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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민 Jul 20. 2016

건강검진 하듯, IP권리에 대한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

'IP감수성'의 증진과  법률 서비스의 역할: 이승진 변호사와의 인터뷰

콘텐츠 지식재산(IP)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은 이를 어떻게 보호하고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늘어남을 의미한다. 콘텐츠IP는 무형의 자산이기 때문에 그 실체와 범위, 보장의 방식 등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콘텐츠IP란 말이 많이 쓰이지만, 실제 그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수 있을지, 그 법적 보장의 근거는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획득/보호 되는지 등에 대해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IP와 관련된 법률 서비스의 역할은 이 지점에서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법률 서비스의 문턱은 높게 느껴진다. 누구를 통해야 할지, 실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도 알기가 어렵고, 당장의 필요성도 느끼기 쉽지 않다.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법적 수요는 주로 분쟁이 발생한 이후에 집중되어 있다. 비용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고가 나기 전에는 이러한 비용에 대해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콘텐츠 IP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법률적 측면에서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이승진 변호사를 만났다. 이승진 변호사는 법무법인 리앤킴의 파트너 변호사다. (참고: 이승진 변호사를 소개합니다) 그는 법무법인 세종에서 지식재산권과 미디어 콘텐츠 분야의 분쟁 해결에 참여하는 등 다수의 경험을 갖추고 있다. 특히 연세대학교 창업지원단과 MOU를 통해 스타트업에 대한 법률 자문을 지원하는 등 스타트업이 겪는 법률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IP권리에 대한 사전 교육과 자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창업 초기부터 지식재산관 관련된 법적인 요소에 대해 든든한 자문을 받을 때, 불리한 계약 등의 시행착오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법률 자문은 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가?
이승진 변호사(이하 생략): "주로 투자 받을 단계에서 투자 계약서 검토하고 협상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실제 협상에도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 사례 중 하나로, 특허를 출원 중인 기업에 대한 투자 계약서 작성을 자문한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 기술력을 목표로 한 투자의 경우, 해당 기술을 활용하여 다른 회사와 계약하는 사례 등을 사전에 차단하려 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의 실효성이나 수익 올릴 가능성 높이기 위해 이를 계약서에 명시하려는 것이다. 이때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자문을 한다면, 이러한 장치가 지나치게 과도하지 않도록 대응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해당 건의 경우 이미 투자 전에 기술 라이선스 계약 형태로 타 업체와 mou단계에 와 있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은 인정받을 수 있도록 계약서에 해당 내용이 담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스타트업에 대한 한국의 법률 지원의 필요성은 어떻게 보는가?
"스타트업이 법률 자문을 초기부터 잘 받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아무래도 자금이나 접근성 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인큐베이팅을 제공하는 곳에서 투자사 쪽 변호사를 통한 자문이 많다. 이렇게 법률 지원에서 소외된 스타트업 같은 경우에 자문 받지 못하고 불리한 투자 계약임을 잘 모르고 체결하는 경우 많고, 실제로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법률자문 받는 것에 대해서 주저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이건 대부분의 기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분쟁 전 단계엔 비용 지출을 꺼려한다. 아직 지식재산권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문화가 많다. 그래서 법률 서비스를 맡길 단계가 되면 이미 기업 입장에서 중대한 위기 상황인 경우가 많다. 즉 분쟁 단계에서 법률적 자문을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전에 자문을 받는 사례가 많지 않다."


"어떻게 보면, 법률 서비스에 대한 가치가 잘 와닿지 않아서일 수 있다. 법률 자문을 미리 받는 것은 건강검진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 미리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으면 심각한 질병을 미리 예방하고 초기에 치료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검진도 법적으로 의무화 되기 전엔 잘 필요를 못느끼지 않았나. 법률도 문제 발생 이후에 찾는 것 보다 사전에 자문을 통해 준비한다면 더 탄탄한 대응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콘텐츠IP를 보호하기 위해 미리 할 수 있는 노력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실재 지재권과 관련된 법적 분쟁은 문화적 요소, 사회적 요소들이 많이 반영된다. 인지도나 마케팅 유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저작권 침해의 판단에서 중요한 것은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인데, 의거성이란 그것을 베낄 의도와 가능성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 경우, 해당 저작물에 대한 인지도, 명성 등이 의거성 판단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친다.

이는 상표권 분쟁도 마찬가지다. 상표권에서는 식별력이 중요한데, 1심에선 인정되지 않았던 식별력이 2,3심으로 가면서 인정되는 경우들이 있다. 이때 마케팅에 들였던 노력의 구체적인 증거들이 판단에 반영된 사례가 있다. 소비자에게 얼마나 널리 알려진 상표였는지,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한 증거들이 확보되면서 상표권 침해에 대한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사전에 인지도나 명성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과, 이에 대한 증빙을 준비해 놓은 것도 좋다. 소비자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나 광고 집행 자료 등은 좋은 자료가 된다."

이러한 분쟁 경험들에서 나온 인사이트를 나누는 교육도 있는가?
"제가 창업지원단에서 시도하려는 내용도 이런 사례를 바탕에 두고 있다. 최근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면서, 이런 교육들이 과거보다 많아진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지식재산권 관련된 충분한 경험을 쌓은 분들을 만나는 일은 여전히 문턱이 높은 부분이 있다. 침해 중심으로 법률 서비스를 받다 보니, 주로 대형 법무법인에 지식재산권 관련 법률 의뢰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고, 여기에 계신 분들은 아무래도 비용적 측면에서 스타트업 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조금 더 이런 저변이 넓어져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콘텐츠IP의 활용을 활성화 하는데 있어서 법률 서비스의 역할은 무엇일까?

"산업적 측면에서의 활용은 당연히 기업가 분들이 더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그 기반에는 법률적 체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IP에 대한 개념과 보호의 범위, 법적 대응의 방식 등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면 이를 바탕으로 더 창의적인 사업의 아이디어들이 나오게 될 것이다. 정책적으로 IP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도를 높이는 교육이나 자문 서비스가 활발히 제공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 중에서 자기들의 법률 자문 비용 지출되었을 때, 세제 혜택이 있다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최근 IT 분야에서는 오픈소스의 활용이 많아지고 있는데, 각각의 라이선스 조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사업을 진행하다 난감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특히 오픈소스의 라이선스 조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 계약서를 작성한 경우, 라이선스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온전히 해당 스타트업이 감당하는 등의 사례도 있었다. IT스타트업들이 이러한 지식재산권 지식들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법률적 도움을 받으며 활발히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



콘텐츠IP의 활용을 위해선 IP가치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IP감수성'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창작자나 사업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IP를 활용하려고 한다면, 자신이 보유한 IP의 구성요소, 분쟁에 대한 대비, 계약의 방식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IP의 법률적 기반에 대한 이해와 이에 기초한 실질적인 전략의 수립이다.


보통 사람들이 이런 법적인 지식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법률 서비스는 바로 이런 한계를 극복하게 해준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높은 이해를 갖고 있는 변호사와 사전에 법률 자문이나 상담을 통해 사업을 준비해나간다면, IP에 대한 탄탄한 기반을 초기부터 다질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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