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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민 May 20. 2017

캐리소프트, 이번 위기는 어떻게 넘어야 할까

'캐리'는 크리에이터의 창조적 에너지를 계속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캐리소프트'와 '강혜진' 양측에 애정을 가지고 있고, 둘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기에 조금은 원만하게 이런 상황 들이 해결되었으면 좋겠단 생각인데, 그동안의 과정을 보면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하단 링크 참조). 잘잘못을 가리는 건 현 상황에서 외부인으로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자꾸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내가 캐리소프트의 입장이라면,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 게 좋았을까, 란 생각 말이다.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315237

일단 드러난 일들로만 상황을 정리해보자. 일단 '캐리'는 캐리소프트의 자산이다. 애초에 회사 명에서 드러나듯, 기획된 캐릭터였고, 이를 크리에이터 강혜진이 수행했다. 지난번 1대 캐리 퇴사 사태(?!) 때, 캐리소프트는 다수의 언론인과 인플루언서를 통해, 캐리소프트의 사업적 비전을 연속적으로 프리젠테이션 했다. 그 핵심 메시지는, MCN산업이 갖는 태생적 문제인 '크리에이터 의존'을 해결하고 사업적 지속성을 갖기 위해 '캐릭터화'를 진행하며 사업을 다각화 했다, 따라서 캐리의 교체는 예정된 일이었고, 이것이 캐리 플레이의 (사업적)위기로 볼 수 없다, 는 것이었다.


일단 이 이야기 들은 다 맞는말이고, 이런 설명이 충분히 이루어질 필요는 당연히 있으며, 그 설명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며 적어도 언론상의 '위기'의 프레임을 막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마 현 경영진이 언론인 출신이란 점에서 이런 전략이 유효하게 전개되었단 생각이 든다.) 언론 상에 지속적인 위기론이 대두되는 것을 막는 것도 분명 필요하고, 그것을 방어했다는 것 자체는 성공적인 대응으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게 정말 충분했던 것인가? 지금, 당시에 적당히 무마된 줄 알았던 위기의 본질이 드러났다. 바로 강혜진의 컴백이다. 캐리소프트 입장에선 제일 원치 않았던 상황일 것이다. 강혜진은 '캐리'의 원조다. 강혜진이 돌아오면, 캐리소프트의 2대 캐리는 오리지널로서의 위상에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다. 돌아오더라도 조금 더 자리잡은 상황에서 돌아왔으면 좋았을텐데, 다소 빠르긴 했다. 거기에 다이아TV라는 나름 막강한 지원을 바탕으로 돌아왔다. 캐리소프트 입장에선 화가 날 법도 한 일이다.


그런데 강혜진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캐리는 애초에 강혜진의 브랜드가 될 수 없다. 아무리 '이사'의 자리가 주어지더라도, 크리에이터가 자기 이름을 자기 소유로 갖지 못한다는 건, 분명 중요한 한계다. 자율성에도 제약에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쌓아가는 나의 자산이 남에게 귀속된다라는 느낌 자체가 문제다.


캐리의 교체를 '뽀미 언니'의 교체로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난 이런 인식에 다소 한계가 있다고 보는 편인데, 그것은 바로 MCN이란 약자의 중앙에 놓인, '크리에이터'라는 정체성 때문이다. 크리에이터는 자발적 창작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이게 항상 맞다는 말은 아니나, 스스로 이러한 정체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연기자는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자신의 핵심 역량이다. 그러나 크리에이터는, 자기 자신이 자기 자산이다. 그런데 캐리는, 그 자산이 자신에게 쌓이지 않는 자리다. 자기 자신을 '크리에이터'라고 정의하려는 사람이 오래 머무를 수 없는 자리란 말이다.


결국 문제는, 크리에이터 스스로에게나,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나, '캐리'가 '강혜진' 자체였다고 받아들여진 것에 있다. 캐리의 인기가 쌓여갈 수록, 강혜진은 그 괴리를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실제 자기가 스스로에게 쌓았어야 한다고 생각한 가치들을 자기화 하려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캐리가 아닌 강혜진이 되어야 한다. 그러니 퇴사와 컴백은 이미 이런 구조를 짠 순간부터 내재된 위기였다. 게다가 너무 오랜 기간을 두고 컴백을 하면, 강혜진은 잊혀질 수도 있으니, 최대한 그 자산화를 앞당길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이해가 잘 안되는 것은, 이런 상황을 왜 이상한 일,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 정도로 보고 있는가이다. 시스템 자체에 내재된 위기를 왜 '에러'로 간주하는가. 애초에 캐리를 교체 가능한 캐릭터로 간주했을 때, 크리에이터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것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것 아닌가?


무엇보다, 이런 위기 상황들에 대한 대응에서, '팬'에 대한 예의, 혹은 관심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제일 문제다. 지금의 캐리소프트는 마치 투자자에게만 말을 걸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아무리 기사의 내용을 다 받아들여, 강-강 남매가 뒤에서 회사 만들고 꿍꿍이를 꾸몄다 하더라도, 그래서 그들에 대해 화가 나서 제대로 된 대접을 해줄 마음이 없었더라도, '캐리'라는 캐릭터가 정말 중요한 자산이었다면 교체를 이런 식으로 했으면 안되었다. '이런 식'이란 말은, 시청자에게 '갑작스럽게 설명없이'를 말하는 거다. 캐리소프트 입장에선 '해고'란 프레임에 열이 받았을 수 있겠지만, 그 프레임이 등장하게 한 건 바로 '설명 없음'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이런 상황은 캐리소프트는 캐리 '캐릭터'에만 관심이 있지, 이를 수행하는 '인간'을 어떻게 대하고, 제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다소 부족한 것 같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당장 조금만 옆으로 시선을 돌리면 '아이돌' 맴버 교체에서 늘 벌어지는 문제들 아닌가.


물론, 항상 비판이 쉽지,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면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MCN 업계에선 이런 일이 처음이라, 시행착오를 겪는 것 자체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아래 공유한 기사는 자꾸 어떤 위기감을 불러일으킨다. 캐리의 캐릭터화가 가져올, 크리에이터의 자발적 창조성의 위축을 어떻게 극복하고 이를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성장시킬 것인가. 이것이 캐리소프트가 해결해야 할, 근본적 위기다. IP화 자체가 답이 아니다. 그 IP가 가치의 원천이 핑크색 캐리언니 캐릭터 이미지인가, 아니면 제한된 상황 안에서도 자기 개성을 충분히 발산하며 그 IP에 지속적으로 창조적 에너지를 축적해가는 과정 자체인가. 이런 고민 없이는, 수없이 많은 키즈 크리에이터라는 경쟁자들 사이에서 캐리소프트가 지속적인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꾸 강혜진과 싸우려고 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캐리소프트를 떠나서도 크리에이터가 잘 되어야, '캐리'로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자기'를 만들다.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크리에이터를 만나는 건, 자발적 창작자로서의 개인 정체성 자체가 주는 매력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 이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면서도, 이를 캐리라는 IP 안에 축적해가는 과업이 캐리소프트에 있다. 쉽진 않은 일이지만, 잘 극복해나가길 응원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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