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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민 Feb 17. 2019

소리가 돌아왔다

오디오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디오북이 의미있는 매출에서의 성과를 거둔 것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팟빵의 성장, 스푼라디오의 성장, ASMR 유튜버의 성장 등이 그동안의 사례로 이야기 되었다.

오디오북은 이러한 성장에 기름을 붓고 있다. 북튜버 들의 낭독 콘텐츠는 이미 중요한 장르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료 판매가 성장하면서, 전체 오디오 콘텐츠의 유료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불러모으고 있다.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과거보다 오디오 콘텐츠 수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탓이다. 미디어 시장의 포화 속에서 새로운 시장 가능성을 찾으려는 기업들이 인공지능의 발전과 함께 AI스피커를 위한 콘텐츠 수급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몇가지 고민의 지점들을 풀어보자.


오디오 콘텐츠 붐의 기반(1) 기술: 디지털 소리 기술의 발전과 대중화

오디오 콘텐츠의 새로운 시장은 기술 발전을 통해 가능해진 부분이 있다. 먼저 디지털 소리 기술의 발전은 오디오 콘텐츠 생산의 대중화를 가져왔다. 과거에도 세이클럽 라디오 등 오디오 기반의 소셜 서비스는 존재했다. 다만 인터넷 기술의 발전과, 관련 사운드 기술의 고도화 및 대중화가 일반인도 공중파 라디오 방송 수준의 음질 및 품질을 갖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소리 기술 역시 분화하면서, 마이크의 종류나 성능이 콘텐츠의 수요에 따라 분화하여 활용되기에 이르렀다.

디지털 소리 기술은 크게 소리 콘텐츠 생산을 위한 장비의 디지털화와 대중화, 그리고 이를 유통-소비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과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오디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의 발전이 이러한 기술적 변화를 지지하는 기반이 되었다. AOD 플랫폼의 확산과 오디오 라이브의 강화가 그 사례이다.

대표 사례로서 팟빵과 스푼 라디오를 들 수 있다. 개인이 업로드 할 수 있는 환경, 개인이 라이브를 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 실질적인 참여자의 확대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사운드 클라우드와 같은 오디오 클라우드 서비스의 확산은 이러한 변화의 전초였다. 소리가 유통되는 단위가 다양화되고, 이를 지원하는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기반에는 디지털 음향 기술의 발전과 대중화가 자리를 차지한다. 전문적인 녹음 장비가 보편화되고, 녹음 부스 등의 서비스 들이 늘어나고 있다. 팟빵 스튜디오 등 플랫폼 기업이 크리에이터 육성을 위해 이를 제공하고 있고, 정책적 지원도 늘어나고 있다.

전문적인 오디오 장비의 보급 역시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ASMR 류의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녹음 장비와 마이크 등의 활용이 보편화되고 있다. 홈레코딩이 이슈가 되었던 시절이 20년전의 일이다. 이젠 개인이 전문적인 녹음 장비를 갖추는 일이 보다 흔해지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은 과거에 방송국에서만, 전문가만 가능했던 오디오 방송이 보다 보편화되는 기반으로 작용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오디오 플랫폼의 발전이 유튜브와 같은 비디오 플랫폼 보다 다소 느리게 발전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오디오 영역에서의 생산 유통의 대중화 역시 확산시키고 있다.


오디오 콘텐츠 붐의 기반(2) 산업: 미디어 포화와 새로운 시장 창출의 기회


미디어 포화와 니치

산업적으로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미디어 포화 환경에서 니치를 발견하려는 필요로 부터 나온다. 모든 감각이 포화된 상황에서 ,질적으로 분화되는 오디오 콘텐츠 소비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기회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열어주는 사업적 기회 역시 오디오 분야에서의 데이터 축적의 필요성으로 이어진다. 다음 시대의 기술 발전을 위해 필연적으로 오디오 분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시키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 분화가 심화되면서, 사람들의 감각이 미디어로 포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미디어 활용은 감각의 측면에서도 분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미디어 포화가 역설적으로, 수용 감각별 미디어 소비의 분화로 이어질 수 있게 되었다.


