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가 된 셀러브리티, 셀러브리티가 된 캐릭터 #캐릭터백서
*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2020). 2020 캐릭터 산업백서>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들어가며: 캐릭터와 셀러브리티의 경계가 흐려진다
펭수는 캐릭터이지만, 엄연한 셀러브리티라고 할 수 있다. 흔한 남매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 셀러브리티이지만, 캐릭터로서 독자적인 콘텐츠와 상품군을 구성하고 있다. IP 비즈니스가 콘텐츠 산업의 전 영역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점차 캐릭터와 셀러브리티 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것이다.
펭수에 대한 사람들의 열광에 대해서는 여러 관점의 분석이 가능하지만, 이 글에서 주목하는 것은 현실 세계에서 실제 팬덤을 구축하고 팬덤과 소통하며 콘텐츠를 늘려나가는 캐릭터-셀러브리티 현상이란 점이다. 사람들은 펭수를 인형탈을 쓴 연기자가 아닌, 그 연기와 캐릭터가 결합된 가상의 존재로서 받아들이고, 현실 세계와 연결시키며, 이에 대한 라이선싱 상품들을 적극적으로 구매한다. 펭수의 '세계관'이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펭수는 가상 속의 인물이면서 동시에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다.
한편에선 셀러브리티의 캐릭터화도 활발하다. 흔한남매, 밍꼬발랄 등 크리에이터를 캐릭터화 하려는 시도는 최근 몇년 간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중요한 변화는 미래엔과 같은 전통적인 출판 기업이 이러한 셀러브리티IP의 캐릭터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셀러브리티 캐릭터를 단순히 라이선싱 상품화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셀러브리티 캐릭터가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콘텐츠들의 창작을 확대하고 있다. 현실 속에 존재하는 셀러브리티가 가상의 캐릭터로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캐릭터-셀러브리티의 경계가 흐려지는 상황에서, 가상의 세계과 현실의 세계가 공존하며 연계되는 방식의 콘텐츠 창작과 소비가 점차 늘어나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캐릭터IP 활용의 진화가 나타나게 된 문화적 배경을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산업의 전망을 논의하고자 한다.
캐릭터가 된 셀러브리티, 셀러브리티가 된 캐릭터
캐릭터와 셀러브리티의 결합과 연계의 시작점에는 셀러브리티의 캐릭터화라는 경향이 선행하고 있었다. 유튜브 등의 영상 플랫폼이 성장하는 가운데 나타난 크리에이터 집단들, MCN 네트워크 등의 주체들은 사업적 지속성과 성장성을 위해 캐릭터 비즈니스의 활용을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크리에이터 기반의 캐릭터들이 탄생했고, 라이선싱을 통한 그 생태계의 확장이 나타나고 있었다. MCN 사업자인 샌드박스 네트워크가 2016년 캐릭터라이선싱 페어에 참여하는 등 크리에이터IP의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캐리와 친구들, 헤이지니와 럭키강이 등 키즈 크리에이터의 캐릭터 활용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사람으로서 크리에이터를 IP비즈니스에 활용하는 것에는 여러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상업적 초상권의 활용인 '퍼블리시티권'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 그 자체의 IP화에는 일정한 제약이 따른다. 이를 극복하는 전략이 바로 캐릭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을 통해 성장한 크리에이터 들은 자신들이 모은 팬덤을 새로운 비즈니스와 연결시키고자 했고, 이러한 시도들은 점차 셀러브리티 캐릭터의 형태로 구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캐릭터화, 캐리와 친구들의 크리에이터들의 캐릭터화가 지속적으로 시도되었고, 헤이지니, 럭키강이 등의 크리에이터들도 자신의 캐릭터드를 만들고 라이선싱 비즈니스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크리에이터의 인기를 캐릭터로 이전하기 위한 노력들도 이어졌다. 가장 자주 활용된 방식은 인형탈의 형태로 기존의 크리에이터와 함께 출연하는 영상을 만들고, 다양한 활동들에 이러한 캐릭터화 된 크리에이터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캐릭터화 된 셀러브리티에 대한 사람들의 이질감을 낮추고, 캐릭터화 된 셀러브리티와 셀러브리티가 공존하는 세계관을 팬덤이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이는 특히 키즈 크리에이터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캐리와 친구들에서는 캐리, 엘리, 케빈과 같은 캐릭터들이 영상에 함께 출연하는 것은 물론, 뮤지컬에서도 인형탈의 형태로 함께 출연하는 방식의 활동을 이어갔다. 