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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치료의 시작

뇌졸중 초기재활 이렇게 하세요


뇌출혈로 입원하자마자 재활치료를 처방 받았다. 하지만 신경학적인 치료가 끝나지 않았던 나는 계속해서 신경외과 소속의 환자였다. 신경외과에 있으면서 받을 수 있는 재활치료는 운동치료 1개, 작업치료 1개, 기구운동 2개, 전기치료 2개가 전부였다. 보통 급성기 환자는 운동치료 2개, 작업치료 2개인데 반해 나는 그 중요한 시기에 절반의 치료만 받은 셈이다. 이유는 재활의학과 소속 환자가 아니라서. 뇌출혈부위의 치료가 안 된 상태다 보니 재활치료를 하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신경학적인 처치가 다 끝나야만 재활의학과로 옮겨줄 수 있다고 했고, 사이버나이프수술을 받을 때까지는 신경외과에 있어야 했다. 그렇게 초기 재활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재활의학과에서도 나의 재활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고, 회진 대상이 아니었고, 신경외과에서도 기형혈관에 대한 진료만 할뿐, 후유증에 대한 재활에는 관심 없었다. 나와 남편은 뇌졸중도, 후유증에 대해서도 아무런 진단이나 처방, 참고 사항 등에 대해 안내받은 바가 없으며 인터넷 검색을 통해 운동법이나 각종 재활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것이 전부였다. 이것이 내가 책에 담고 싶은 내용이기도 하다. 뇌졸중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엇을 하나씩 시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환자들은 그런 아쉬움과 개탄스러움을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한 퇴원 2주 전 쯤 재활의학과로 옮겨지면서 치료를 더 받을 수 있었는데 다른 병원으로의 전원을 앞두고 재활치료를 본격적으로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고, 치료보다는 순전히 나와 남편의 힘으로 뭐라도 해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급성기에 받아야 하는 체계적인 재활치료를 놓쳐버린 후 남게 된 여러 가지 신체적 재활의 어려움을 다음 장에서 세세히 다루어보도록 하겠다.





재활치료를 시작하고, 나와 남편은 재활 운동에 전념해서 꼭 1등으로 퇴원하자고 다짐했다. 병원을 나갈 땐 뛰어서 가자고(..ㅎㅎ) 그렇게 하면 좋아져서 퇴원할 수 있는 건 줄만 알았다. 그만큼 뇌졸중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일과가 끝나면 비록 병원이지만 뭐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휴게실에서 서 있었다. 당시의 내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의자에 앉아도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아무것도 잡지 않고는 서 있을 수도 없었으니 말이다. 저녁이 되면 병동 휴게실의 창가테이블에 의지하고 움직임에 문제가 없는 오른쪽에 99.9% 의지하여 서있는 연습을 했다. 연습이라기보다는 그냥 서 있었다. 자꾸만 쓰러지는 몸 때문에 오른쪽 팔과 몸으로 테이블에 거의 매달리다시피 있었고, 힘이 없는 왼쪽 다리는 무릎이 활처럼 뒤로 젖혀진 것(빽니) 도 모른 채 매일 한 시간 이상을 억지로 서 있었다. 가만히 서있는 것도 지루하고, 서있는 동안 다른 일을 하면서 서 있 는다는 것을, 서있을 때의 근육들의 움직임을 뇌가 자연스럽게 학습하도록 하기 위해 서서 음악을 듣거나 일기를 썼다. 다음 글은 서 있으면서 썼던 일기이다.







발병38일째.. 10/11 목요일이었나.. 암튼… 금요일인가?


사람이 많고 볼 것, 들을 것이 많은 곳에 가면 정신이 없으면서 어지럽다. 엄청 혼란스러운 느낌인가.. 두통이 오고 어지러워지면서 휴식이 필요하게 됨을 느낀다. 엄마랑 종합검진센터 가던 길은 진짜 죽을 맛..이었음..






