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플랫폼이 진화하고 있다. Kpop 아티스트의 글로벌 팬덤이 확장하는 가운데, 팬덤의 활동을 플랫폼으로 묶어주며 이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사업자들의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소규모 창작자들에게 구독 형태의 후원자를 모아주는 플랫폼도 나름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팬덤 테크(fandome tech)가 아티스트와 팬덤의 연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산업과 문화 향유의 지형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가속화하는 대형 팬덤 플랫폼의 성장
가장 변화가 가시적인 곳은 코로나19 이후 확대되는 라이브 영상과 팬덤 활동을 연계하는 플랫폼의 성장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빅히트의 팬덤 테크 플랫폼 '위버스'다. 위버스는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공연 환경 속에서 BTS의 라이브 공연 플랫폼으로서 입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또한 BTS만의 팬덤 플랫폼을 넘어서 다른 아티스트들의 팬덤이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BTS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 비즈니스' 차원의 사업 다각화라고 볼 수 있다.
네이버의 브이라이브도 코로나19를 통해 라이브 공연과 팬덤의 활동을 결합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유료 팬 플랫폼 ‘팬십’을 선보인 데 이어, 2020년부터는 SM엔터테인먼트, JYP와의 협업에 기초해 라이브 공연 ‘비욘드 라이브’를 진행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내년부터 자사의 팬 커뮤니티를 브이라이브의 팬십으로 일원화하기로 결정했다(양성희 2020.12.3.). KPOP 기획사와 플랫폼 기업이 팬덤 테크 영역에서 협력하며 플랫폼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 기업 엔씨소프트도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2021년 초 글로벌 출시할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 11월부터 사전예약을 시작했다. 유니버스는 AI 기술에 기반한 프리이빗 콜 기능, 아티스트가 참여해 캐릭터를 꾸미고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 있는 스튜디오 콘텐츠 등 IT 기반 서비스의 방향성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연합뉴스, 2020.12.8.).
이러한 팬덤 플랫폼의 성장은 향후 음악 산업과 공연 문화의 변화에 대한 고민을 안겨준다. 콘텐츠 IP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 하에서 팬덤의 경제적 가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간주된다. 다만, 이러한 팬덤 경제의 중심성을 어떻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전략은 구체화되지 않았고, 공연이 수익의 핵심을 차지하는 구조 속에서 팬덤 플랫폼은 부가적인 영상 유통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개별적인 팬덤들의 활동은 다수의 인터넷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파편화되어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팬덤 활동의 중심을 차지하는 '공연' 산업이 영상을 기반으로 플랫폼으로 옮겨오게 되면서, 이들 플랫폼은 Kpop 팬덤 커뮤니티의 중심적 역할로 부상하게 되었다.
이러한 전환은 기존에 팬덤의 자발적 활동에 해당하는 커뮤니티 활동의 상당 부분을 해당 플랫폼의 경제적 가치로 전유하는 것이란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연 영상을 중력으로 삼아 팬덤이 특정 플랫폼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이루고, 이 구조 안에서 다양한 IP비즈니스가 전개되는 변화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음악 산업의 무게 축을 이동하면서, 플랫폼이 팬덤의 놀이-노동(강신규, 이준형, 2019)의 전유를 본격화하는 시작점인 것이다.
창작자와 팬덤의 직접 만남을 돕는 D2C 플랫폼의 가능성
팬덤 플랫폼의 활용이 대형 KPOP 아이돌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소규모 창작자들이 직접 팬덤과 소통하고 후원을 받을 수 있는 D2C(Direct to Consumer) 지향의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팬덤 비즈니스의 지형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기존 팬덤의 후원 구조는 라이브 영상을 중심으로 하는 트위치, 아프리카TV, 유튜브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특히 트위치는 팬덤의 활동을 가속화하고, 이를 실제 후원 수익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바탕으로 게임 분야의 인기 스트리머들의 핵심 팬덤 플랫폼으로서 진화한 바 있다(변혜린, 유승호, 2019). 한국에선 아프리카TV가 라이브 영상 플랫폼으로서의 유사한 입지를 가지고 있었고, 유튜브도 이러한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구독과 멤버십, 슈퍼챗 등의 크리에이터 후원 기능을 강화해나갔다. 다만, 플랫폼의 성격상 영상 기반의 크리에이터로 커뮤니티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이 한정되어 있었다.
