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자격증 수집 취미를 가진 초등 여교사의 배움 이야기
“무슨 일 하시나요? 생활체육 쪽?”
피구 지도자 연수를 갔을 때 대학생에게 들었던 말이다. 남편과 함께 나타난 나는 연수를 듣는 사람들 중에서 유일하게 나이 든 여자였다. 생각해 보니 우리 남편도 보기 드물게 나이 든 남자였구나. 쌩쌩하고 파릇파릇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헉헉 대며 연수를 겨우 따라가는 아줌마가 그들은 신기했을 것이다.
연수를 진행하는 협회 쪽 분들 중 일부는 내가 그 자리에 왜 왔는지 알고 계셨다. 그분들이 자격증을 따라고 꼬셔서 간 거니까.
'쳇, 대학생들 사이에서 연수 듣는거였으면 뀌띔이라도 해주지.'
'그래도 다행이다. 남편이라도 같이 있어서.'
나는 그 해 에너지 넘치는 5학년 아이들을 맡아 내 에너지도 불태워 쏟았다. 그중 하나가 피구였다. 우리의 어린 시절부터 우리의 아이들에게까지 쭉 이어져 온 제일 하고 싶은 체육 활동 피구. 피구를 체육 수업으로 할 때까지만 해도 크게 문제는 없었다. 다들 아는 그 규칙이었으니까.
문제는 아이들과 쿵작이 맞아 스포츠클럽대회에 도전장을 내밀면서부터 시작되었다. 피구가 이렇게나 복잡하고 어려운 정식 스포츠였다니. 멋도 모르고 도전장을 내민 초등 여교사가 얼마나 고생했을지는 안 봐도 뻔해야 하는데 그 여교사가 좀 이상한 사람이었네.
“피구를 하겠다고? 스포츠클럽대회 처음 나가지 않아? 단체경기는 훈련된 애들이 많아서 쉽지 않을 텐데 괜찮겠어?”
“뭐, 대회 나가서 상 받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 애들이랑 피구 훈련하고 경기하는 게 너무 재밌어!”
아이들과 피구 경기 영상을 보며 같이 공부하고, 체육선생님들을 쫓아다니면서 규칙과 훈련 방법을 배우는 게 너무 재밌었다. 서툴지만 하나씩 하나씩 익혀나갔다. 그렇게 나는 피구 코치이자 감독이 되고 있었다.
해가 쨍쨍 내리쬐던 화창한 초여름의 어느 날, 1학기 지역 스포츠클럽대회에서 우리는 기적을 만들었다. 지역 내에서 막강하다는 팀들을 꺾고 남자부 1위를 우리가 거머쥐었다.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며 기쁨을 만끽했고 자신감에 가득 차 신나게 뒷정리를 했다. 그때 주심을 보셨던 분이 슬그머니 내게 다가오시더니 지도자 연수와 심판 자격 연수를 제안하셨다.
“도대회 출전 축하드려요. 이번 방학에 피구 지도자 및 심판 자격 연수 있는데 들어보시는 게 어떻겠어요? 애들 아직 룰을 제대로 이용할 줄 모르던데 도대회에서 아쉽지 않으려면 선생님이 더 배우셔야겠어요.”
아차, 우리는 운이 좋아 1위를 거머쥔 초보들이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수를 신청하였다. 그렇게 공식협회에 등록된 피구 지도자, 심판이 되었다.
자격까지 땄으니 도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까 했지만 직전까지 치러진 주변 지역 대표팀들과의 경기를 지켜보고 마음을 접었다. 도대회에서 처음 만난 팀과의 경기는 참패였다. 딱 1경기였지만 실력차가 엄청났다. 우리는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다.
아이들도 나도 후회와 자책은 하지 않았다. 어쩌다 써먹지도 않는 심판 자격까지 얻었지만 그 심판 교육 덕분에 도대회에서 규칙을 어겨 점수를 뺏기는 일은 생기지 않았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그 일련의 과정이 즐겁고 짜릿한 기억으로 남아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마음이 뜨겁다. 우리는 공정하게 경기에 임하고 상대편에게 예의를 지키는 건강한 스포츠맨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험 하나를 얻었다. 그리고 나는 어쩌다 보니 피구 심판이다.
지금 찍어놓은 점들은 언젠가 연결되어 선이 되기도 한다.
쓸모없는 배움은 없었다.
<잘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
사진 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