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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민 Apr 20. 2018

CG 영상 만들기가 더 쉬워지는 날이 오면

비전문가(!)의 눈으로 본, CG/VFX 산업(기술)의 최근 변화들

"넌-리니어 콘텐츠와 리니어 콘텐츠의 융합"

지난 수요일(4.18), 회사에서 위지윅 스튜디오 박관우 대표를 모시고 특강을 들었다. VFX, CG 관련 R&D 프로젝트들을 소개해주셨는데, 눈이 번뜩 뜨이는 느낌이었다.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게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넌-리니어 콘텐츠와 리니어-콘텐츠의 융합".

강의 이후에 생각한 것들을 간략히 적어보았다. CG/VFX 알-못의 호들갑이라 이미 잘 알고 계시던 분들에겐 새삼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ㅎ


영화, 애니 등 서사형(리니어) 콘텐츠의 파이프 라인은 기본적으로 24프레임이라는 필름 시대의 매커니즘에 맞추어 구축되어 있었다. 시간보다 퀄리티가 우선하는 콘텐츠의 특성과 기존의 제작 과정(레거시)이 결합한 형태다. 핵심은 각 프레임을 최종적으로 렌더링 해서 이어 붙이는 것에 있다.  

반면, 게임과 같은 넌-리니어 콘텐츠는, 실시간 상호작용을 핵심으로 한다. 각 장면의 퀄리티를 다소 희생하더라도, 프레임을 떨어뜨리는 일이 있으면 안된다. 그것은 미적 만족 보다 중요한 게임성 자체를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 분야에서는 실시간 렌더링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실시간 렌더링의 결과물의 질이 높아지면서, 기존 리니어-콘텐츠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도전이 시작되었다. 최종 결과물의 퀄리티를 '조금'만 포기할 수 있다면, 파이프라인의 비효율(주로 렌더링 시간을 기다리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작은 프리-비주얼 단계에서 현실화 되고 있다(위지윅이 현재 집중하는 부분). 퀄리티 보다, 전체적인 방향의 공유와 확인이 필요한 지점에서부터 실시간-렌더링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키노-아이 vs 키노-브러시의 논쟁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카메라로 현실을 담아낸 것(키노-아이)으로서의 영화의 전통과 상상을 그려낸 것(키노-브러시)라는 애니메이션의 전통은 CG/VFX 기술의 대중화로 서로 융합되었다.
그런데 이젠 또 다른 계보인 넌-리니어 콘텐츠에서 발전한 기술이 리니어-콘텐츠와 융합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언리얼/유니티 엔진의 대중화는 게임 제작에 있어서의 장벽을 낮춰주었고, 글로벌 유통 플랫폼과 결합하며 인디 게임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한편에선 촬영 기술의 보편화와 플랫폼의 결합으로 MCN 혹은 웹-콘텐츠/크리에이터라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서, 기술 혁신은 새로운 가능성을 또 다시 열어가고 있다.

아마도 시간은 걸릴 것이다. 파이프라인을 뜯어고치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왜 아직도 공공 영역은 아래한글 쓰냐고 묻는 기분을 생각하면 될 거다. (나만해도 단축키 때문에..) 그럼에도, 공정 효율화의 요구가 강력한 상황은 리니어 콘텐츠 분야에서 기술 혁신에 대한 수용의 가능성을 높여줄 거다. 또한 VR/AR 같은 새로운 시장의 성장은 넌-리니어 콘텐츠 기술의 진화의 필요성을 높여주고 있다.


아직은 변화의 과정에 있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 많은 사람이 실감하게 되는 과격한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 제작비 부담이 있음에도 IP 가치 방어 차원에서 인형 탈 쓰고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기업들이, 보다 싸고 효율적으로 애니메이션 클립들을 양산하는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혹은 크리에이터들이 지금의 뻔한 스튜디오 뷰포인트를 벗어나서, 상상의 세계를 영상에 더 쉽게 담게 되는 날도 오게 될 것이다. 보다 프로페셔널한 영역에서는 넌-리니어 콘텐츠와 리니어 콘텐츠가 에셋을 공유하는 세계를 만들어, 그야말로 인터랙티브한 IP 연계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이 더 수월해 질 것이다.


(참고)

기사1. 언리얼 엔진 기자 간담회
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197813&iskin=dm
기사 2. IT동아 특집 시리즈, 3D의 변화.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7292132&memberNo=11778559
기사 3. 3D/VFX 제작 프로세스에 포토샵 레이어를 적용한다면
http://it.donga.com/26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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