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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슈퍼거북

놀이터에서 모래놀이 하던 어느날,

옆에서 어떤 남자아이와 엄마가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빤히 보던 아들, 4살이지호가 갑자기 물었다.


"엄마, 엄마는 달리기 못하지..?" 

달리기를 곧잘해서 뛰는걸 좋아하는 아이다. 또래친구가 엄마와 다정하게 뛰는모습이 부러웠나보다


두세살 때부터 엄마가 휠체어 타는 모습을 봤고,

같이 살게 되어서부터도 늘 넘어지고 절뚝거리는 느린엄마를 봐온 아들이 말 트고나서도 한번도 얘기한적 없던 엄마의 불편함을 이야기하다니..!

실로 충격적이었지만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는 없었다.

나의 자존감이 꽤나 올라온 시기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지호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함께 달릴 수 있다는 걸 알려줄 수 있을까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지호가 그시기에 좋아하던 '슈퍼거북' 책이 생각났다.

'슈퍼토끼'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슈퍼토끼가 거북이와의 경주에서 져서 달리기라는 소리만 나와도 챙피해 하고, 토끼를 이긴 거북이는 슈퍼거북으로 불리게 되는 내용의 이야기 책이다.


"맞아..엄마가 다리가 아파서 빨리는 못달려.. 어쩌지

근데! 엄마는 엄청 느리게 달릴 수는 있다?슈퍼거북이야~! 거북이가 결국 이기는 거 알지?경주해볼래?"


못달린다는 말에 잠시 풀이 죽었던 지호는 경주하자는 말에 들떠서 달리기 준비자세를 멋지게 잡았다.


속으로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열심히 걸었다. 지호는 슈퍼토끼처럼 빠르게 달렸고, 결승선을 통과하더니

 "엄마, 봐봐~ 슈퍼토끼가 이기지?"

한바퀴 달리고 나니 숨이 차며 기분이 좋아진 지호가 으쓱해했다.

나는 엄지를 치켜들고

"우와~슈퍼거북도 지호슈퍼토끼는 이길수없네~

슈퍼토끼가 중간에 쉬지 않고 진짜 잘달리는구나

슈퍼거북도 끝까지 잘 달렸는데 아쉽다"


일부러 져 준 것을 티나지 않게 그리고 지호의 의기양양한 기분을 망치지 않게 얘기해주었고,

신이 난 지호는 한동안 나를 거북이라고 놀려댔다.


나는 그런 놀림이 너무 좋았다..

아픈 엄마를 다르게 보지않고 친근해하는 지호가 대견하고 고마웠다.

슈퍼거북이 된 날, 나도 지호도 상처받지 않고 한 걸음 더 성장한 뿌듯한 하루를 보냈다.


"지호는 어쩜그렇게 빨라~?진짜 슈퍼토끼야?"하고 능청스럽게 묻는 내게

"엄마 이쪽 다리가 약해서 그렇지~ 골고루먹고 운동많이하면돼"하고 희망을 주는 어린아들이다.


지호는 나의 불편함을 아프다고 표현하지 않고 약하다고 말해준다. 못움직인다고 말하지 않고 강해질수있다며, 약할 뿐이라며 의사보다 훨씬 나은 처방을 한다 ㅎㅎ


이런 지호의 모습을 보는 어른들은 말씀하신다.

"엄마가 아프면 애가 일찍 철든다더니~"


옛 말 틀린거 하나 없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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