캐릭터로 변신한 셀러브리티가 콘텐츠 내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셀러브리티 캐릭터IP의 라이선싱 비즈니스의 확장에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선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의 확장을 위해 인형탈을 활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중심으로 새로운 작품 제작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보다 콘텐츠의 양적 확장을 위해 인형탈을 활용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뮤지컬 콘텐츠로의 확장 역시 이러한 인형탈 콘텐츠를 확장하는 기회가 되고 있었다. 뽀로로는 물론 로보카 폴리, 미니특공대 등 다수의 키즈 애니케이션 캐릭터들이 이러한 인형탈 활용 콘텐츠 창작에 적극적이었다. 적어도 유튜브와 같은 영상 콘텐츠 플랫폼에선 캐릭터가 현실의 세계에서 연기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펭수는 이러한 콘텐츠의 흐름 속에서 등장했다. 인형탈을 활용한 캐릭터 콘텐츠가 늘어나는 가운데, 캐릭터에서 출발한 펭수가 인형탈을 활용한 콘텐츠로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오리지널 캐릭터로서 펭수의 인기는 캐릭터 자체가 셀러브리티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캐릭터 라이선싱 비즈니스와 셀러브리티 캐릭터의 활용의 단계를 넘어서서, 캐릭터로서의 셀러브리티 자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로서 캐릭터는 셀러브리티가 되고, 셀러브리티는 캐릭터가 되는 일종의 융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의 징후로서 캐릭터-셀러브리티 IP의 진화
캐릭터 비즈니스는 본질적으로 셀러브리티 중심의 팬덤 비즈니스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즉, 특정한 IP에 대한 인기를 토대로 그 팬덤의 활동을 라이선싱이란 사업적 수단을 통해 전유하는 전략을 핵심으로 하고 있으며, 팬덤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기획하고, 지속한다. 다만 이들간의 가장 큰 차이는 캐릭터가 갖는 '가상성'에 있다. 캐릭터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존재다. 이런 점에서 캐릭터는 가상과 현실의 분리가 나타나는 성인들에게는 거리가 먼 존재로 여겨졌던 시기가 있었던 것이다.
펭수와 같은 캐릭터-셀러브리티의 등장은 이러한 편견을 깨고 가상성과 현실성을 동시에 수용하는 새로운 팬덤이 연령과 관계없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화의 징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펭수의 인기가 이육대, 라는 캐릭터 쇼를 통해 촉발되었다는 점은 중요한 부분이다. 전통적인 "인형탈"을 활용하는 방송 장르는 오랫동안 영유아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펭수는 이러한 인형탈 예능의 추억을 환기하며 성인 층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방귀대장 뿡뿡이, 뚝딱이와 같이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오랫동안 시청자와 호흡했던 캐릭터들이 새로운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콘텐츠가 공개되자 이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던 성인 시청자가 열광적으로 반응했던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인형탈 캐릭터가 현재 성인 시청자의 '추억'에 남아 있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인형탈은 가상의 캐릭터와 현실의 배우가 같은 공간에서 연기할 수 있게 하는 전통적이며 저렴한 방법이다. 3D CG와 같은 실감 기술이 활용되기 이전부터 인형탈을 통한 캐릭터 연기는 영상 콘텐츠에서 오랫동안 활용되어 왔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비로 캐릭터를 현실 공간에 담아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 최근 IP비즈니스를 활용하는 MCN 크리에이터들에게서도 활발히 활용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중국에서는 2차원의 가상 캐릭터와 3차원의 현실의 중간 영역으로서 '2.5차원'이라는 표현으로 이러한 캐릭터 연기를 영상 콘텐츠에 수용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인형탈을 활용한 캐릭터 연기가 다시 주목을 받으며 현실과 가상의 접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펭수가 기존의 '인형탈' 연기와 차별화되었던 지점은, 후시녹음 방식으로 인형 캐릭터의 연기를 조율했던 방식을 벗어나서, 연기자의 목소리가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방식을 통해 연기자의 개성이 캐릭터와 결합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펭수는 연기자가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는 가상의 존재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연기자와 긴밀히 결합된 중간자적인 위치를 점유하게 되었다. 