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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뇌졸중후유증의 치료법(1)

(1) 보바스치료


  

나의 뇌졸중 회복은 보바스치료를 받기 전과 후로 나뉜다. 첫 재활병원은 국립교통재활병원이었는데 교통사고로 인한 뇌손상 환자들이 다수였지만 나처럼 자발성뇌손상환자들도 많았다. 아무래도 ‘재활’이라는 타이틀이 뇌졸중 재활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니까..? 아무튼 나도 집중적인 재활을 기대하며 양평이라는 꽤 먼 곳으로 유배를 가듯 병원에 들어갔다.      



첫 재활병원, 국립교통재활병원


재활병원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운동기구들도 꽤 있었고, 치료사 인원도, 치료실 수도, 치료 종류도 무척이나 많고 다양했다. 국립병원인 만큼 고가의 장비들도 있었다. 시설은 당연히 좋고(운동장도 있다). 병원 전체적으로 크고 쾌적했으며 복도 기준 편도200m 가 넘을 정도로 길어서 보행연습을 원 없이 할 수 있는 구조기도 했다. 병원 후기를 담을 기회가 있으면 해보겠지만 지금은 치료법에 대해 쓰려고 한다.          


보바스치료를 받게 된 건 보바스기념병원으로 전원하면서부터인데, 교통재활병원에 있을 당시 담당 작업치료사의 추천으로 옮기게 되었다. 담당 치료사는 내가 출산의 영향으로 코어 근육이 너무 약해져있고, 골반의 움직임이 잘 안 나와서 골반위주로 치료를 해야겠다며 치료하던 어느 날이었다. 골반이 조금씩 좋아지면서 몸을 더 잘 세우고 보행에 진척을 보이는 나에게 ‘환자 분은 보바스 치료를 받으면 도움 되겠어요. 저도 이전 직장에서 보바스치료를 배우고 해본 적 있어서 꾸준히 환자분한테 적용  해봤는데  효과가 있는 것 같네요’라고 다. 그때만 해도 나는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만 열심히 하고 재활에 대해선 재활의  ‘재’자도 모르던 그저 ‘말 잘 듣는 환자’였다. 치료사의 말을 듣고 보바스치료에 대해 폭풍 검색에 들어갔다.      



보바스치료란

보바스치료를 창안한 보바스부부


초록창에 ‘보바스치료’ 라고 검색해보니,


 보바스 치료법은 1940년대 유태인 계열 독일 출신 물리치료사와 의사인 보바스 부부가 창안하였다. 초기에는 운동조절 모델에 기초한 그들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치료가 시작되었으나 이후 60년 동안 많은 변천 과정을 거쳐 현재 뇌성마비 환아를 위한 기본적인 치료 방법으로 자리잡았으며 그 영역은 뇌졸중 등의 신경학적 손상을 입은 성인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뇌성마비 및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을 입은 환자에서 발생한 신경학적 손상은 뇌의 정상적인 발달과 성숙, 기능을 방해하여 모든 발달을 지연시키거나 멈추게 하고 근육을 비정상적으로 긴장시키며, 이를 통해 자세와 움직임도 비정상적으로 나타나게 한다. 보바스 치료는 이러한 환자에게 정상적인 근긴장과 자세, 움직임을 반복하도록 유도하여, 자세나 움직임을 바로잡아 주고 정상 운동 형태를 촉진시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해준다. [네이버 지식백과] 보바스 치료법 [bobath]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이렇게 나왔는데 잘은 모르겠고 뇌성마비 환아를 위한 기본적인 치료방법이라는 정도로는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재활병원을 선택할 때 ‘보바스기념병원’도 후보 목록에 있었어서 보바스기념병원의 보바스를 말하나보다 싶었다. (재활병원은 입원 가능 기간이 3-6개월로 짧아서 여러 병원을 옮겨 다녀야 치료받을 수 있다.) 교통재활병원의 재원기간이 끝나고 다른병원을 알아봐야 했는데 치료사가 추천했던 보바스기념병원으로 자연스럽게 알아보기 시작했다. 뇌졸중 재활을 할 때 가장 좋은 정보통은 엄마인 보호자들이다. 입시교육의 정보가 수험생의 엄마들에게서 퍼지듯이 재활병원에서의 정보통, 소식통은 우리 어머님들께서 담당하고 계신다. 가족의 회복에 그만큼 관심 있으신 거다. 그래서 나도 병원의 어머님들께 보바스기념병원에 대해 수소문했다. 거기서 알게 된 보바스기념병원의 정보는 이랬다.    


