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acryl on pulp molding
인사동의 어느 건물을 보고 심상을 담은 그림
펄프몰딩 위에 펼쳐둔 이 그림은 확실히 어떤 건물구조를 연상하게 한다.
얼마나 올라가야 할지, 어디로 올라가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그냥 벽이라고 하기엔 그 앞에 그저 멈춰 서서는 안 되는 공간같이 다가온다. 하층부에는 군데군데 '아래아를 가진 하', 하늘천', 어말어미가 없는 글자 등이 잔해같이 쌓여 오래된 이야기임을 알린다.
작품의 밝은 구역과 어두운 구역은 대비되는 느낌을 주는데, 하층부부터 상층부까지 어두운 구역을 힘겹게 오르는 인물들은 제대로 된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우상단의 어두운 블록 안의 인물은 높은 곳에 오름을 자축하듯 두 손을 위로 뻗고 기뻐하는 듯 하지만 모습을 살펴보면 아무 옷도 색도 없는 허무한 검은 형체에 불과한 상태이다.
작품은 어두운 블록의 존재를 구분하는 듯 하나 동시에 밝은 블록으로 불러들인다. 밝아오는 여명으로 초대하고 그 길은 중앙의 교회, 상단의 붉은 십자가를 통해 들어올 수 있을 것이 암시된다. 허무한 오름을 뒤로 구원의 기쁨으로 변화하라고, 주님 안에서 참되고 아름다운 모습을 회복하라고 안내하고 있는 듯하다.
2024년 8월 Bara 미술전 출품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