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환자의 일상 속 도전

퇴원 후 생활 4-3-3. 일상 속 도전

뇌졸중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들을 꼽자면, 아무렇지 않게 했던 동작이나 움직임을 아무렇게나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이 상당히 치명적이다. 그럴수록 나는 모든 걸 할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세가 예쁘든 아니든, 잘하든 못하든 사람이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동작이 다 된다면 재활의 끝이라고 생각하고 늘 여러 가지를 해보려고 한다.



필라테스


퇴원 후 가장 먼저 했던 운동다운 운동은 필라테스다. 일반 근골격 재활센터 내에서 운영하는 필라테스 수업이었는데 스트레칭 하러 다닌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근력이나 근육의 가동범위의 한계로 필라테스 강사의 도움을 받아 뭉친 근육을 풀거나 짧아진 근육을 늘리거나 하는 스트레칭 위주의 운동을 했다. 필라테스를 제대로 해봤다고 말할 순 없지만 스트레칭 동작이 다양해지고 가동범위도 커지면서 움직임에 대한 자신감을 만들 수 있던 좋은 경험이었다.



헬스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은 헬스장에 다니는 것이다. 재활을 위해서 꾸준히 헬스장에 가는 이유도 있지만, 헬스를 해야만 기본 근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서 헬스를 한다.

웨이트트레이닝이라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헬스기구는 다리위주로 고작 세네 개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거라도 하면서 다른 기구들도 도전해보기도하고 중량도 늘려가는 데에 의미와 재미를 두고 간다. 뇌졸중 재활에 있어서 급성기, 아급성기에는 무지하게 웨이트를 할 필요는 없다. 좋은 기능으로서의 근력운동의 역할보다 나쁜 기능을 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고, n번째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한 만성기 환자들은 재활 목적이나 건강을 위해서라도 기본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야만 한다.

우선, 자신의 환경에 맞는 헬스장을 잘 찾아야 한다. 일반 헬스클럽직원들은 보통 장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 헬스장을 이용하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좋은 의도를 가지고 충고해주는 말들이 도움 되지 않고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따라서 환자 본인이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알아야하고 그에 맞는 근력운동을 시행해야 한다. 자신이 제일 약한 부분과 큰 근육 위주로 웨이트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운동 열심히 한다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그들이 쓰는 같은 기구를 쓰며 자기효능감이 올라가고 중량을 늘리는 재미에 헬스장 가는 길이 즐거워질 것이다.

새벽시간은 내전용헬스장이다

뇌졸중 환자의 헬스 팁


운동하기에 안전한 곳을 물색한다.(기구가 다양한지(할 수 있는 기구가 있는지), 사람이 붐비지 않는지, 시설은 어떤지)

헬스장에 오고 가는 것만으로도 재활에 도움이 된다.

구부리는 운동보다는 펴고, 밀어내는 운동을 주로 한다(단, 조절하면서 펴고,밀기)

중량에 욕심내지 않는다(기능회복에는 기본 중량으로도 충분하다)

기구를 쓰지 않고 헬스장에서 매트운동만 하고 와도 충분하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운동하거나 따라하지 않는다.(자신의 몸에 맞는 운동을 해야한다)

목표로 하는 부위나 재활방향에 맞추어 집중적인 운동을 한다(나는 엉덩이 근육을 강화시켜 보행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근력운동을 한다)



게이트볼


뇌졸중 이후에는 당연히 단체스포츠를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전한 것이 게이트볼이다. 게이트볼은 실제로 뇌졸중 재활 목적으로도 하는 스포츠인데, 채를 들고, 목표물인 공을 맞추는 동안 근력, 균형감각, 지구력 증진 훈련이 되고, 다음 게이트까지 가는 동안 보행연습도 가능해서 재활운동으로 매우 좋은 스포츠다.