 



보바스기념병원(보바스치료)의 수상한 소문들     


보바스치료를 받으면 자세가 예뻐진다더라

보바스기념병원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더라(시설검증안됨)

간이주방이 있어서 반찬도 해먹을 수 있다더라

치료사들이 제대로 걷기 전까진 못 걷게 한다더라

초반에는 거의 마사지만 해준다더라

보바스치료의 효과? 글쎄.. 그렇게 좋아진 경우는 못 봤다.     



이런 소문들이었는데 교통재활병원의 다수의 치료사들이 추구하는 피트니스형 재활운동(그들은 PNF라고 주장하지만, 인정할 수 없어서 나는 피트니스형 운동이라고 하겠다)에 익숙해져있던 환자들은 보바스 치료를 비꼬듯 무시하는 분위기였다. 재활운동이 아니라 자세만 예쁘게 만들어준다는 식으로 말이다. 어찌됐든 나는 젊은 여성환자로 뇌졸중 환자임이 드러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었기에 ‘예쁜 자세? 오케이! 치료도 받고 자세도 예뻐지고 일석이조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바스기념병원에서 보바스치료를 받다


그렇게 보바스기념병원으로 옮겼고, 보바스치료를 받으며 소위 말하는 ‘보바스 덕후’가 되었다..^^ 보바스치료의 효과를 몸소 제대로 겪은 환자 중 한명으로 보바스치료법을 높이 사는 편이다ㅎㅎ 보바스기념병원에서의 입,퇴원을 반복하며 14개월을 있었다. 그동안 보바스치료에 대해 병원 인턴수준의 지식도 가지게 되었었다. 퇴원 후 지금은 많이 까먹었지만, 재원 중에만 해도 실습생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지식이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보바스치료에 관심이 많았고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그런데 보바스치료는 뇌졸중 환자들의 보호자들이 잘 인정하지 않는 치료법이기도 하다. 그것이 보바스 치료의 가장 큰 단점이자 불리함이다. 보바스 치료의 정의에 따라 정상적인 근긴장과 자세, 움직임을 반복하도록 유도하여, 자세나 움직임을 바로잡아 주고 정상 운동 형태를 촉진시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해주는 치료가 환자와 보호자들이 익숙해하던 피트니스형, 헬스형 뇌졸중 재활운동과는 거리가 멀다. 상당히 정적인 치료법으로 멀리서 지켜보는 보호자들의 눈에는 한낱 마사지나 해주고, 가만히 세워놓기나 하는 정도로만 보일테니 말이다. 나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 우리 가족과의 마찰이 상당했다. 가족들은 장기간 보바스치료를 받으려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내 몸이 치료에 반응하는 것을 느끼는데 가족들이 인정해주지 않아 답답했다. 치료법에 대한 마찰로 가족들과 오랜 시간 갈등이 있었고, 그래도 나의 의견을 듣고 믿어준 남편 덕분에 보바스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그 어떤 치료를 받고 있지 않고, 진짜 내 힘으로 치료해가고 있지만 병원에 있는 뇌졸중 환자라면 보바스치료를 꼭 받아볼 것을 권하는 바이다. 단, 가장 중요한건 본인의 몸에 집중 할 수 있는, 어느 정도 인지수준이 있어야 치료 효과가 크다.     

나도 뇌손상으로 기억력이 많이 떨어져서 생각했던 것을 자꾸 까먹기에 치료법에 대해 가족들과 마찰이 있을 때마다 내 의견을 제대로 주장하기 위해서 보바스치료에 대한 내 생각을 적어두곤 했다.



보바스 치료에 대한 내 생각들


2020년 8월 11일     


근력이약해서움직임이안나온다? 그럴수도있지만 근육이있어도

그 근육의 쓰임과 다른근육과의 coordinate가 되는건아니다!

근육이 있다고 움직여지는건 아니다 절대적으로

그래서 보바스치료가 좋은거.환자마다다른 특성에 맞게 치료하니까

     

2021년 4월 13일


보바스치료는 진단,처방,결과가확실해

어떻게움직여야지보다 어디를움직여야지

올바른힘의사용이중요함

의식적으로 근육을 조절할수있게돼

통증이 없이 움직일 수있지     


2021년 6월 4일


치료법에 대한 고민

보바스vs'막움직이기'의 기로..

