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재활(족하수 개선)
뇌출혈 발병 이후 4년이 된 지금까지도 나를 괴롭히는 부위는 바로 발목이다. 뇌졸중을 겪으며 가장 크게 얻은 교훈 및 반성하는 것은 어린 날, 젊은 날의 내 몸을 바르게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인즉슨, 뇌졸중으로 신체 마비가 되면 모든 움직임을 새로 익혀야 하는데 바른 자세와 정렬에서 기능이 가장 잘 나오고, 후유증 회복에 있어 바른 자세가 필수요소이다. 발병 전의 생활 습관이나 움직임 양상 등에 따라 회복되면서 나타나는 모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발병 전 키가 작다고 생각했던 나는 하이힐을 즐겨 신었다. 대학4년 내내, 입사해서도 하이힐을 꼭 신고 다녔으니 말이다. 어린 시절 달리기 하다가 발목을 다친 후로 나는 습관성으로 발목을 접질리곤 했다. 거기다가 하이힐을 많이 신으면서 또 발목이 약해졌고 후천적 평발까지 생겼다. 발목이 약하고 평발이 있는 상태에서 마비가 되니 나의 발목은 당연히 제기능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히 꾸준히 운동해서 지금은 발목이 꽤 좋아졌지만 아직도 발목보호대나, 지팡이 없이는 외출을 할 수가 없다. 보조 도구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 탓도 있지만 그냥 나가면 발목을 또 접질릴 수 있기 때문에 부상 방지를 위해 최대한 조심하는 편이다. 부상은 재활을 더디게 만드는 가장 안 좋은 요소이기 때문이다.
발병 초기에는 발목의 중요성을 전혀 알지 못했다. 서 있는 일이 거의 없으니 발목을 어떻게 쓰는 지는 당연히 몰랐다. 보행연습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걷게 되면서 발목이 늘 문제였다. 일주일에 한번 꼴로 걷다가 넘어져서 낙상 위험 딱지를 수차례 받았다.(병원에서 낙상여부를 표시하는 스티커로 낙상하면 치료사에게 조심하라고 알려주는 차원에서 환자팔찌에 낙상했다는 표시를 한다)
편마비로 인해 균형 감각이 떨어져서 넘어지기도 하지만, 걷는 중에 발목이 접질린 걸 모른 채로 접질린 발을 그대로 딛다 보니 넘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반복되는 발목부상으로 가뜩이나 약한 발목이 쉽게 좋아질 리가 없었고, 의사들은 발목보조기를 착용할 것을 권장했지만 의사들이 보조기를 팔려는 상술로 보였고, 미용 상의 문제로 보조기 착용을 거부했다. 그 결과, 발목 부상은 여전했고, 뒤늦게 발목보호대로 추가 부상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퇴원 후에는 발목보호대를 필수로 하고 외출을 하기로 했고, 발목보호대를 착용해도 야외를 걸을 때 한 달에 한 번은 꼭 발목을 접질렸다. 병원이 아닌 야외를 걸을 때는 지면의 기울기, 울퉁불퉁한 정도가 느껴지지 않아 몸이 자동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돌멩이만 밟아도 발목이 대처하지 못하고 접질린다, 처음 외출했을 때가 기억난다. 보행 난이도를 높이고자 발목보호대로 무장하고 산책길의 자갈밭을 걸어보려고 발을 내딛는 순간 발목이 휙 뒤집혀버렸다. 다행히 접질린 채로 딛지 않아서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큰일 날 뻔했다. 그 이후로 나는 자갈에 대한 공포증이 생겨서 자갈밭은커녕 돌멩이가 몇 개라도 있으면 걷지를 못했다.
병원 안에서도 발목 부상은 늘 나를 괴롭혔다. 앉았다 일어날 때도, 방향을 바꿀 때도 발목을 접질렸다. 글에서조차도 발목을 접질렸다고 쓰는 것이 지긋지긋하다. 뇌졸중 환자들에게 가장 안전하다는 병원에서도 발목을 계속 다쳤다.
담당 치료사들은 나의 발목에 붕대를 감아주거나 발목집중치료를 해주거나 했다. 그럴 때 마다 담당 주치의들의 처방은? 보조기였다. 왜들 이유도, 자세한 설명도, 확신도 없이 보조기 착용만 권하는지 답답했다. 사실 부상방지를 위해 보조기 착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의사는 환자의 라이프사이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발목만 생각한다. 겨우 서른 살인 내가 딱딱하고 거추장스러운 발목보조기를 하고 사회생활을 한다? 아마 사회 구성원으로 사는데 있어서 엄청난 자신감 하락을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의사가 직접 손으로 재활치료 해주는 것이 아니라서 내 몸에 대한 특징은 치료사들로부터 전해 들을 것이다. 의사의 간접적인 처방과 치료방식이 환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발목 보조기를 거부하기도 했지만 재활 치료를 받으며 나도 뭔가 알아가는 게 있다 보니 발목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내 발목이 유난히 말썽인 데는 크게 세 가지 원인이 있다.
