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의 미학

by 북장

드디어 아이의 유치원 방학이 끝났다.

그동안 잘 못 챙겨 먹였다는 죄책감을 덜 수 있는 시기가 온 것이다.


요리를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못하는 엄마는 방학 기간 내내 아이가 좋아한다는 핑계로 인스턴트 음식을 먹였다.

짜장라면, 치킨, 피자, 스팸, 김.

가끔씩 아이의 요청으로 마라탕 집에도 갔다.

아니, 그러고 보니 외식도 자주 한 편이구나.

그런데 아이의 음식 그 어디에서도 채소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늘의 식단표를 찾아보자.

친환경보리밥, 아욱된장국, 사태떡찜, 호박볶음, 김치.

어이쿠, 우리 딸 아주 오랜만에 채소를 먹겠구나.

바람직하고 감사하다.




급식은 영양이 골고루 담긴 제대로 된 한 끼 식사이다.

뿐만 아니라 편식을 하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다.

집에서는 자기 마음대로 골라 먹던 우리 따님, 오늘은 영양 잘 채워 돌아올 것이다.

이 엄마는 너의 변비 걱정도 유치원 개학과 함께 한 짐 던져버린다.


급식이 아직 12년이 남아있다는 점에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보내며.

나도 급식 먹고 싶다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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