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진정한 맛을 찾아

도서관 여행으로 얻은 한 가지

by 북장

아이들과 새로운 도서관을 찾아 여행을 떠났다.

우리 독서모임의 마지막 도서관 여행지는 세종시립도서관이었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도서관마다 다른 분위기와 환경을 느끼게 해 주고 도서관 가는 즐거움을 안겨주기 위해 공주기적의도서관, 웅진도서관, 금학도서관, 국립세종도서관, 학교도서관을 방문했었다.

기적의도서관에서는 게임하는 즐거움을, 웅진도서관에서는 책 보물 찾는 즐거움을, 금학도서관에서는 간식 먹는 즐거움을, 국립세종도서관에서는 산책하는 즐거움을, 학교도서관에서는 이벤트에 참여하는 즐거움을 누렸었다.

아이들은 도서관마다 서로 다른 즐거움으로 기억 속 장소를 떠올렸다.


아이들의 마음속에 도서관을 책으로만 가득 채우고 싶지 않았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책의 정원으로 남았으면 했다.

언제든지 발걸음을 돌려 책그늘 아래서 편하게 쉬고, 즐겁게 뛰어놀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종시립도서관은 새로운 놀이터를 찾은 기분이었다.


어린이작업실 '모야'

모야는 아이들이 상상한 것을 손으로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여러 가지 재료가 있고, 그걸 바꾸는 도구가 있고, 친구들이 있지요.
이곳은 아이들이 독립적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도록 어른이 없는 공간, 아이들만의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 아이에게 결과물을 요구하지 마세요.
* 아이들이 자신을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믿어주세요.
* 아이들 각각의 속도를 존중해 주세요.
* 아이들이 작업의 시작과 끝을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얼마나 멋진 공간과 안내문인가.

'모야'는 일종의 메이커 스페이스로 가까운 곳에 아이들이 상상을 마음껏 표현하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했다.

아이들은 많은 책과 탁 트인 열람 환경보다 또래 친구들이 만든 작품 전시 공간과 갖가지 재료와 도구가 가지런히 정리된 환경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이거 봐봐. 진짜 잘 만들었다."

"나도 놀이터 만들래. 미끄럼틀이랑 시소도 만들고, 그네도 만들어야지."

"이건 뭐야? 병뚜껑인가? 우와, 진짜 병뚜껑이네."


아이들이 작업실에 입장하고 한 시간 반동안 어떻게 하고 있나 궁금증이 불쑥불쑥 튀어 올랐다.

빈백에 앉아 책을 읽다 문득 고개를 들고 작업실을 살펴보니 아이들은 개미처럼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무엇을 만들고 있을까, 어떤 재료를 쓰고 있을까, 무슨 생각과 기분일까.'

모야의 안내문을 떠올리며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보자 마음을 다잡는다.


작업 시간이 모두 흐르고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작품을 위풍당당하게 손 위에 받쳐 들고 나왔다.

주혜는 남자의 얼굴을, 소민이는 수영장을, 현수는 애벌레를 만들었단다.

스티로폼, OHP필름, 골판지, 수수깡, 폼폼이 등을 가지고 한 새로운 도전들이 자랑스러운지 말이 끝나지를 않는다.

"엄마, 나 글루건으로 이거 붙였다. 장갑 끼고 여기랑 여기 다 글루건으로 붙인 거야."

"집에 가서 여기 수영장에서 노는 사람 인형이랑 튜브도 만들 거예요."

"이거 애벌레 뿔을 여기로 옮기면 배발이 돼요. 잘 만들었죠?"

종알종알거리는 아이들의 말에 모야에서의 시간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찾다니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도서관을 찾는 발걸음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공부를 하기 위해, 책을 읽고 빌리기 위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에 모인다.

도서관 여행을 통해 아이들이 얻었으면 했던 한 가지.

그것은 도서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즐거움을 더하는 것이었다.

도서관에서 무엇을 하든 아이들의 마음에 도서관은 즐겁고 행복하다는 감정을 심어주고 싶었다.


이 씨앗이 언젠가 크게 자라 언제든지 책들의 정원에서 편히 쉴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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