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성민 Jun 02. 2022

작은 IP의 성장이 중요하고, 가능한 이유

중소IP 활성화를 위한 제언 #N콘텐츠

*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행하는 'Ncontent' 23호에 '중소IP, 너도 할 수 있어'란 제목의 기사의 발행된 바 있습니다. 편집 과정에서 다소 거칠게 작성된 내용을 좀더 대중적으로 다듬어서 발행되었는데요. 개인적인 글의 아카이브 역할을 하는 브런치의 특성을 고려해서, 여기엔 처음 작성된 원문에 나중에 추가된 정책 방향 부분을 더하여 업로드 합니다.

(Ncontent 기사 보러가기)

--


IP비즈니스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빠지지 않는 표현 중 하나가 ‘슈퍼IP’이다. 세대를 뛰어넘어 지금도 품절 대란을 불러일으키는 ‘포켓몬’이나, 코로나19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관객 수를 늘려나가는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와 같은 작품들은 슈퍼IP의 힘을 잘 보여준다. 문제는, 슈퍼IP만이 IP생태계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IP가 슈퍼IP가 될 순 없고, 모든 사람이 슈퍼IP만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또 슈퍼IP 전략만이 IP비즈니스를 위한 유일한 정답이라 볼 수 없다. 


변화된 미디어 콘텐츠 환경에서 중소 IP들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노력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검토하고 논의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이를 위해 중소IP가 만들어내는 다양성의 가치와 중소 IP의 성장을 돕는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 환경의 특성을 논의하고, 풍성한 IP 생태계를 위한 노력의 방향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IP 생태계의 다양성지속가능한 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

콘텐츠 산업 성장의 과정은 늘 대형 콘텐츠로의 쏠림과 다양한 콘텐츠로의 분화란 양쪽의 방향이 교차하며 나타난다. 단기적으로는 많은 이가 소수의 콘텐츠에 열광하지만, 이렇게 열광을 만들어내는 팬덤의 취향은 빠르게 변화하기 마련이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지금의 미디어 콘텐츠 환경에서, 이는 일종의 리스크 요인이 된다. 


이를 해결하는 전략 중 하나는 다양성을 위한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다. 중소IP 들은 ‘종 다양성’의 관점에서 콘텐츠 산업의 역동성을 만들어내는 소중한 존재다. 높은 ‘종 다양성’을 갖춘 생태계가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에 유리하듯, 중소IP가 만들어내는 다양성은 빠른 변화에 대한 적응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된다. 다양한 크고 작은 IP가 공존하는 가운데서 다음 시대를 주도할 잠재적인 슈퍼IP가 준비될 수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들을 만족시키는 IP들이 공존하는 환경은 새로운 시대의 슈퍼 IP 탄생을 위해 필수적인 조건이다.


중소IP는 IP비즈니스의 산업적 저변을 넓히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양한 중소IP 기반의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면서, IP에 대한 이해를 가진 인력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IP비즈니스의 고도화를 위해선 IP관련 법률 지식과 라이선싱 등에서의 전문성을 가진 인적 자원이 매우 중요하다. 즉, 다양한 중소IP가 공존하는 토대 위에서 콘텐츠IP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도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중소IP의 가치는 이용자의 문화적 만족이란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중소IP는 콘텐츠 산업에 다양성을 공급하는 가장 핵심적인 자원이라 할 수 있다. 슈퍼IP라 하더라도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사람들은 이제 미디어 앞에 모이기 보다, IP를 중심으로 팬덤 기반의 커뮤니티를 구성한다. 서로 다른 취향에 대한 존중을 확인하고, 자기만의 IP를 즐기며 문화적 경험의 깊이를 만들어낸다. 즉, 다양한 중소IP가 만들어내는 경험의 깊이 들은 콘텐츠 산업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중소IP의 지속가능성을 열어주는 탈규모의 경제의 가능성

중소IP들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는 새로운 산업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크리에이터와 IP, 그리고 팬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빅크’는 크리에이터 스스로가 IP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준다. 크리에이터가 자신만의 브랜드 맴버십 페이지를 손쉽게 만들 수 있게 해주면서 팬덤과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IP 수익을 확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비스테이지(b.stage)’는 팬덤 비즈니스를 위한 플랫폼을 보다 작은 크리에이터들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하면서 중소규모의 IP들도 데이터 기반의 팬덤 연계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모두, 누구나 크리에이터로 성장하고, 자기만의 작은 IP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로 이어갈 수 있도록 기술적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헤먼트 타네자(Hemant Taneja)와 케빈 매이니(Kevin Maney)가 공저한 ‘언스케일(Unscaled)’은 디지털 플랫폼 기술이 열어준 ‘탈 규모의 경제’의 가능성을 지적한다. 플랫폼 기술은 과거에 대형화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던 자원의 연계를 가능하게 해주면서, 작은 규모의 비즈니스도 지속가능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 사실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유튜브를 통해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유튜브는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에게 수익의 기회를 만들고 이들의 팬덤과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그 결과 다양한 창작자들이 콘텐츠를 통해 계속 성장하고, 공존할 수 있는 콘텐츠 생태계가 마련될 수 있었다. 다양한 중소IP들이 공존하며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슈퍼IP만이 생존하는 획일성의 가치보다, 다양한 중소IP들이 공존하며 만들어내는 역동성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중소IP가 함께 성장하는 풍성한 IP생태계를 위한 노력

콘텐츠IP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건강한 IP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중소IP들이 공존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일 것이다. 


먼저, 중소IP에게 필요한 것은 IP의 생명력을 더 오래 이어갈 기회를 확보하는 일이다. 소수의 마니아, 즉 ‘찐팬’이 형성된 매력 있는 IP라 하더라도, 이들이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선 더 다양한 작품 활동을 통해 팬덤과의 접점을 늘려나가야 한다. IP의 매력을 팬들에게 전달하는 기회는 하나의 장르로 한정되지 않는다. 작지만 매력있는 IP들이 더 다양한 팬들을 만날 수 있는 ‘장르 확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지원들이 필요한 이유이다.     


팬덤과 소통할 수 있는 역량도 IP의 성장에 있어서 중요하다. 음악 시장에서도 매력적인 음악과 아티스트의 힘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팬덤과의 관계 형성의 문제로 기회를 놓치는 사례들을 자주 볼 수 있다. IP 성장을 위해선 팬덤의 관심을 환기하고, IP에 대한 팬덤의 목소리를 수용하며, 팬덤의 저변을 넓혀나갈 수 있는 전략적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팬덤과의 연결을 돕는 플랫폼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새로운 기술 기반의 서비스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된 교육과 활용 지원 들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중소IP의 성장을 가로막는 중요한 장벽 중 하나는 IP비즈니스에 특화된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팬덤과의 소통은 물론 IP의 장르 확장, IP 활용 상품의 기획 개발, IP권리의 확보 및 보호 등 새로운 직무를 담당할 인재가 필요하다. 산업 전체에서 IP 특화 전문 인력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취업과 연계된 방식의 IP비즈니스 특화 인재 육성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또 콘텐츠 이용자의 풍성한 문화적 경험을 위해서는 슈퍼IP와 중소IP가 공존하는 다양성을 갖춘 건강한 IP 생태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중소IP의 성장을 돕는 과정을 통해서, 산업 전체의 IP비즈니스 역량도 한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중소IP의 성장을 통해 보다 풍성한 IP생태계의 역동성이 마련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