병원에, 그것도 병실에만 갇혀있는 내가 답답할까봐 엄마는 나를 휠체어에 태우고 병원 여기저기를 데려가곤 하셨다. 하지만, 손상된 뇌 때문이었는지 나는 머리에서 처리해야 할 정보가 많은 곳에 가면 머리가 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나에겐 일종의 고문 같은 셈이다. 그럴 때면 병실에서 자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 방법이었다. 간병하는 사람들이 보통 이 부분을 간과한다. 뇌손상 직후에 환자들이 겪는 모든 자극이 엄청난 고통들이기 때문에 뇌의 정보처리능력이 어느 정도 안정될 때까지는 눈으로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에너지 소모가 크다. 그래서 늘 자려고 하고 가만히 쉬고 싶어진다. 늘어지고 게을러진 모습을 삶을 포기한 모습으로 보지 말라는 뜻이다. 나름대로 자극을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중이다.


그 다음날은 치료 시간 했던 치료 내용들을 적어보기도 했다.




재활내용- 서서 손 씻기. 손을 씻는 동안 서있는 다리에 신경을 조금 덜 써서 무의식 중에 다리를 써서 힘을 들여 서 있다는 것을 뇌에게 알려주는 효과.


- 팔 접었다 펴기. 아직은 안됨..ㅜㅜ 팔꿈치를 이용해 팔을 접고 펴는 것이라.. 느낌 더 파악하기


어지러워…. 아직 글씨를 많이 쓸 수 없나보다…. 10/12 토요일


내가 뭐라고 썼는지 읽어 내려올 수가 없으니 길게 못 쓸 수밖에.. 어지러웡…


10/12 토요일 철이랑 휴게실에서 서있는ing…. 안보임>.< O_O


힘내자! 어차피 이렇게 된거 내가 좋아져야 모두가 힘이 나요옹~~ 안보여……끝


10/14 일요일 가림고 친구들이 왔다감. 잘안보여- -!!!!


철이(남편)는 항상 나의 힘듦&어려움&슬픔을 덜어가 준다..


연애 할 때도, 애 낳을 때도, 지금도..


우리 철이는 얼마나 힘들까..ㅜㅜ 내 짐을 가져가기만 해서…미안해여보


이제 내가 철이에게 힘이 되어야 하는데.. ∴ 재활에 집중!!!


빨리 낫기!!!!! 안보여!!!! 끝







일기라고 하기엔 한두 줄밖에 안 되는 짧은 글(?)이지만, 고장 난 내 머리가 했던 생각의 전부기도 하다. 날짜와 요일을 몰라서 그걸 알기 위해 쓴 이유도 있다. 그런데도 늘 요일이 헷갈렸으며, 공통적으로 안 보인다는 말로 끝나는 이유가 복시 때문이었던 듯하다. 온통 겹쳐 보이니 눈에서도, 머리에서도 피로감을 많이 느꼈다. 같은 패턴이 반복되거나, 글씨가 많은 건 정신 못 차릴 만큼 지끈지끈하게 머리를 아프게 했다. 이런 사소한 것 모두가 ‘리셋’ 된 나의 뇌 에게는 전부 새로운 자극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일기 속에서 재활과 완치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지만, 실상은 쇼맨십(?)에 불과했다. 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할 때부터 가족들은 내가 약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마음을 굳게 다잡게 하기 위해 ‘이겨내야 한다.’, ‘해내야 한다’는 것을 늘 강조했다. 신랑은 잠들기 전이면 꼭 뇌졸중 극복 사례나 그들의 동영상들을 보여주며 나도 그렇게 이겨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이겨내자고 말해주었다. 물론 그런 자극들이 내가 무너지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인지 수준과 현실을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했던 때에는, 별 생각 없이 ‘해야 한다’는 주입식교육에 불과했다. 그런 자극들이 가족들의 의도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건 최근에나 와서일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이 되어야만 재활의 의지, 삶의 의지에 대해 논할 수 있는 정도가 된다. 그 전에는 의지에 대한 모습을 볼 수도, 이야기 할 수도 없다. 그러니 생각도 없다고, 운동도 안한다고 자꾸 구박하지 마세요.