결정하고해왔건만

시간은부족하고

지호는너무빠르게큰다

아..정답은없겠지만

누가해결책좀주세요     


2021년 6월 12일     

보바스나 pnf나 지향하는 목표도같고 치료에있어 신경쓰는 근육이나 패턴도 비슷해.

하는운동도,움직임도

다른건 움직임에 대한 목적이 뭐냐..

정확하고 섬세한 조절적 움직임vs사회 속에서 자연스럽고 티 안 나게 살 수 있는 움직임     

보바스가 내 몸을 바르고 정갈하게 다듬어주는 느낌이라면

pnf는 내가 할수 있는 움직임을 다양하게 많아지게 해주는 느낌

보바스 치료를하면 몸이 바르게 정리되는 느낌

운동을 하면 자신감이 생기는 느낌     

한편,

보바스는 치료사의 환자 자세 세팅 등이 필요해서 치료사 의존도가 크고,

치료내용이 치료사가 세운 치료목표를 위한 욕심으로 변질될 수가 있다

PNF도 정확히 하려면 치료사가 중요하지만

세팅없이 혼자 운동할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럼에도 내가 보바스를 선호하는 건

보바스는 섬세하게 접근 하는 만큼 나의 움직임패턴의 원인을 내 몸의 상태에 맞게 잘 찾아내고 해결하는 과정이 나의성향과 맞아     



병원에 있는 동안 늘 치료법에 대한 마찰이 있었고 치료법에 대해 고민했다.      

급겅기도, 아급성기도 지난 만성기 뇌졸중 환자가 된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보바스치료의 특징     


정상적인 근육의 긴장도를 만들어 적절한 근긴장을 유지하며 환자 스스로가 조절하여 움직임을 만들도록 한다.

환자의 집중도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보바스치료의 장점     


매우 섬세한 치료로 환자 개개인의 몸의 특성에 맞춘 치료가 가능하다.

몸의 정렬, 협응 등 기본적인 것을 중요하게 다루어서 부상의 위험이 적다.          



보바스치료의 단점     


환자나 치료사에게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 하므로 정신적인 피로감이 크고 지루한 편.

치료사의 도움 없이 근 긴장을 조절하거나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

치료사 의존도가 높다. 환자의 재활목표보다 치료사의 치료목표 달성에 더 집중될 수 있다.

환자가 스스로 터득할때까지 기능회복에 오랜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보바스기념병원의 특징     


치료사 수가 많은 만큼 팀으로 나뉘어있고, 팀체제가 잘 되어있어 운동치료,작업치료 구분 없이 환자에게 초점을 맞춘 통합 치료가 가능하다.

재활의학과 담당 의사들이 보바스 치료에 대한 이해와 치료사에 대한 신뢰가 높아 재활치료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재활치료과정에 관심이 많은 편)

도수치료패키지가 다양한 만큼 병원비용이 많이 든다.     



필자의 개인의견     


급성기, 젊은 환자라면 초기 재활은 보바스기념병원에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보바스기념병원을 꼭 한번 거치기를 권한다.

몸의 정렬과 근육의 긴장도 등 몸에서 매우 기본이 되는 것부터 잡아가는 치료기 때문에 퇴원 후에도, 남은 일생에도 다치지 않고  몸을 바르게 잘 쓰려면, 올바른 움직임을 위해서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보바스기념병원에서도 제대로 된 보바스치료를 하는 치료사는 일부에 국한되며, 환자 모두에게 치료효과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일단 비급여 치료가 많아 병원비가 많이 나오니 본인의 실손의료비 보험을 잘 확인해봐야 한다. 내과, 정신과 등이 있지만 재활의학과를 제외한 다른 과의 진료는 어려운 편이므로 신체에 다른 질환이 있다면 타병원에서 위험 요인들을 해결하고 입원해야 한다. 그래도 다른 병원들에 비해 재활의학과 의사들의 수준이 높고 재활치료에 관심이 많아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아무튼 뇌졸중 환자의 제대로 된 회복을 위해서 받으면 좋은 치료법이다. 필자는 보바스치료를 장기간, 여러 곳, 소문난 치료사들에게 받았음에도 후유증이 남아있긴 하지만 재활하는 과정에서 생겼던 여러 신체 문제들(빽니, 보행 등)을 보바스치료를 통해 개선할 수 있었다.







※ '보바스치료법'에 대한 위 글은 필자가 직접 겪으며 생각한 개인 의견이며 병원 홍보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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