신체인식능력의 부족
가장 큰 문제였던 것은 인식능력의 부족이다. 고유수용성감각이 유난히 떨어지다 보니 발목의 모양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잘 느껴지지 않는다. 발목의 기능회복을 위해 발병 초기부터 FES라는 ‘기능적 전기 자극 치료기’를 이용하여 발목 움직임이 만들어지도록 계속해서 자극을 줬다. 덕분에 지금 발목움직임이 조금 나오기는 하지만, 발목이 접질린 상태인지 아닌지 느껴지는 정도가 더 좋아지면서 부상이 줄어들었다. 초기에는 접질린 줄도 모르고 다녔다면, 지금은 살짝만 각도가 틀어져도 얼른 위험 감지를 한다. 그만큼 발목을 인식하는 능력이 좋아진 셈이다.
발목에 대한 인식능력을 높일 수 있었던 방법은, 보행할 때 한동안 발목만 신경 썼다. 발목을 엄청 느끼려고 노력했다. 잘 느껴지지 않아도 최대한 발목을 느껴보려고 신경 썼고, 평소의 느낌과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현재 어떤 모양으로 있는지, 이런 모양일 땐 어떤 느낌인지, 저런 모양일 땐 어떤 느낌인지 기억하고 상상하는 것을 많이 했다.
결국은, 자신이 얼마나 느끼고 학습하느냐에 따라 인식능력이 좋아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아예 안 느껴지는 정도가 아니라서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감각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제대로 서있는 것을 통해 발목에 계속해서 자극을 주는 것이 좋겠다.
잦은 부상의 습관화
시냅스 연결이 중요한 발병 초기부터 발목 접질리는 일이 일상이다 보니 발목을 접질리는 것에 뉴런의 발화가 자주 일어나고 그렇게 신경연결이 되었나 보다. 주기적으로 잊을 만하면 꼭 발목이 접질렸다. 발목이 접질리는 것을 기억하고 익숙했나보다. 발목을 접질리는 각도와 상황에서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시냅스연결이 강화가 되었는지 자꾸 접질리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 쉽게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잦은 부상은 그 자체로 습관이 되어 발목이 좋아지는 기회를 자꾸 잃게 만든다. 그런 것을 예방하는 목적이라면 발목보조기 착용을 권장한다.
잘못된 정렬
최근 들어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발목을 비롯한 주변 부위와의 정렬문제로 인해 발목의 틀어짐이 있었다는 것이다. 발목보호대로도 발목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아 다른 방법을 찾던 중 스포츠테이핑으로 발목을 교정하고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발목의 통증을 줄여주고, 부상을 방지하며 교정효과가 있는 발목 스포츠테이핑 방법을 알게 되었는데 내게는 효과 만점이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누군가가 꼭 테이핑을 해줘야한다는 것.. 늘 남편이 고생이다..ㅎㅎ
발목 스포츠테이핑을 할 때는 기본자세가 있다. 다리를 펴고 앉아서 발목을 90도로 세운상태로 테이핑을 해야 하는데 나는 당연히 수의적으로 발목을 세우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다리를 펴고 앉아 오른손으로 왼쪽발목을 끌어당기는데 이 때, 다리를 편 상태에서 발목을 당기면 접질리는 각도로 세워진다. 90도로 잘 세우려고 하면 다리와 엉덩이에서 이상하게 틀어지고, 발목이 접질린 모양으로 만들면 다리가 바르게 잘 펴진다. 앉아서 다리를 펴고 발목을 90도로 세우는 모습을 돌리면 발목, 다리가 지면에 서 있는 모습과 비슷한 상황이 되는데, 다시 말해서, 땅에 서있을 때 발목이 접질려야 나의 다리가 곧게 펴진다는 것이다. 발목을 접질리지 않게 서있으면 다리가 틀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제대로 걸으면 다리가 펴져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내 발목이 접질려야만 다리가 바르게 펴지는 것이다. 이 현상을 알게 된 건 무려 발병 4년 가까이 돼서 발목이 정상이 아니니 교정 할 것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시도한 스포츠테이핑을 하던 중에 알게 되었다. 발목뿐만 아니라 다리까지 상당히 틀어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신경 써서 스포츠테이핑을 하고 교정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 여전히 틀어짐은 있지만 기능적인 회복에 큰 도움이 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발목 부상이 줄었다는 것이다. 퇴원 후에도 한 달에 한 번은 접질리던 발목이 스포츠테이핑을 하게 된 후 9 개월 동안 아직까지 부상은 없다. 접질리는 각도가 익숙한 정렬이 있어서 간혹 가다 발목이 접질리려고 할 때도 있지만 신체인식능력이 좋아져서 그럴 때는 눈으로 얼른 확인하고 피하는 등 최대한 조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발목보조기를 오랜 기간 착용하지는 않아서 정확히 비교할수 없지만 발목 보호대보다 발목 보조기가 더 안전하지만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기능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안정서도 길러주는 스포츠테이핑요법을 추천해 본다.
실제로 발목스포츠테이핑이 보행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문도 있다.[참고논문 _ 키네시오테이핑 방법이 만성 뇌졸중 환자의 발목관절 근긴장도, 균형능력 및 관절가동범위에 미치는 영향_박영한 어영선, 대한물리의학회지 16 (1) 83-92,201 ]
발목 재활 알아두기
잦은 발목 부상으로 재활치료에 지장이 생긴다면 발목보조기 착용을 권장
FES로 기능적인 자극을 계속 줄 것
발목만의 문제가 아닐수 있음(나는 골반의 문제가 커서 골반 및 정렬 교정을 먼저하고 좋아짐)
많이 서있고 많이 느끼기(중력에 많이 노출시키기)
발목이 눌리는 습관 개선(바닥에 양반다리로 앉거나 발등이 닿도록 늘리는 것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