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라이선싱워크숍 후기+인사이트
2021년 10월 6,7일 이틀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최한 '2021 라이선싱 워크숍'에 발표자와 모더레이터로 참여했다.
내 발표를 포함해서 총 8번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진 워크숍의 모더레이터였기 떄문에, 발표 내용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토론을 위해 집중하며 인사이트를 얻고자 노력을 많이했던 행사였다. 무엇보다, IP 분야의 흥미로운 경향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 제일 큰 개인적인 성과였다.
라이브로만 공개된 행사여서 다른 기록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서, 아래에 그 경험을 간략히 정리해본다.
https://www.licensingcon.co.kr/page/workshop
먼저 스파오 콜라보팀의 차수정MD님과 김세은 팀장님의 발표. 스파오의 콜라보 성공 사례를 7년의 경험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콘텐츠 확장, 아이템 확장, '일하는 법'으로 나누어 말씀해주셨다. 제일 인상깊었고, 질문도 많이 나왔던 부분은 바로 '일하는 법'. 디자이너, MD,생산, 마케터가 하나의 팀(셀)이 되어 긴밀히 소통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의사결정 구조와, 팬덤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덕력'의 보유자들의 감각과 진정성이 결합된 결과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었음을 보여주었다. 콜라보가 SPA로서 스파오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축이 되어있으며, 일종의 IP와의 협력을 통한 새로운 팬덤 경험 제공의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다음은 오렌지디의 이화진 실장님의 발표. 시각화, 삶과의 오버랩, 확장과 기획이 가능한 가능성을 가진 이야기들의 중요성을 말씀해주셨다. 이야기IP의 확장을 고민해야 하는 입장에서의 고민이 잔뜩 담긴 강의였다고 생각한다.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이란 말을 쉽게 하지만, 실제 미디어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되기 위해서 가져야 하는 덕목이란 결국 매체성의 현재 특성(시각화 기술의 혁신 트렌드)과 연결될 수 밖에 없고, 웹소설 시장의 장르적 한계(혹은 폐쇄)를 넘어설 수 있는 보편성을 내재한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첫날의 마지막은 와디즈의 전주현 PD님의 발표였다. 와디즈가 IP라이선싱 분야로 확장하면서 나타난 변화와 가능성을 볼 수 있는 발표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와디즈가 IP확장의 가치사슬에서 현재의 위치와, 앞으로의 확장에 대한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지금 와디즈는 팬덤이 원하는 IP경험이 무엇인지를 서로 발견할 수 있는 '팬덤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고, 이를 특히 '데이터'로 제공해줄 수 있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다. 이런 데이터 기반과 IP홀더와 메이커들의 네트워크를 자산으로, 더 큰 IP생태계의 확장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거란 생각을 할 수 있는 발표였다.
둘째 날의 첫 강의는 토이저러스의 김경근 팀장님의 발표였다. 태권V 피규어, 재믹스 등 레트로 키덜트 트렌드를 선도했던 분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날은 중소IP의 성장을 위한 유통/벤더 입장에서의 실질적 팁들을 강조해주신 것이 인상적이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상품 개발에 앞서 어디에 유통될 것인지에 대한 준비를 먼저 하고, 초기 비즈니스는 마케팅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점, 그리고 '완구'는 팬덤 비즈니스에서도 '코어'한 분야이니 초기 상품은 다른 실용성을 갖는 '문구'나 '식품'으로 접근하는 필요를 말씀해주신 것이었다. '성장'을 위한 현재 IP의 단계에 대한 인식과 로드맵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배울 수 있는 강의였다.
둘째날의 두번째 강의는 대한제분의 김익규 마케팅본부장님의 발표였다. 곰표 브랜드가 어떻게 리브랜딩되고, 굿즈 콜라보를 확장해왔으며,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성으로서 곰을 뒤집은 '문'을 여는 흐름을 전체적으로 잘 정리해주셨다. 사실 다른 것보다, 브랜딩의 몇가지 원칙들에 있어서의 실제적인 적용과 실천을 잘 보여주신 것이 인상적이었다. 콜라보의 실무적 어려움과 아이템 선정의 원칙 등에서 곰표 브랜드의 가치를 팀 전체가 어떻게 내재화하고 실제 콜라보 과정에서 이 원칙과 파트너의 해석과 참신함을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개인적으론 첫날엔 주로 젊은 패기와 덕심에 기초한 에너지를 만났다면, 김익규 본부장님을 통해선 브랜딩 분야의 '내공'을 만난 것 같아 스스로도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다음은 케이비전 김현경 대표님의 에스더버니 IP 성장의 사례 발표였다. 아티스트 브랜드인 에스더버니를 팝업 스토어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성장시킨 2년의 여정을 잘 볼 수 있는 과정이었다. 아티스트의 예술성이 에이전트의 참여를 통해 사업화되고, 브랜드가 표준화되며, 새로운 확장의 가능성을 만나는 '성장 서사'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IP의 성격에 맞는, 이러한 성장의 로드맵과 적절한 전략들을 구사해야 한다는 내용도 기억에 남는다. 아티스트와 에이전트가 IP에 대한 애정과 고민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고, 그 세계관과 특성을 충분히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한발 한발 성장을 위한 전략들을 이어가는 것이 가진 힘을 느낄 수 있는 강의였다.
마지막 발표는 청강문화산업대학교의 문아름 교수님의 웹툰IP 확장 사례와 그 흐름에 대한 내용이었다. 웹툰IP가 확장될 때, 매체의 특성에 따라 요구받는 요소들이 다르다는 것, 이러한 감각이 창작자에게 점점 더 많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을 '다시쓰기(각색)'의 시대에서 '덧붙여쓰기'의 시대로 넘어가는 것이라 강조하신 부분에서, 이러한 덧붙여쓰기가 가능한 이야기의 구조나 창작자의 역량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디즈니플러스에서 '무빙'을 시작으로 강풀 유니버스의 확장이 계속될지에 대해 기대해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주신 것도 좋았다.
첫날의 강연들과 둘째날의 강연들에서 일관되게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IP의 가능성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발견'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팬덤의 규모와 범위가 확장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선 IP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사람과의 협력과 교류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그것이 콘텐츠 장르의 확장이든, 아니면 상품화와 라이선싱을 통한 일상에서의 IP경험이든, 팬덤의 마음과 아티스트의 마음 사이에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새로운 경험의 확장을 통해 발굴하려는 노력들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은 이번 워크숍을 통해 얻은 제일 중요한 생각이었다.
그리고 스파오도, 와디즈도, 토이저러스도, 일종의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이제 '브랜드'와 IP 경계는 명확하지 않고, '광고'와 '마케팅'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IP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팬덤이 되고, 그 힘으로 여러 즐거움과 경험을 확장하는 중요한 중심의 접점이 되어가고 있다. 이 접점이 있는 어디에서라도, 이 비즈니스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은 발굴되고 발전할 수 있다. 이런 변화를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들이 새로운 시대의 '한국적 IP생태계'를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제작위원회는 미디어-완구 회사 중심의 제한된 생태계였다면, 우리는 디지털 마케팅 시대의 새로운 IP융합 속에서의 이종간 협력의 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무언가 다른 생태계가 구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앞으로의 IP생태계를 콘텐츠 뿐 아니라 더 넓은 시야로 지켜봐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