소를 넣으면 올리브 오일의 향과 어우러져 부족한 맛을 채울 수 있다. 토마토도 빠지지 않고 넣는 재료 중에 하나이다. 샐러드에서 유일하게 단맛을 내주는데 그 맛이 부족하지 않다.

루꼴라 샐러드와 버섯, 달걀


2. 새우와 달걀, 우유는 냉장고에 떨어트리지 않는다.

 새우는 샐러드에 넣어 먹으면 환상 궁합이다. 이것도 허브소금을 뿌려 올리브 오일에 구워준다. 새우의 단맛과 고소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나는 달걀 반숙을 잘하고 좋아한다. 달걀은 부족한 단백질을 쉽게 채울 수 있도록 해준다.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어서 호밀빵에 얹어 먹는 것도 맛있다. 그리고 우유를 곁들여 먹는다.

샐러드와 달걀, 새우


3. 소고기를 많이 먹는다.

 쉽고 맛있게 섭취할 수 있는 단백질이 소고기만 한 게 있을까? 소고기는 스테이크를 해서 먹는 걸 제일 좋아한다. 그러면 밥이 당기기는 한다. 꾹 참고 샐러드와 먹는다. 소고기를 많이 먹으면 된다.

 스테이크가 질리면 볶아 먹어도 맛있다. 나는 청경채를 넣고 간장 양념을 해줬다. 설탕 대신 올리고당 조금 넣고 후추를 뿌렸다.

베이컨을 넣은 미니양배추볶음과 스테이크 / 스테이크와 청경채볶음

4. 밥 빼고 상추를 싸 먹는다.

 내가 좋아하는 돼지고기는 밥과 함께 먹어야 정말 맛있지만, 그냥 먹어도 맛있긴 하다. 상추에 고기를 두세 점씩 넣고 싸 먹는다. 밥 대신 고기를 더 넣는다. 그래도 밥이 먹고 싶긴 하지만...

삼겹살과 목살

 삼겹살은 밥 없이 먹기엔 좀 기름지다. 그래서 목살에 맛 들렸다. 그래도 삼겹살과 목살을 같이 먹으면 삼겹살에 손이 더 많이 간다.



5. 닭 안심 스테이크

 닭 가슴살은 퍽퍽하다. 안심은 부드럽다. 영양은 비슷할 것이다. 안심이 조금 더 비싸다. 하지만 난 맛없는 건 먹지 않기 때문에 안심을 먹어봤다. 괜찮은 한 끼였다.

 우유에 소금, 후추를 넣고 닭 안심을 재워준다. 허브소금을 뿌려 올리브 오일에 구우면 끝이다. 금방 익고 냄새로 별로 안 난다. 나는 파프리카를 가니쉬로 볶아줬다.

닭 안심 스테이크

 이 이외에도 버섯도 자주 먹고 두부도 간식으로 부쳐먹는다. 연어스테이크는 밥 없이 먹는 생선으로 좋다.

 당이 안 들어간 음식은 다 다이어트 음식 같다. 그래서인지 열흘만에 3킬로가 빠져서 어지러움증이 도졌다. 점심에는 맘껏 먹고 주말에도 피자 시켜먹었는데 평일 저녁 탄수화물을 줄이니까 빠져나가는 살을 막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틀에 한 번은 탄수화물을 같이 먹는 것으로 식단을 바꾸고 지금은 몸무게를 유지 중이다.

 퇴근하고 밥 준비하고 설거지까지 너무 지친다. 사 먹으면 절대로 탄수화물 없는 식사를 할 수 없겠지...

 부디 내 노력의 결과가 내년 건강검진에 반영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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