캐릭터라는 가상의 존재에 실제 연기자의 개성이 결합되는 계기가 생긴 것이다. 이러한 결합에 대한 사람들의 수용성에 대한 논쟁을 상징하는 표현이 바로 '세계관'이었다. 가상과 현실의 연계를 조율하는 기준으로서 세계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펭수라는 가상과 현실 사이의 중간자적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가상의 캐릭터가 현실의 세계와 동등한 위치에서 교류하는 현상은 최근 관심을 모으는 '메타버스(Metaverse)' 개념과도 연결되는 사례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의 세계에 구축된 새로운 현실을 의미한다. 메타버스 개념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가상의 세상을 현실과 연계할 수 있는 실감 기술의 발전으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수용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캐릭터-셀러브리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본질적으로 이러한 '메타버스' 현상의 문화적 기반을 구성한다. 가상의 존재와 현실의 삶이 분리되지 않고 연계되어 있다라는 감각이 가상의 존재와의 교류를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콘텐츠IP 비즈니스는 단순한 브랜드-라이선싱의 단계를 넘어서서, 그 캐릭터가 존재하는 세계관에 대한 수용과 참여를 특징으로 한다. 마블(Marvel)이라는 만화 속에 창조된 세계를 현실의 배우들이 참여하는 연속적인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설득시키고, 적극적인 팬덤으로 참여하게 했던 마블 유니버스(Marvel Universe)의 사례는 세계관 연계 전략의 중요성을 콘텐츠 업계에 각인시켰다. 마블 유니버스는 캐릭터가 동시대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지속적으로 현실에 대한 침투를 시도한다. 오랜세월을 함께한 캐릭터들은 당대의 고민을 이야기에 담아내고, 현실을 반영하며, 이를 통해 확보한 '현실감'을 토대로 사람들의 인식 속에 또 하나의 '세계'로 인식된다. 다양한 세계가 공존할 수 있다는 '멀티 유니버스(Multi-Universe)' 개념은 동일한 캐릭터가 다양한 세계 속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연계 소비의 확장은 이러한 연계와 복수의 현실의 인정이란 감각을 제공함으로써, 가상의 세계에 대한 현실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메타버스'적 감각은 캐릭터-셀러브리티 뿐 아니라 셀러브리티-캐릭터의 활용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주로 영유아 콘텐츠 분야에서 셀러브리티-캐릭터의 활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스타 역사 강사인 설민석, 인기 크리에이터인 흔한남매 등이 캐릭터화되어 다양한 출판물에 활용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캐릭터화된 셀러브리티, 즉 셀러브리티-캐릭터는 주로 만화 형태의 작품에서 독자적인 활동들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셀러브리티-캐릭터에 현실에 존재하는 셀러브리티의 특성이 어느정도 반영되어 있지만, 독자적인 텍스트를 통해 새로운 세계관을 구성한다. 과거에는 이렇게 독자적으로 구성한 세계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었지만, '멀티유니버스'에 대한 이해가 확대된 상황에선 이러한 복수의 세계의 존재와 교류가 어색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화소비의 경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실감 기술을 활용한 캐릭터-셀러브리티의 창작이 늘어난다면, 메타버스적인 캐릭터 비즈니스의 활용은 점차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통 미디어의 참여와 캐릭터-셀러브리티IP의 대형화 가능성
캐릭터-셀러브리티IP 산업의 성장에서 주목할 또 다른 부분은 이러한 캐릭터-셀러브리티IP 활용의 확대 과정에서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의 참여를 통한 IP 대형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캐릭터-셀러브리티 성장의 기점이 된 펭수도 EBS라는 공영방송의 뉴미디어 전략이었다. 흔한남매의 출판 콘텐츠는 출판기업인 미래엔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콘텐츠IP의 초기 성공을 토대로 IP비즈니스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EBS는 펭수 관련 전담 TF를 꾸리고 있으며, 미래엔은 대표적인 키즈 콘텐츠IP 기업인 영실업을 인수하는 등 본격적인 IP 비즈니스로의 진출을 가시화 하고 있다. 이는 콘텐츠IP의 확장에 있어서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의 역할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캐릭터-셀러브리티IP의 활용은 모든 콘텐츠 기업에게 가능한 것이라 보긴 어렵다. 