어울림의 한계


집 근처에 새로 오픈한 게이트볼 장이 있었다. 신규 회원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을 보고 가본 거였는데 나의 상태를 보시더니 돈 받고 강습할 상태가 아닌 것 같다며 이왕 온 거 경험이라도 해보라고 흔쾌히 회원으로 받아주셨다. 나의 신체적 특성으로 인해 다른 수강생들과 동일한 강습은 받지 못했고, 연습용 채로 빈 공간에서 한 번씩 공 쳐보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여러가지 훈련 겸 사회활동을 위해 일반인들과 어울리는 도전을 위해 몇 번 연습하러 나갔는데 그곳을 관리하시는 분들 중 한 분이 내가 오른손에 의지해서 게이트볼을 하는 모습을 보시면서 갈 때마다 타박하셨다. ‘운동하러왔다면서 왜 아픈 손 안 쓰냐’시며.. 나는 왼손에 힘을 주면 발가락에 강직이 심하게 와서 걸을 수가 없다. 왼손에 물건을 쥐고 걷는 연습을 하고 있지만 넘어지기 쉽상이다. 그래서 게이트볼을 할 때도 조심하는 편이긴 했지만 나름대로 재활 한다고 생각해서 왼손으로 채를 들되 오른손으로 받치고 걷거나 하는 방법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왼쪽의 기능은 다 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시던 그 분은 나를 볼 때마다 못마땅해 하셨고, 결국 나도 화를 내고 말았다. ‘그러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누가 책임질거냐’고. 부상의 위험과 그로 인한 재활의 지연 가능성이 늘 있는 나는 넘어지고 다치는 것에 민감한 편인데 게이트볼 한 번 해보자고 부상을 감수하면서까지 하기는 싫었다. 결국 그 분은 내게 옆에 장애인게이트볼장이 생길예정이니 나중에 그 곳을 알아보라고 하셨다. 일반인게이트볼을 할 상태가 아니라며.. 그렇게 게이트볼 도전은 끝났다. 그리고 장애인은 일반인 단체, 사회 스포츠에 어울릴 수 없다는 것을 제대로 배웠다.



수영


수중 재활이 좋다는 건 많이 알려져 있고, 직접 경험해봤기 때문에 수영에 대한 갈망이 늘 있었다. 하지만 수온이나 미끄러짐 등의 문제로 쉽게 도전해볼 수 없었는데 마침 집 근처 스포츠센터의 수영장의 수온이 29.5도로 다른 곳들보다 높은 편이고 1미터 남짓의 낮은 풀장이 있어서 걷는 운동이라도 할겸 엄마의 도움 하에 수영에 도전했다. 발병 이전에 수영 경험이 있어서 영법을 조금 알기도 하고 물에 대한 무서움이 덜했다. 하지만 물속에서조차 이 몸뚱이는 자유롭지 못했다. 이상하게 마비측만 자꾸 가라앉아서 물에 대한 공포감이 커졌다. 수중에서는 아무래도 마비측 몸을 움직이는 것이 조금 더 수월한데, 물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지상에서 못하는 스쿼트 같은 근력운동 뿐이었다. 아니면 수중 걷기. 그래도 매번 갈 때마다 수영의 기초인 발차기를 연습하는데, 오른쪽 움직임으로 인한 반동을 이용해서라도 어찌어찌 발차기를 몇 번 할 수 있게 되었고, 내친 김에 팔도 한번 돌려보는 나다. 꼬르륵... 팔 돌리는 순간 물먹는 하마가 되지만..^^ 제대로 된 수영도 못하면서 마음만은 이미 패럴림픽 수영 국가대표다^^


