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독서란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포기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키보드를 두드린다.
초등학교 입학 후 첫 방학이 무사히 지나갔다.
월요일, 학교는 개학을 했고 아이들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등교를 했다.
나 또한 들뜬 마음으로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오랜만에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그 사이 어느새 책과 아이들을 만날 시간이 성큼 다가왔다.
지난주에 이미 한차례 만남을 가졌기에 아이들이 모두 건강하게 잘 지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방학 동안 얼마나 성장했을지 기대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이었다.
학교가 끝나고 아이들의 손을 이끌고 웅진도서관에 갔다.
우리 지역에는 시에서 운영하는 큰 도서관 2개, 작은 도서관 9개, 교육지원청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 2개로 모두 13개의 도서관이 있다.
각 도서관마다 분위기나 특징이 다르지만 우리 지역에 이렇게 도서관이 많고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는 점은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현수와 소민이는 웅진도서관이 낯설게 느껴졌는지 탐색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는데 주혜는 혼자 독자적 노선을 걷기로 했나 보다.
도서 검색대에서 책을 검색해서 찾으러 다니고 친구들과 떨어져 자기 걸 읽기 바쁘다.
결국 주혜는 내가 준비해 간 독서활동과 이야기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은 채 자기 세계에 빠져들었다.
내 딸이지만 정말 독립적이면서 밉상이다.
이번에 만났던 책은 앤서니 브라운의 '난 책이 좋아요'였다.
1학년 2학기 국어 1단원 '소중한 책을 소개해요'에 나오는 지문이 바로 이 책에서 발췌한 것이다.
단원명대로 책을 읽고, 소개하는 공부를 하는 만큼 아이들은 책을 편하게 느끼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에 도서관을 가는 것으로 2학기 독서모임의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잊으면 안 된다.
우리 아이들에게 독서모임의 시작은 간식을 챙기는 것부터라는 것을.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들어가자마자 제일 먼저 자판기에 관심을 가졌다.
"이따 간식 먹을 때 난 이 음료수 먹고 싶다."
"아니야. 난 편의점에 가서 먹을 거야."
"야야, 자판기 그만 보고 얼른 올라와."
역시 우리의 독서모임은 간식이 중요한 포인트구나.
그래, 도서관에 가면 맛있는 걸 먹는다는 반응도 좋은 거지.
도서관에 대한 좋은 감정이 생기는 과정이니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열람실에 들어가 아이들은 책장을 따라 졸졸졸 훑어보더니 자기 관심사에 따라 책을 찾는다.
"엄마, 흔한남매 어딨어?"
"에그박사다! 이모, 여기 바퀴벌레 봐요."
"눈표범? 이게 뭐지? 주혜엄마, 저 살아남기 꺼내주세요. 정글."
학습만화의 승리이다.
아이들이 학습만화에 푹 빠져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읽어도 학습만화 참 재미있다.
학습만화는 읽지 말라고 막을 것이 아니라 마음껏 읽으라고 두고 좋아하는 관심사의 그림책들을 슬쩍슬쩍 밀어 넣어 줄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책이 좋아요'를 읽어주고 양쪽 면에 있는 책 중에 무엇을 더 좋아하는지 고르게 해 본다.
"무서운 이야기랑 웃긴 이야기 중에 뭐가 더 좋아?"
"무서운 이야기요!"
"글자 책이랑 숫자 책 중에는 뭐가 더 좋아?"
"전 알파벳 책이요."
"소민이는 숫자 책."
취향은 서로 다른 법이다.
이런 작은 선택 하나로도 어떤 책을 추천해 줄지 알 수 있게 된다.
앤서니 브라운의 책은 아주 많고 많다.
도서관에서는 찾기도 편하게 한 곳에 몰려있다.
아이들에게 그중에 작가님의 캐릭터 중 윌리가 주인공인 책을 찾아보라고 미션을 줬다.
이게 뭐라고 열중해서 책을 뽑아내는 아이들의 손길에 감동을 받는다.
"소민이는 어떤 방법으로 그렇게 빨리 찾은거야?"
"책 제목에 '윌리'가 보였어요."
"현수는 책 표지에 있는 그림들을 보니까 어떤 생각이 들어?"
"윌리가 다 원숭이예요."
"앤서니 브라운 작가님은 원숭이를 좋아하나?"
우리는 그렇게 앤서니 브라운 작가님의 책을 찾아 바닥에 깔아놓았다.
표지를 살펴보고 책장을 후루룩 넘기며 훑어보고 마음에 들면 소리 내어 읽었다.
이런 식의 작가 확장은 매우 손쉽게 책에 빠질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런데 우리 소리가 너무 컸나 보다.
항상 열어놓는 줄 알았던 어린이 열람실의 자동문이 닫혔다.
하긴 아이라고는 우리 밖에 없는 너무 조용한 곳이었으니까.
웅진도서관의 어린이 열람실은 일반 열람실과 연결되어 있다.
소리 내어 읽는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수다 떨듯 책을 읽기에는 불편한 장소인 것이다.
이런 도서관도 경험이라 생각하자, 얘들아.
그리고 이렇게 도서관 규칙을 배울 수 있는 것도 좋은 기회야.
어린이의 독서는 어린이라는 세계를 보여준다.
"시끄러워서 죄송해요. 조금만 이해해 주세요. 어린이의 독서를 오래 보지는 못해요. 어느새 어른의 독서처럼 성장할 거거든요. 귀한 시간이라 생각하고 어린이의 독서를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