가상과 현실을 연계시키는 파생-연계 콘텐츠의 창작과 이를 통한 세계관 구축을 위해선 일정한 수준의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충분한 팬덤을 구축하지 않는다면 라이선싱 사업을 통한 수익화도 어렵다. 최근 유튜브 등에서 제공하는 구독을 통한 후원이나, 크리에이터 후원 전문 플랫폼의 등장은 소규모 크리에이터들이 IP비즈니스 없이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즉 일정 수준 이상의 팬덤을 모으지 않는 한, 캐릭터-셀러브리티IP를 활용한 비즈니스는 성립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콘텐츠 기업들의 참여가 늘어나는 것은 향후 캐릭터-셀러브리티IP가 점차 대형IP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할 수 있다. 콘텐츠 창작과 유통 역량이 높은 레거시 미디어의 참여는 콘텐츠IP의 확장성을 높이고, 이들이 대형IP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보다 용이하게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이들 기업들이 자신들의 독자적인 IP를 적극적으로 키우려고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확장의 기회는 소수의 IP로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캐릭터-셀러브리티IP의 성장은 전통적인 캐릭터IP 기업들에겐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통적인 캐릭터 팬덤의 구축 전략은 애니메이션을 통한 세계관의 설득을 핵심으로 하고 있었으나, 점차 그 비용적 문제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투자환경의 위축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유튜브 중심의 숏폼 전략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러한 숏폼 주도의 콘텐츠 파이프 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모든 IP 사업자에게 쉬운 상황은 아니다. 무엇보다 캐릭터 상품 소비의연령대가 높아지고, 영유아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목표 소비자를 선정하는 것 역시 어려움이 존재한다. IP의 정체성의 구축과 팬덤의 저변 확대가 상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아이돌과의 음악 협력을 통해 팬덤 저변을 넓히려는 뽀로로의 노력은 주목할만하다. 유니티 엔진을 통한 영상 합성을 통해 구성된 뽀로로와 아이돌 그룹의 댄스 콜라보는 10대 이후의 뽀로로 팬덤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한다. 또한 인형탈 연기자의 활용에 대한 수용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다 자연스러운 가상-현실의 연계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시도이기도 하다. 향후 실감 기술의 대중화가 이루어질 때, 이러한 캐릭터-셀러브리티와 현실과의 연계는 보다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나가는 글: 메타버스 시대, 콘텐츠IP의 진화를 기대하며
캐릭터-셀러브리티IP의 성장은 디지털 미디어 기술의 발전을 통해 나타난 콘텐츠의 창작-유통-소비 구조의 변화와 그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 콘텐츠IP에 대한 주목의 배경에는 미디어 단위의 수용자 상품화의 한계를 극복하는 팬덤 중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성장이 자리잡고 있다. 규모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결국 모든 콘텐츠IP 기업들은 IP와 팬덤의 매니지먼트와 세계관 구축을 위한 콘텐츠 연계, 라이선싱 비즈니스 확장을 기본적인 모델로 삼게 되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콘텐츠의 연계 소비가 확대되고, 실감 기술을 통한 현실-가상의 경계가 약화될 수록, 이러한 셀러브리티와 캐릭터의 경계는 점차 흐려질 것이다. 즉 캐릭터-셀러브리티IP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 속에서 등장한 '뉴-노멀(new normal)'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가상의 세계에 대해 현실과 동등한 수준의 가치를 부여하는 '메타버스'의 시대가 도래한다면, 이러한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 놓인 존재로서 캐릭터-셀러브리티IP의 역할 역시 중요해질 것이다. 콘텐츠IP 분야의 성장 역시 캐릭터-셀러브리티IP의 활용에 달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캐릭터-셀러브리티IP의 성장을 위해선, 캐릭터로서의 측면과 셀러브리티로서의 측면을 모두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캐릭터 기업에겐 매니지먼트의 역량이, 셀러브리티 사업자에겐 라이선싱 비즈니스의 역량이 필요한 것이다. 캐릭터-셀러브리티IP에 대한 관심을 계기로 한국의 콘텐츠IP 산업에 융합을 통한 성장의 기회가 마련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