계단오르기


우리 집은 16층이다. 아파트 꼭대기 층인데 나는 임신했을 때도 운동 삼아 꼭대기 층까지 계단으로 다녔다. 덕분에 자연분만을 했음에도 뇌출혈 없이 건강하게 출산을 했다. 출산한 당시에도 기형혈관이 있던 때였는데, 그때는 기형혈관의 존재를 몰랐으니 분만 중 뇌출혈이 일어났을 수도 있었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임신 중에도 꾸준히 계단 오르기를 통해 건강해져서 무탈하게 분만했다고 생각한다. 빽니가 심해서 계단 오르는 것도 조심해서 하는 편이다. 빽니가 생기지 않게 한 칸 한 칸 정성스럽게 오르기도 하고, 자연스러운 계단오르기를 위해 한칸씩 양쪽 다리를 번갈아가면서 성큼성큼 오르기도 한다. 처음엔 16층까지 15분 가까이 걸렸는데 지금은 10분도 채 안 걸리는 계단의 고수가 되었다. 뇌졸중 환자가 계단오르기를 할 때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실시해야 한다. 근력운동이나 기능개선이 목적이라면 매 계단에 신경 써서, 본인이 개선하고 싶은 움직임의 패턴을 연습하며 훈련에 임해야 하고, 건강증진이 목적이라면 목표지점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줄여가면서 멈추지 않고 오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겠다. 물론 어느 경우든 안전이 우선이다. 병원이 아닌 곳의 계단은 안전 바(손잡이)가 충분히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위험한 순간들이 많다. 어떤 목적으로 계단을 오르든 계단 오르기는 가성비 좋은 재활운동이다.



슬리퍼 신기


감각과 보행의 문제로 슬리퍼를 신지 못한다. 슬리퍼를 신고 발을 내딛는 순간 발목을 접질리는 일이 다반사고, 발을 앞으로 뻗는 순간 슬리퍼가 저 멀리 날아가버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블로그에도 적었듯이 일상 속에서 훈련이 되겠다 싶은 것들은 늘 도전하는 편이다. 이 글은 건강검진을 위해 갔던 대학병원의 후기와 슬리퍼를 신고 다닌 도전기를 담은 글이다. https://blog.naver.com/newsilverstar/222701220745 뇌졸중 환자들은 특히 퇴원 후에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행동들에 훈련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모든 생활이 재활의 일부이다. 지금 이 순간에 생각하는 것, 움직이는 것 모두 뇌가 신경회로를 만들고 저장하려고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래서 질 높은 훈련도 중요하고, 좋지 않은 생각과 움직임을 하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 조심스럽게 도전해 볼 수 있는 활동들은 슬리퍼 신기 외에도 많다. 치약잡기, 엘리베이터버튼 누르기, 방문 열고 닫기, 수도레버 올리고 내리기, 요구르트 잡기(손이 잘 안 펴지니까 요구르트 사이즈가 훈련하기 좋다), 포크로 찍은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기, 서서 바지 입기 등 발병 이전에 연습해야 된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생활 속 모든 활동이 훈련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슬리퍼신기도전(feat. 지팡이)


일상생활동작치료 (ADLs)와 치료사의 역할


병원에서는 환자들의 독립적인 생활을 위해 일상생활동작치료라는 작업치료 시간을 처방해 준다. 일상생활을 위한 동작을 연습하고 그것을 목표로 하는 치료인데, 일상생활에서의 기능증진을 위해 제대로 치료에 접근하는 치료사를 딱 한 명 보았고(보바스 기념병원 작업치료 과장님), 그 외엔 보지 못했다. 가령, 마비측 손으로 숟가락잡고 입으로 가져가기를 한다면 여기에 필요한 동작만 해도 벌써 여러 개다. 그 동작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근육이나 근육들의 협응, 기능발현 순서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많은데 이런 것들을 모두 고려하여 반복적인 훈련을 시켜주는 것이 일상생활동작치료에서 해야 할 내용이고, 치료사의 역할인데 왜 하나같이 다들 숟가락이 입으로 갔냐, 안 갔냐로만 재활내용으로 보는지 이해가 안 된다. 무엇을 학습시켜줘야 되는지 재활의 본질을 전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치료사도 있었다. 퇴원 후 환자들의 기능이 증진 되지 않는 이유는 마비측을 안 쓰고 정상측만 쓰기 때문이라고. 틀린 말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의식적으로 마비측을 쓰지 않는 한 대부분 건측에 의지한 생활을 한다. 마비측의 참여를 높이느라 허송세월이고, 마비측이 친 사고를 수습하는데 또 시간을 써야 되기 때문이다. 왜 마비측을 안 쓰냐고 환자를 탓하고 질타하기 이전에 그 동작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고민하고 계획, 치료를 반복하는 것이 일상생활동작 치료의 목표이자 치료사의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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