소리의 가치: 시간 경쟁의 우회와 일상침투

콘텐츠 경쟁은 필연적으로 시간 경쟁이다. 사람들은 제한된 생활 시간 안에서 미디어를 사용한다. 시각 중심의 콘텐츠 사용은 시각적 미디어 활용이라는 시간적 제한 안에서 상호 경쟁한다. 스마트폰의 확산이 그 시간적 확대를 가능하게 했지만, 이미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그 시간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오히려 여행 등 다른 여가 콘텐츠와의 시간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콘텐츠 소비의 증대가 가능하기 위해선, 감각적 측면의 확대를 통해,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감각의 시간 범위를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소리 산업의 핵심적 가치는 그것이 일상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각을 점유하지 않는 오디오 콘텐츠는 여가가 아닌 생활 전체의 맥락으로 침투할 수 있다. 기존의 미디어 소비가 차지하던 여가의 빈틈이 아닌, 삶 전체의 맥락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생활 플랫폼을 꿈꾸는 기업들에겐 필수적인 전쟁터인 것이다.

소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소리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 역시 심화되고 있다.

시각과 청각의 균형이란 관점에서, 청각 미디어의 일상  전반으로의 침투가 다시 강화된다. 개인화된 미디어인 스마트폰을 통해, 그리고 다시 가정에 놓이게 된 AI스피커라는 홈 미디어를 통해 개인과 가정이란 미디어 소비의 단위에 적합한 콘텐츠들이 다시 생성, 유통되는 것이다.


오디오 콘텐츠는 어떻게 진화할까?


오디오 콘텐츠의 분화: 토크, 낭독, 음향, 오디오북

디지털 오디오 콘텐츠의 발전은 다시 오디오 장르의 분화로 이어졌다. 라이브 방송이라는 라디오 플랫폼의 한계를 넘어, 다시 오디오가 삶의 다양한 시간적 맥락에 분포되기 시작하면서 과거의 장르들이 새롭게 적응하며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그 생산의 주체는 방송국이 아닌, 다양한 주체들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최근 가장 두드러지는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오디오 북이다. 오디오 북은 지식 콘텐츠 수요와 낭독에 대한 수요가 결합되어 성장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독자 접점을 만들고자 했던 출판사의 욕망도 이러한 콘텐츠 공급을 늘리는 기반이 되고 있다.


지식 콘텐츠의 분화와 고품질 콘텐츠 시장의 초기 형성

지식 정보 시장의 성장은 강연과 출판 산업의 오디오 콘텐츠 시장으로의 진입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지식 정보에 있어서 오디오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이 시장의 파이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체적인 지식 생태계에서 소리의 위상을 높여주면서, 새로운 수익화의 기회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마케팅의 측면에서 오디오에 접근했다면, 최근에는 오디오 콘텐츠 자체의 수익성에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오디오 콘텐츠의 질적 분화가 강화되고,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지불 경험이 늘어나면서, 고품질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수익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오디오 콘텐츠의 장점은 디지털 특유의 평준화가 아닌, 질적 심화가 가능하다는 데 있다. 내용적 심화 뿐 아니라 감각적 심화가 가능하다는 점도 중요한 지점이다. ‘귀르가즘’이라는 표현은 청각적 만족의 극대화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좋은 목소리, 의미 있는 낭독 등은 소리를 통한 감정과 감각의 초월적 재현이 주는 효과를 드러내준다. 동일한 내용이라도, 시각적 경험과 청각적 경험의 차이가 극대화 된다면, 그것이 매개하는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수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오디오 콘텐츠는 미디어 이론의 측면에서도, 산업의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논점들을 많이 갖고 있는 분야다. 디지털 기반의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나갈지 기대된다.


* 이 글의 문제의식을 발전시켜 동아비즈니스리뷰에 오디오소셜미디어 관련 내용을 기고했습니다.

   아래에 링크로 공유드립니다.

"클럽하우스가 연 오디오 소셜미디어 시대, 거리두기 시대 '소통의 욕망' 해소할까" (DBR, 2021.5. 3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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