최근 새롭게 부상하는 플랫폼들은 크리에이터와 팬을 구독과 후원의 방식으로 직접 연결해주는 D2C 플랫폼의 역할을 하되, 그 장르적 다양성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한다. 해외의 플랫폼으로는 패트리온(Patreon)과 같은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국내에선 포스타입(POSTYPE), 그라폴리오(Grafolio), 팬딩(fanding) 등의 서비스들이 크리에이터와 팬덤을 연결시키는 서비스로서 입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크리에이터-팬덤을 연결하는 D2C 플랫폼의 확장은 과거의 시장 구조에서 존속하기 어려운 소규모 크리에이터들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서비스란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또한 장르적으로도 웹툰, 웹소설, 일러스트레이션, 캘리그래피 등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팬덤 기반의 문화예술 향유 기반에 대한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고 볼 수 있다.
팬덤 테크가 바꾸는 문화콘텐츠 생태계의 가능성과 우려
이상으로 대규모 팬덤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전유하는 플랫폼의 진화와, D2C 커뮤니티의 구축을 통해 소규모 크리에이터의 존속 가능성을 높이는 새로운 팬덤 플랫폼의 가능성을 나누어 살펴보았다. 이에 대한 시사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콘텐츠 산업에서 팬덤을 조직화하는 기술과 서비스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팬덤 활동은 산업의 생태계 바깥에서 자발적인 놀이의 형태로 존재했지만, 콘텐츠IP 비즈니스의 성장 과정에서 일종의 놀이-노동으로서의 변화하고 있다. 팬덤 테크의 발전은 이러한 팬덤 활동을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시키는 시도를 강화해나갈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팬덤 활동의 자발성과 창발성을 플랫폼 기업이 전유하게 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부분도 존재한다. 팬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기업의 상업적 이익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나타날 변화들의 성격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두 번째로, 이러한 팬덤 플랫폼은 비대면 소통 시대에 새로운 콘텐츠 소비-향유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공연 산업의 위축은 팬덤 플랫폼을 통한 영상화된 공연 소비의 확대라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향후 문화예술 공연 생태계 역시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는 반드시 우려할 부분만은 아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예술-콘텐츠 분야의 주인공들이 나올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플랫폼이 기존의 공연 예술 분야의 향유 기반인 '공연장'을 점차 대체해나갈 때 생겨날 수 있는 소외와 편중의 문제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문화 향유의 기반이 빅 테크 기업의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편될 때, 향유의 공공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문화정책적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팬덤 플랫폼이 만들어낼 소규모 창작자 후원의 활성화 방향성이다. 구독 기반의 팬덤 커뮤니티 플랫폼은 기존의 크라우드 펀딩 등의 후원 구조가 가지고 있던 일회성과 같은 한계를 해결해주고 있다. 특히 이러한 D2C 플랫폼은 기존의 대형 사업자 중심의 유통 과점이 가져올 획일화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다만, D2C 플랫폼의 성장 과정에서, 여전히 부정적 이슈들의 발생에 따른 성장의 제약이 나타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해외의 D2C 팬덤 플랫폼에 대해 제기되는 성인물 유통과 관련된 논란은 해당 플랫폼의 존재의 정당성을 지속적으로 흔들 수도 있다. 향후 D2C 기반의 팬덤 플랫폼의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저변의 확대와 적절한 제도적 틀을 만들어내는 노력들이 필요할 것이다.
▮ 참고 문헌
강신규, 이준형 (2019). 생산과 소비 사이, 놀이와 노동 사이 : 〈프로듀스 48〉 과 팬덤의 재구성. 한국언론학보, 63(5), 269-315.
변혜린, 유승호(2019). 슈퍼 팬덤의 커뮤니티, 트위치: 특화하고, 장악하라. 북저널리즘.
양성희(2020.12.3.). 팬 전용 놀이터 ‘팬 플랫폼’을 잡아라, 중앙일보.
“엔씨 K팝 플랫폼 ‘유니버스’ 사전예약 186개국서 100만 명 등록”(2020.12.8.),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