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뇌졸중환자의 재활운동

무릎(빽니교정) 재활



내가 뇌졸중 재활을 하면서 가장 정상(?)이 되고 싶어 했고, 그만큼 가장 신경이 쓰인 부분은 무릎이다. 앞서 얘기한 발목도 발목이지만, 재활치료사들에게 항상 한껏 뒤로 밀려난 이 무릎을 중점적으로 치료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물론, 해결 되지 않았다..^^ 뇌졸중 재활은 늘 이런 식이다. 뇌신경의 문제로 인한 신체적인 문제가 나오는 것이므로 갖가지 노력을 해도, 애를 써도 발병 전의 상태로 완벽하게 회복되지 못한다.



재활 초기 뇌졸중에 대한 잡지식이 전혀 없을 때, 도움 된다는 재활 운동들은 내가 할 수 있는 기능의 범위 안에서 매일 같이 열심히 했다. 9시부터 5시까지의 치료일과가 끝나면 석식 후 1-2시간씩 개인 운동을 꼭 했다. 병원에 있을 때 늘 우등생이었다. 이 모습이 대견하고도 안쓰러웠는지 담당 치료사가 해 준 말이 있다.



"


백날 노력하고 미친 듯이 재활해도 별로 좋아지지 않는 사람이 있고,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만 있어도 좋아지는 사람도 있어요. 노력한 대로 좋아지지 않더라도 속상해하지 말고, 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재수 없다고 생각하세요.



"


어떻게 들으면 환자한테 할 소린가 싶을 만큼 상당히 재수 없게 들리기도 하지만, 당시의 나에겐 큰 위로와 응원의 말이었다. 열심히 노력하는 내가 덜 상처받게 하기 위함이자, 빨리 좋아지지 않는 것에 대해 담당 치료사에게 돌아갈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유가 뭐가 되었든, 담당치료사가 했던 그 말을 몸소 경험하고,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하고 비교해보니 사실임에는 틀림없었다. 나는 전자에 가까운 재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직접 증명해내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 끝나길 바라는 뇌졸중 재활의 끝을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무릎은 정말이지 늘 나의 속을 썩였다. 지금도 모든 움직임에서 첫 번째로 주의하는 것이 무릎(빽니)이다.




빽니는 무릎이 과하게 뒤로 밀린 현상(back knee)을 말하는 콩글리쉬다. 영어 단어의 조합이라 영어표현일 것 같지만 순전히 한국식 표현이며, 실제로 외국 치료사에게 back knee라고 하면 전혀 못 알아듣더라.. 눈치껏 알아들어 주는 치료사도 있기는 있었다. 영어식 표현으로는 hyper extended knee라고 증상을 직접적으로 말할 수 있고, 의학명은 반장슬(genu recurvatum)이라고 한다.






무릎이 제일 신경 쓰였던 이유는 뇌졸중 후유증임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젊은 여성 환자인 만큼, 뇌졸중환자들에게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어딘가 이상해 보이는 겉모습들이 안 나오길 바랐다. 나이가 젊어서 눈에 띄게 이상한 점이 보이진 않았지만, 유난히 무릎에서만큼은 뇌졸중 환자임이 티가 났다. 무릎이 부드럽게 굽혔다 펴지면서 걷지 않고, 각목처럼 뻣뻣하게 펴져있는 모양새로 걸었다. 외관상 문제뿐만 아니라 무릎의 과도한 펴짐으로 인해 무릎통증이 수반되었고, 밤마다 남편이 무릎마사지와 찜질을 해주어야만 했다.



이 또한 발병 전의 생활습관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듯 했다. 하이힐을 즐겨 신었던 나는 발목약화뿐만 아니라 빽니의 자세가 익숙했을 것이다. 하이힐을 신으면 발목이 펴지면서 종아리 아랫부분이 수축된 상태가 된다. 빽니가 만들어지기 좋은 환경이다. 거기다가 맨 처음 재활을 시작할 때, 남편과 서있기 연습을 많이 했는데,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무작정 서있기만 하다 보니 몸이 상대적으로 근육의 힘을 덜 사용하는 방법을 택하면서 빽니가 된 채로 서있던 것이 큰 문제가 되었다.