재활 초기에 하면 좋은 것들






1.바르게 앉아있기, 서 있기




바른 자세로 앉거나 서서 자신의 몸에 집중하는 것만큼 좋은 훈련은 없다. 나는 발병 2년이 다 될 때쯤 되어서야 이런 훈련을 했는데, 급성기가 아니었음에도 몸이 좋아지게 했던 훈련이다. 초깅는 바른자세를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히기 때문에 담당치료사에게 세심하게 봐주고 잡아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당연하게 해야되는 걸 요구해야 해준다..;;)



발병 초기부터 특히 보호자들은 뭐라도 운동다운 운동을 하길 바라지만, 사실 급성기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 신체인식능력이나 근육의 조절과 협응이 떨어지는 상태에서는 뭘 해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칫하다 근육의 변형 또는 잘못된 시냅스 연결을 일으킬 수도 있다. 기초가 탄탄해야 응용을 할 수 있듯이 재활 초기에는 기초를 탄탄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고령의 경우라면 관절 구축이나 변형을 가장 최우선으로 예방해야 한다. 따라서 부드럽게 마사지를 해주고 단순한 관절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관절 변형이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은 경우나 청, 장년층이라면 관절 마사지는 두 번째 정도 순위로 놓고 신체 인식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좋다. 신체인식능력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재활을 하면서 기능의 회복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신체의 위치, 힘이 들어가는 부분, 근육 수축의 정도 등을 잘 느끼면 느낄수록 신체재활에 유리하다. 스스로 근육이나 자세를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참고할 점은 어디까지나 인지상태가 어느 정도 괜찮아야 한다. 인지 수준이 낮다는 판단이 들면 약간의 반강제적인 운동이 효과 있을 수 있다.




2. 눈감고 신체 인식하기




환자의 눈을 감게 해서 신체의 위치나 모양을 알려주는 훈련이다. 다른 자극이 최소화되는 집중 잘될 만한 조용한 곳에서 집중하여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는 눈을 감고 마비측과 비마비측 모두를 느껴본다. 보호자가 마비측의 손모양, 팔 모양, 위치 등을 바꾸어주면 건측으로 따라해 본다. 따라할 수 있다면 최고지만 당연히 잘 안될 것이기 때문에 보호자가 비마비측의 손이나 팔의 모양을 잡아주면 환자는 비마비측의 느낌에 의지하여 마비측도 동일한 느낌이라고 계속해서 상상 한다.




3. 손 접었다 펴기 & 발목 들었다 내리기




앞서 말했듯이 발병 초기에 환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따라서, 보호자의 역할과 안내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거의 보호자 운동인 셈이다^^;; 손은 제 2의 뇌라고 할 만큼 뇌를 자극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손이 가장 늦게 돌아온다고 할 만큼 회복이 쉽지 않다. 따라서 초기부터 계속해서 손을 접었다 펴주면 도움이 된다. 세게 하면 근경직이 생기기 쉬우므로 항상 부드럽게 천천히 만져주는 것이 좋다. 부드럽게 손가락부터 접었다 폈다, 잼잼도 해주고, 한손가락씩 구부렸다 펴죽고, 손으로 다양한 것을 많이 해줄수록 좋다. 다양한 물건을 쥐어주고 느끼고, 잡아도 보고. 뇌가 초기화된 상태이므로 알려주고 쥐어줘도 알 수가 없다. 항상 비마비측(건측)에서 먼저 정보를 처리할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비마비측에서 물건의 모양, 촉감을 느껴보고 그 느낌을 마비측도 동일하게 느낀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내가 제안하는 이 재활법들은 뇌졸중 후유증을 해결하는 절대적인 방법은 아니며, 신경가소성이나 뇌의 특성을 이용하여 내가 생각한 초기 재활법이다. 내가 뇌출혈 초기상태로 돌아간다면 할 것이다. 초기에 이런 것들을 몰랐던게 후회되서 적어본다. 정말 중요한 이것들을 나에게 알려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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