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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민 Aug 28. 2019

'바나나차차', 뽀로로를 다시 보게 하다

저연령을 넘어, 에버그린 콘텐츠IP를 향한 진화를 기대하며

요즘 바나나차차가 핫하다. 사실 이미 핫했지만, 점점 주변으로 그 소식들이 크게 들리고 있다. 바나나차차를 보며 춤추는 아이를 보고 있자면, 뽀로로의 저력을 새삼 느끼게 된다. 

분명 뽀로로는 핑크퐁의 등장이 상징하는 'EBS 체제의 붕괴' 이후, 만만치 않은 도전을 만났다. 뽀통령의 시대가 지났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꽤 많았다. 특히 제일 큰 문제로 뽀로로가 '저연령'에만 소구한다는 점이 두드러져 보였다. 뽀로로의 Tv시리즈만 생각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유튜브 시대를 지나면서, 한국의 키즈 콘텐츠, 특히 TV시절에 충성도가 높았던 IP들은 새로운 전략을 고민하고, 실행에 옮겼다. 

먼저 비용이 많이 드는 애니메이션 시즌 제작을 잠시 미루는 대신, 인형탈(중국 표현으로 2.5차원)을 활용한 숏폼 영상을 확장하는 것에 공을 들였다. 새롭게 열린 '키즈 예능' 판에 뛰어든 것이다. 

한편으론 핑크퐁이 열어준 '키즈 팝' 시장으로의 진출에도 공을 들였다. CJ의 리틀투니 유튜브에 가면 핑크퐁 스타일의 뮤직비디오가 한 가득이다. 일종의 스타일 카피라 보면 치사한 부분도 있지만, 지금에 와서는 거의 '장르'라 보아야 할 만큼 다들 하고 있는 일이 되었다.


그 결과는 미묘하지만, 흥미롭다. 예전처럼 특정 연령대의 특정 시간을 EBS를 통해 점유하면서 순식간에 팬덤을 확보하는 일은 어려워졌다. 다만 이미 형성된 (키즈)팬덤은, 유튜브를 서핑하면서 과거의 추억의 IP를 만나고, 어느 순간 맘에 들면 다시 그 영상을 본다. 


중요한 건, 이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가정하던 '시청 연령'을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5세가 마지노선이라고 여겼던 미니특공대와 뽀로로를 7세 아이가 다시 보는 일이 생긴다. (3D 애니로 특촬물의 저연령화를 추구했던 미니특공대가, 요즘 다시 '액션'이란 이름으로 사실상 특촬물!을 찍고 있는 일은 아이러니 하다) 다만, 예전의 그 애니메이션은 안 본다. 해당 IP를 활용한 다른 작품을 보며, IP 경험을 이어갈 뿐이다.


뽀로로의 바나나 차차는 '키즈 팝' 시장에서 7~8세의 전환기의 아이들의 취향을 저격한다. 우리 아이는 5세부터 트와이스 뮤직비디오 보며 춤췄다. 키즈 시장에서 아이돌 음악의 저변은 이미 넓다. 바나나차차는 과감하게 모모랜드와 협업을 했다. 핑크퐁의 아기상어가 무수히 많은 콜라보를 통해 그 영향력을 확대해 갔던 사례를 벤치마킹 하면서도, 소구 연령대의 상승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적확한 시도를 한 것이다.

연결해서 이야기 하자면, 요즘 여름 극장 시장에서 키즈 애니메이션은 무시 못할 수준의 고정 관객을 형성하고 있고, 그 핵심에는 거의 매년 작품을 개봉하는 오콘의 뽀로로 극장판 작품이 자리잡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뽀로로 극장판은 TV판 보다 조금 더 높은 연령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아이코닉스와 오콘이 뽀로로IP를 두고 각자 최선을 다한 결과, 뽀로로의 IP 소구 연령대의 저변은 전체적으로 넓어지는 추세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요즘 90년생이 온다는 말이 있지만, 2000년생이 오면, 지금 90년생이 피카츄 생각하듯 뽀로로 생각하는 세대가 소비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10년을 뽀로로가 어떻게 IP를 키워가느냐에 따라, 판은 또 달라질 수도 있다. 역시 IP비즈니스는, 질겨야 한다. 그동안 TV황금기에 나왔던 좋은 IP들이 이런 질긴 노력을 이어갈 기회를 모두 갖고 있는게 아니라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키즈콘텐츠 #IP비즈니스 #콘텐츠IP #뽀로로 #바나나차나 

https://www.youtube.com/watch?v=lHTqUBIr5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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