뇌졸중으로 운동기능을 상실하면, 즉 마비가 되면, 몸의 어느 근육 하나 할 것 없이 자동적인 반응을 하지 않는다. 의식적으로 조절하지 않으면 근육이 쓰이지 않는다. 게다가, 마비로 인해 몸이 반응을 안하다보니 어떤 움직임이나 자세를 만들 때, 근육의 사용을 최소로 하는 패턴으로 보상적인 움직임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서있기를 할 때만 해도, 서 있을 때 쓰이는 근육들이 반응하지 않고 힘을 최소로 들이는 방법으로, 다리의 중요한 근육들인 대퇴사두근, 햄스트링 등을 쓰지 않고 무릎 관절이 뒤로 젖혀지면서 관절을 걸어 잠근 채로 뼈들이 고관절과 상체 등 몸의 무게를 지탱하도록 하고 서있는 보상작용이 나타났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열심히 서 있었음에도, 다리 근력은 좋아지지 않았고, 나중에 빽니를 교정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몇 배는 더 들었다. (보행에 있어서 무릎은 초기의 영향을 특히나 많이 받는다고 한다. 초기의 자세가 거의 보행의 모습을 결정한다고 한다.)



뇌졸중 환자도 알아야(공부해야)한다



‘뇌졸중 환자가 치료 잘 받고 시키는 대로 하면 되지. 뭐 이렇게 자세히 알 필요가 싶나’ 싶을 때도 있다. 발병연령대가 고령인 병이라서 실제로 이런 마인드를 가진 환자가 대부분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치료에 돈도 많이 들여 보고 최고의 치료사들에게 치료도 받아봤지만 결국은 나 스스로가 몸 상태를 점검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제대로 알아야만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실제로 자신의 몸에 맞는 치료를 받을 수 있으려면 스스로 진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제대로 치료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안 좋은 치료를 걸러낼 수 있게 된다. 물론 문제를 진단한다고 해서 스스로 치료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가능하지도 않지만 자신의 몸을 잘 느끼면 느낄수록 더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고, 치료 효과 또한 배가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이왕이면 초기에 제대로 치료를 받고 빨리 이 고난의 길을 끝내는 것이 좋을 테니까 말이다.



뇌졸중으로 인한 빽니는 물론 뇌신경의 문제기도 하지만 빽니의 종류에 따라 해야 하는 운동법이나 치료법이 달라져야 한다. 뇌졸중 환자에게 나타나는 빽니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뇌졸중 빽니의 종류



1) 무릎을 잠그고 다리가 뒤로 과하게 휘어져있다


2) 걷는 동안 무릎이 덜컹 거리며 뒤로 빠진다



나는 1의 경우에 해당하고 2의 모습도 간혹 나타난다. 결론은 둘 다 있다... 그러니 무릎에 대한 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는 증상들이지만 무릎교정을 80% 이상 했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예전처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무엇보다 무릎통증이 없어졌다!! 치료는 당연히 재활치료사가 해주었고, 나는 그 치료를 100% 흡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1)의 경우에는 빽니가 만들어지는 자세를 교정하는 자세조절 훈련이 도움되고, 2)의 경우에는 골반, 무릎, 보행을 동시에 조절하는 약간의 동적훈련이 도움될 것이다. (빽니를 조절하며 걷는 연습)





뇌졸중 빽니 교정의 필요성



다시 돌아와서 빽니를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빽니 자체가 인간에게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환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쉽게 볼 수 있는 양상이다. 다만, 움직임을 새로 배워야하고 부상에 취약한 뇌졸중 환자들에게는 나중에 더 늙어서까지 건강한 관절과 몸을 가져가려면 어느 정도 교정을 하는 것이 좋다. 퇴행성관절염이나 관절의 변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빽니로 인해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특히 나처럼 젊은 사람의 경우에는 더.. 늙어서까지 문제없이 쓰려면..



뇌신경 손상으로 인한 빽니는 당연히 신경전달의 문제로 일어나기 때문에 근신경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해결방법일 것이다. 결국은 재활의 끝인 셈인데, 현대의학으로는 뇌신경 손상으로 인한 마비에 대해 아직까지 묘연한 치료법이 없다. 그렇다면 어떤 움직임과 어떤 기능을 회복해야 빽니를 교정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자.







빽니(Back knee)의 원인


빽니의 세가지 큰 원인은


1. 골반의 전방경사에 의한 보상작용

2. 대퇴사두근의 약화로 무릎관절의 안정성이 떨어져 무릎을 펴는 근육들이 과하게 작용

3. 햄스트링의 약화로 무릎관절의 굽힘이 잘 일어나지 않게 되어 상대적으로 무릎을 펴주는 근육이 강하게 작용




결론은, 다리문제만 본다면 대퇴사두근과 햄스트링의 불균형에 의해 빽니가 나타난다. 다리만의 문제라면 무릎이 펴지는 각도에 제한을 주는 무릎 보조기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뇌손상의 경우는 다리의 문제만이 아니라 다리를 폈을 때 다른 신체 부위와의 협응 문제일 수 있다. 따라서, 재활치료사가 빽니 기전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환자의 종합적인 것을 고려하여 파악하고 치료방향을 잡아야 한다.



