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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학예회인가

학예회 무한 연습에 공연 달인이 된 초등교사의 이야기

by 북장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된다.

크리스마스와 함께 초등학교도 학예회 시즌에 돌입한다.


학예회, 누구의 성장을 위한 학예회인가?

보통은 학예회를 준비하고 무대에 서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성장하고 배울 것이라 생각한다.

그 말은 한편으로는 맞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맞지 않다.

학예회 준비 과정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성장하는 사람도 달라진다.

학예회를 준비하며 가장 마음 졸이는 사람이 학생 본인이면 학생이 배우겠지만 그 주체가 교사인 경우도 여전히 많다.






요즘 학예회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대도시나 규모가 큰 학교들은 반별로 아이들이 준비해서 발표하는 곳이 많다는데 우린 여전하다.

지방의 두메산골, 전교생이 모두 모여도 큰 학교 한 학급의 학생수를 겨우 넘기는 학교.

초등학교의 학예회가 마을의 연말 가장 큰 행사다 보니 대충 준비할 수 없다.



학생수가 적다보니 아이마다 두세 무대는 기본이고 부지런히 연습하고 준비해야 한다.

방과후, 동아리에서 꾸준히 배워왔던 리코더, 합창, 밴드, 연극, 피아노 등을 발표한다.

강사님들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실제 무대 위에 올리기 위한 총괄담당은 교사이다.

음향, 무대 세팅, 의상, 동선 등을 고민하고 준비하다 보면 꼭 공연기획자가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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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년은 소고춤과 영어 동요, 두 개의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어른들이 보면 참 별거 없어 보이는데 이게 뭐라고 준비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지.

2학기 시작하면서부터 준비를 한 두 공연은 저학년의 특성과 맞물려 무한반복 연습이었다.


'박자가 왜 안 맞는거야!'

'얘들아, 박자! 박자! 노래 부를 때 빨라지면 안 돼.'

'오른손 왼손! 엑스자료!'


어렵다, 어려워.

이건 쟤네가 율동을 하는건지 내가 쟤네 앞에서 재롱을 부리는건지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정말 세상 어려운 것이 학예회 무대다.

차라리 내가 올라가서 공연하는 것이 쉽지.






아이들을 연습시키다 보면 그 공연의 달인이 된다.

시범을 보여야 하니 '동작 크게, 노래 크게, 표정 밝게' 아이들 앞에서 하고 하고 또 한다.

평소 하던 모습을 보여주면 참 좋으련만 자연스러운 모습은 허락되지 않는 프로의 세계에서 무한반복 연습은 버릴 수 없다.


그렇게 1N년, 수많은 공연을 무대에 올리며 아이들 대신 공연 마스터가 되고 있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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