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OSMU? 콘텐츠 산업의 새 화두 IP에 대한 생각들.
콘텐츠 지식재산(IP) 활용산업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도 2달이 지났다. 특히 지난 한달간은, 관련된 여러 분들을 만나며 시각을 정립하는 과정이었다. 본격적인 보고서 작업을 하기 전에, (워낙 이슈가 빨리 흘러서 그런 것도 있지만) 지난 한 달 동안, 여러 분들을 만나며 듣고 고민한 이야기 들 중 일부를 정리해려고 한다. 예전 같으면 완성본을 공개하는 것이 맡겠지만, 이젠 중간에 일부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완성해가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에서, 두서없이 이런저런 생각들을 적어본다.
1. 중국은 콘텐츠 지식재산(IP)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슈퍼IP'란 표현도 쓰는데, 기본적으로 OSMU 개념인 건 맞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큰 규모의 '활용'이 가능하다(시장이 넓으니까..). 아빠 어디가 포맷을 사가서, 그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서, 그 캐릭터 상품을 판다. 지식재산이 돈이 된다는 걸 알고, 정책적으로도 점차 콘텐츠 활용을 통해 돈 버는 것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간다. 발빠르게 좋은 IP를 확보하는 것이 사업적으로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되는 것이다. 라바, 빼꼼 같은 캐릭터에 투자(혹은 구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 애니메이션-캐릭터 분야에 한정해서 보면, 중국의 역량이 꽤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고, 이미 자국의 인기 IP도 존재한다. 그러나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에 비해선 아직 좋은 IP는 부족하다. 이런 점에선 한국의 캐릭터-애니의 IP가 아직 매력은 있다. 그러나 길게 가지는 못할 거란 우려가 많다. 어찌보면, 하청에서 창작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생각보다도 더 폭발적으로 커지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자금력으로 IP를 확보하는 것이고, 이 시기가 지나면 지금과 같은 IP 구매/투자 러시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3. 생각해보면, 이미 '셀럽'에 대한 투자는 꽤 많이 진행된 셈이다. IP의 관점에서 보면, 스타야 말로 가장 원천의 IP다. 셀럽은 꼭 아이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중국 입장에서 볼때 한국에서 공수할 가치가 있는 분야가 아이돌인 셈이고, 이 부분에서 SM의 움직임이 발빠른 것이다.
4. 한국이 IP 활용 능력이 떨어진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콘텐츠 자체로 돈버는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라이선싱 활용한 산업 구조 셋팅 능력은 시장 규모에 비해 결코 부족한 편은 아니다. 다만, 라이선싱 산업 역시 시장 규모 때문에 큰 플레이어들이 나와서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 부분이 대형기업(카카오 등)과 시장확대(키덜트)의 결합으로 갑작스래 팽창하는 것 처럼 보이는 건데, 핵심 역량 혹은 인재들은 이미 10여년에 걸쳐 형성되어 왔다. 다만, 여전히 시장이 좁고, 플레이어들이 소규모 시장에만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은 한계다.
5. IP란 단어를 쓰고 있긴 하지만, 실제 그 활용의 양상은 크게 봐서 2가지 방향으로 나눠 볼 수 있다. 하나는 장르/미디어 변환이고, 하나는 라이선싱 등에 기초한 상품군 확장이다. 웹툰/웹소설의 IP 가치는 전자에서 주로 나오고, 캐릭터/셀럽 IP의 가치는 후자에 좀더 가 있다. 다시 말해, 웹툰/웹소설은 애니-드라마-영화(부분적으로 게임)로의 확장에 유리하고, 캐릭터/셀럽은 머천다이징 상품-마케팅(브랜드, 광고)-(역시나 부분적으로 게임)에 유리하다.
이 부분은 '스토리'의 유무와 관련되는 것일 수 있으나, 다른 관점에선 '팬덤'의 성격 혹은 '덕질'의 방식의 차이일 수 있다. 스토리 중심의 IP에선 세계관, 설정, 캐릭터의 관계가 훨씬 유기적이고, '원작'이란 개념이 굉장히 강하다. 따라서 항상 '원작과의 차이'가 2차 활용에서 쟁점으로 작용한다. 원작의 팬은 최소 수익의 보장이기도 하지만, 가장 골치아픈 시어머니일 수도 있다. 문제는 장르의 전환이 늘 용이한 것이 아니고, 특히 컨테이너(미디어)의 성격 혹은 향유 방식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반면 캐릭터/셀럽에서 출발한 머천다이징 부분은 상대적으로 이 고민이 덜하다. (물론, 여기에도 원작의 '구현'이란 부분의 문제는 있지만..) 특히 최근의 캐릭터들은 이미 라이선싱을 고려한 디자인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구현의 부분도 높은 수준에 있다. 셀럽은 이 문제를 디자인 브랜드의 방식으로 돌파하는 것 처럼 보인다(특히 SM).
6.이렇게 그동안은, 활용의 2가지 양상이 꽤 구분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전자는 OSMU, 후자는 라이선싱(머천다이징), 이렇게 별개의 영역 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IP란 말을 쓴다는 말은, 이 둘의 구분 조차 사실상 허무는 발상에 가깝다. 이미 '슈퍼 IP'를 보유한 기업들은, 이들의 경계가 의미 없을만큼 사업 구조가 고도화 되어 있다. (당연히 Marvel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중국에선 이런 '슈퍼 IP' 기반의 고도화된 대규모 엔터 기업들의 등장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여러 영역에서 유사한 방향성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긴 하다. 다만 그 규모 면에선 차이가 난다.
7. 중국의 움직임,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의 등장, 뉴미디어(유튜브, 넷플릭스 류의 플랫폼, 메신저, SNS) 환경의 특성, 장르별 플레이어의 규모 차이, 글로벌 진출 가능성의 차이 등등 여러 변수들이 있다. 아직 공부가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모두가 마블을 꿈꾸지만, 모두가 마블이 되는 건 아니고, 그렇다고 마블만 살아남은 것도 아니다.
8. '슈퍼IP'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선, 팬덤(덕질) 문화에 대한 공부, 콘텐츠 기업의 risk reduction 노력(사업 고도화)의 전통, 미국-일본의 OSMU 사업화 전략에 대한 국내외 기업의 벤치마킹의 역사 등을 따져보고, 실제 권리 관련 법적 이슈(예를 들어, 중국은 콘텐츠 지재권을 한 기관에서 관리하지만, 우리는 문체부와 산자부가 각각 저작권과 상표권/디자인권으로 나누어 관리) 등등에 따른 차이들에 대한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일단 여기까지. 고민과 공부가 더 깊어진 후, 다음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