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초딩 독서클럽 탐험기
11화
탈탈 털린 아빠들
아이들의 아빠 탐색 보고서
by
북장
Nov 16. 2023
비가 온다.
가뜩이나 추운 날씨가 더 추워졌다.
한동안 바깥활동만 하다가 오랜만에 집에서 모이기로 했다.
이번 책은 '아빠가 아플 때'다.
"어! 나 이거 국어 교과서에서 봤는데."
"이거 학교에서 읽었어?"
"아니요. 국어에서 넘기다가 그림만 봤어요."
뒤표지를 보여주고 아이들에게 말을 건다.
책 속 인물처럼 말을 걸며 이야기로 초대하는 것이다.
"오늘 하루는 아픈 아빠를 위해 우리가 아빠 일을 대신하기로 했어. 우리, 잘할 수 있겠지?"
표지를 펼치면 제일 먼저 아빠의 하루가 그림으로 펼쳐진다.
면도를 하고, 넥타이를 매고, 구두를 닦고, 인사를 하고, 버스를 타고, 일을 하는 아빠의 모습.
아빠의 하루를 한 장면씩 살펴보며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책은 아이들이 아픈 아빠를 대신해서 아빠의 일을 하며 저지르는 엉뚱한 상황들로 채워진다.
아빠가 하는 행동들을 흉내 내는데 그림을 자세히 보면 어른들은 환장할 상황이다.
아이는 면도할 때 나는 거품을 따라 하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얼굴에 잔뜩 묻힌다.
아이는 구두에 광 내는 것을 따라 하기 위해 구두약을 신발 이곳저곳에 바른다.
아이는 아빠가 사 오는 치킨을 따라 하기 위해 밀가루 반죽을 만든다.
그렇게 어질러지는 집 안 꼴을 보며 어른은 답답한 속을 숨기고 숨을 크게 쉰다.
이 책의 감동 포인트는 맨 뒷장에 나온다.
치킨 닭다리와 사람 모양의 밀가루 반죽이 접시에 담겨있고, 뒤집어진 돼지 저금통에서 꺼낸듯한 동전들 사이로 쪽지 한 장이 보인다.
'아빠 택시비'
만원 버스에 몸을 싣고 출근할 아빠를 걱정하며 자신들의 용돈을 아빠에게 주다니.
어른은 감동을 느끼며 생각에 잠겼건만.
아이들은 오히려 메마른 어른처럼, 아니 장난꾸러기처럼 감동을 흐트러 놓는다.
"쟤네 엄마한테 혼나겠는데?"
"이거 꼭 외계인 같다."
"아니야. 이거 봐봐. 이렇게. 근육 빵빵맨!"
책을 읽고 난 후 아이들과 아빠에 대해 생각해 보는 활동을 했다.
아빠의 생김새는 어떻더라.
"우리 아빠는 다리에 털이 숭숭 났어. 내 다리도 아빠 다리 닮았대."
"우리 아빠는 배는 뚱뚱하고 안경 썼다."
"우리 아빠는 코를 많이 고는데."
아빠가 주로 입는 옷과 신발은 뭐야.
"아빠는 검정! 검정 티셔츠, 검정 바지. 아, 신발은 반대로 하얀색 털 크록스야."
"아빠는 폴로 옷하고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 신어."
"아빠는 슬리퍼를 많이 신어."
아빠는 뭘 타고 일하러 가는 가지.
"아빠의 차인 노란 차를 타고 태권도를 가지."
"BMW 타고 가. 우리 집은 BMW 가족이야."
아빠가 아침에 어떤 행동을 하더라.
출근을 해서는 무슨 일을 할까.
퇴근하고 집에 와서는 어떤 행동을 하지.
이건 아빠들을 생각하면 차마 자세히 글로 쓰기 참 그렇다.
아빠가 언제 똥 사는지, 퇴근하고 어떤 루틴으로 널브러져 있는지 다 써놓은지라.
주혜는 아빠의 하루 일과를 세세하게 꿰고 있고, 시시콜콜한 행동까지 전부 다 썼다.
현수는 아빠의 일과를 아주 간결하게 정리했지만, 머리 스타일 등 특징을 잘 살려 그림으로 표현했다.
수민이는 아빠에게 살짝 무관심한 듯 생각이 안 난다고 말했지만, 아빠 그림을 장면별로 그려놨다.
셋 다 아빠에 대한 그 어떤 미화도 없이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보며 어른들은 그저 웃을 뿐이다.
말 그대로 아이들에게 아빠의 모습과 하루 일과를 탈탈 털렸다.
한편으로는 그 말이 맞는구나 싶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
아이는 부모가 가르치는 대로 자라기보다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란다.
안 보는 것 같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지켜보고 있다.
아빠들이 이번에 크게 깨달았기를.
keyword
아빠
독서
관찰
Brunch Book
초딩 독서클럽 탐험기
09
1학년, 일 년의 그림책
10
시끄러워서 죄송해요
11
탈탈 털린 아빠들
12
당신의 1초가 궁금합니다
13
도서관의 진정한 맛을 찾아
초딩 독서클럽 탐험기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13화)
43
댓글
2
댓글
2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북장
직업
교사
엉뚱한 것에도 관심이 많고 궁금하면 바로 배우러 가는 행동파 평생학습자
팔로워
217
제안하기
팔로우
이전 10화
시끄러워서 죄송해요
당신의 1초가 궁금합니다
다음 1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