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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잘 때 굴러다니는 이유

뇌가 고장나고 달라진게 있다면

발달단계의 아이들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뇌졸중 환자들은 뇌가 리셋되기 때문에 회복단계가 신생아의 발달과 성장에 비유되기도 한다. 모든 것을 새로 배워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배우는 대로 습득하는 아이들과 다르게,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서 습득이 잘 되지 않는다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리아들은 뇌졸중 5년차인 나와 동갑이다.

아이가 태어난지 6개월만에 내가 쓰러지는 바람에 아들의 나이와 나의 재탄생 햇수가 같다.

물론 정상발달을 하는 아들의 발달속도가 나의 회복속도보다 어마무시하게 빠르지만, 아들이 발달하면서 보이는 양상들이 내게도 나타난다.


요즘은 5살짜리 아들이 자면서 휘두르는 발길질에 맞는것이 일상이다. 왜이렇게 가만히 못자고 굴러다니는지... 일주일에 한두번은 고장난 바퀴처럼 구르다가 침대아래로 '쿵'하고 떨어져 놀라서 깬다.


편마비 5년차인 나. 요즘은 잘 때 내가 그런다. 다리를 휙 돌리고, 팔을 휙 돌리고. 가끔은 굴러다닌다. 아들과 엉켜가며 서로 제갈길 굴러가느라 부딪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우리 둘과 함께 자는 남편이 피해자다. 아들은 작기라도하지, 나는 크고 무겁기까지 하니 말이다.



발병 4년차까지도 잘 때는 꼼짝않고 잤다. 발병 이후로는 어떻게 자도 불편했다. 마비된  몸의 반쪽이 중력에 대항하지 못하고 중력을 그대로 받아 반쪽만 계속 늘어지고 무겁다. 그 무게를 오른쪽 몸이 감당하려니 힘든 것이다. 그렇게 잘때마다 불편감을 느낀다.  마음이 편하면 몸이 불편하고, 몸이 편한 날은 재활이 안되는건가하고 마음이 불편하고. 이러나저러나 불편한 상황에서 잔 기간이 벌써 만으로 4년이다.




요즘은 잘때 동작이 크게크게 나오고 심하면 구르다가 침대로 떨어지기도 하는데, 이유를 알았다..!




"작은 조절이 안되서!"



나는 깨어있을때도 작은 움직임이 되지 않는다. 큰 근육을 쓰는 팔돌리기같은 큰 움직임들은 되지만, 손가락으로 잡거나 손안에서 일어나는 작은 움직임이 되지 않는다. 잘 때도 똑같은가보다.



사람이 한자세로 가만히 누워서만 잠을 잔다? 누구도 쉽지 않을 것이다. 자는동안 미세한 움직임을 통해 다리, 허리, 팔의 위치 등을 편한자세로 바꿔가며 잘 것이다. 그 움직임이 매우 작아 가만히 누워서 자는것처럼 보이겠지만 잠들때부터 깨어날때까지 완전히 똑같은 자세로 자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마 나도, 편한자세를 위해. 잠결에 자세를 바꾸는 것일텐데 마비로 인해 작은 움직임이 되지 않다보니 상대적으로  많이 회복한 큰 근육들에서 큰 움직이 나오면서 험하게 자게 되었다고 본다.


우리 아들도 마찬가지일것이다. 5살, 혹은 그 이하 유아들이 정상적으로 움직일수는 있어도 성인에 비하면 미세한 움직임을 조절하는 것이 어려운, 성장단계에 있는 아이들이다. 그래서 우리 아들도 자면서 나를 발로차고, 팔로 때리고,굴러다니다 떨어지고 그러나보다.



아들도,나도,발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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