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동학대 가해자인가

워킹맘의 단상

by 북장

내 출근길 운전대 옆에는 네비게이션이 아니라 CCTV 화면이 틀어져있다.

조그만 화면 속 꼼지락 거리는 그녀의 모습, 그것이 내 출근길의 유일한 동행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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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교직생활 처음으로 타시군 전보이동을 하게되었다.

10년동안 집 가까운 곳으로 잘 다니다가 이게 무슨 시련인지.

편도로만 한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운전은 걱정이 없었다.

복잡하지 않은 4차선 국도 운전은 오히려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창구가 될 터이니.

다만 아침 한시간동안 혼자 있어야 하는 7살 딸아이가 걱정될 뿐이었다.


이른 아침시간에 도와줄 수 있는 가족, 지인도 없었고 돈을 주고 사람을 구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서약서에 발이 묶여 전보이동 후 휴직을 낼 수도 없었다.


남편은 엄마들 사이의 만능치트키라 불리는 태권도장을 운영한다.

관원생들의 아침 등교를 위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차량 운행을 해줘야 하는 입장이다.

정작 내 자식의 아침은 책임지지 못하고 남의 자식들 아침을 책임져야 하는 부모의 입장은 서글프기만 했다.


어머, 미쳤나봐. 주책맞게 눈물이야.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남편과 함께 찾은 해결방법이 CCTV와 스마트폰이었다.

그렇게 7살 딸아이는 엄마, 아빠가 밖에 나가있는 사이 외로이 잠을 자고 있게 되었다.

어쩌다 출근 전에 잠을 깨면 안아주고 토닥이며 좋아하는 일을 손에 쥐어져야 했다.

아이의 울음소리 또는 "잘 다녀와"라는 포옹과 함께 엄마의 지각은 항상 덤이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주황빛의 어느 가을날이었다.

한시간 내내 아이와 통화를 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을 했다.

교무실에 들어서 내 스마트폰에 켜져있는 CCTV 화면을 보신 한 선생님께서 관심을 보이셨고 사정을 말씀드리게 되었다.


"그거 아동학대 아니야?"


웃으며 가볍게 말씀하신 그 한 마디가 푹 꽂혔다.





나는 정말 아동학대 가해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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