나는 하이힐로 인한 습관과 자세의 영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골반의 전방경사가 빽니를 만드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어릴 때부터 내 허리는 유난히 앞으로 휘어졌다고 알고 있었다. 나름대로의 콤플렉스였던 오리 궁둥이 때문인 줄 알았는데 골반이 앞으로 과하게 기울어져서 생긴 현상이었다.



골반의 전방경사가 골반이 앞으로 기울어짐을 뜻한다.












골반의 전방경사는 엉덩이 근육, 햄스트링, 복근을 약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전부 뇌졸중 재활뿐만 아니라 우리가 움직이고 바른 자세를 함에 있어서 중요한 근육들이다.


발병 초기에는 온 몸에 문제가 있다 보니 빽니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어려웠기도 했겠지만 기본적인 다리 근력이 없어서 대퇴사두근에 치료의 초점이 맞춰졌다. 그래서 허벅지 힘 기르는 운동을 많이 했고, 일단 많이 걸었다. 결국 걷는 것은 자신감이 조금 생겼지만 빽니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었고, 무릎통증도 계속 됐다. 보바스기념병원으로 옮기고 나서야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보바스치료법의 기본 원리에 따라 골반의 움직임을 통해 약해진 코어, 엉덩이 근육을 강화시키고, 하부몸통근육을 늘려주어 골반의 선택적 움직임을 유도하여 골반의 기능을 더 살리는 방향으로 치료가 행해졌다. 골반을 집중적으로 수 개월 동안 치료 받았고, 골반의 기능이 좋아지면서 골반을 통해 다리를 조절하는 것도 학습할 수 있게 되었다. 치료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자가 운동으로 대퇴사두근의 근력을 계속해서 보완했다. 이런 복합적인 치료와 운동 덕분에 빽니 증상이 많이 개선되었고, 지금은 약간의 빽니를 보이며 무릎 통증이 없이 생활하고 있다.





굿스타의 빽니 교정 방법



치료와 운동덕분에 개선되었지만,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무릎을 인지하는 능력이었다. 고유수용성 감각. 계속 반복해서 쓰는 말이지만 잘 느끼는 만큼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 무릎이 아프다고만 생각했지, 내 무릎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느껴지지 않기도 했지만 느끼려고 한 적도 없었다.


치료와 운동을 하면서



첫 번째, 잘못된 상태를 인지하려고 했다.

걷거나 특히 서있을 때, 빽니의 상황이 되면 즉각 알아차리기 위해 무릎을 느끼려고 애썼다.


두 번째, 빽니가 됐다고 느끼면 무게 중심을 이동시키거나 골반을 조절하는 등 몸이 바로 세워지는 조절점들을 찾아 자세를 계속해서 수정하기를 반복했다.

뇌졸중 환자들은 일종의 보상작용으로 발가락에 힘을들여 서있는것을 피하기위해 무게중심이 발뒤꿈치쪽으로 쏠려있다. 그것이 빽니를 더 유발할수있고 발목과 종아리를 골고루 쓰지 못한다. 발가락쪽으로 무게중심을 실어주는 것이 빽니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세 번째, 빽니가 만들어지는 상황을 계속해서 피했다.

걸을 때야 빽니를 안 만들면 걸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었지만, 서있을 때, 스트레칭을 할 때 빽니가 되지 않도록 신경 썼다. 치료시간에도 담당치료사에게 빽니 교정에 대해 강조하며 빽니가 나오지 않도록 조심해줄 것을 부탁했다. 뇌신경을 재연결하는 과정에 있는 만큼,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뇌신경 연결과 학습에 영향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뇌손상환자들은 자신의 하나하나 모든 것이 뇌에서 학습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해야 하는 자세는 계속 반복하고, 해가 되는 자세는 자꾸만 피해야 한다.


뇌졸중 환자라면 꼭 기억해야 하는 말이 있다. 미국의 재활치료전문가인 '조던피터슨'이 한 말이다.




꼭 기억해야하는 글귀


"


내가 되고 싶지 않은 모습을 연습하지 마라


"



_미국 신경계치료사의 조언









뇌졸중 환자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사는데 있어서 교훈을 주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상상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라









keyword
이전 07화뇌졸중환자의 재활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