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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뇌를 바꿀 수 있다.

신경가소성

뇌졸중 환자라면 꼭 알아야하고 믿어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신경가소성이다. 신경가소성이란

신경 가소성은 우리의 경험이 신경계의 기능적 및 구조적 변형을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따라서 신경 가소성은 신경계의 신경 발달과 정상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 노화 또는 병리학적 원인에 대한 반응이기도 하다.(_네이버지식백과)

간단히 말해서, 우리의 경험과 학습으로 뇌의 기능이나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성질이다. 신경계의 변화가 눈앞에서 확인되지 않아서 그런지 혹자는 뇌 신경가소성을 믿는 것을 마치 사이비라고 표현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믿지 못한다고 해도 뇌졸중 환자라면 이 성질을 믿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몸이 변화할 수 있다. 몸도, 마음도.



신경가소성 관련도서

신경가소성에 관한 책들 중 내게 큰 영향을 준 책이 두 권 있어 소개해 본다. 출판사 김영사의 ‘신경가소성’ 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 베스트셀러 뇌과학 분야 1위 아마존 2007 최고의 과학책인 ‘ 기적을 부르는 뇌’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다른 환자나 보호자들이 뇌가소성이라는 것이 있다며 알려줘서 알고 있었지만 두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내가 신경가소성의 신봉자가 되어버렸을 정도이다. 이 책들을 읽고 난 후 나의 뇌구조와 기능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을 거라고 확신하는 바이다.


신경가소성(출판 : 김영사, 저자 : 모헤브 코스탄디)
출처-네이버책


도대체 신경가소성이 뭐길래 ‘가소성이라는 게 있어서 좋아질 거래~ 신경가소성이라는 게 있다 잖아 힘내’ 라는 말들을 자꾸들 하는지.. 주변에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얘기해서 제대로 알아야겠다고 생각해서 본 책이었다. 그런 말을 한 사람들이 ‘주변의 뇌가 손상된 뇌를 보고 따라한다’느니, ‘복사가 된다’느니 말도 안 되는 말들을 하고 있었다. 그런 말들을 많이 들어 본 우리엄마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한테 무슨 동작을 해보라고 했을 때 내가 못해서 짜증내면 이러셨다. ‘ 신경가소성이 있대, 옆에 있는 애(뇌부위)가 배운대. 움직이려고 생각이라도 해 봐.’ 라며 무슨 가만히만 있어도 ctrl+c, ctrl +v 된다는 듯한 소리를 너무 해서 진실을 알기 위해 본 책이었다. 그만큼 신경가소성의 핵심지식과 전문적인 내용을 비전문가를 위해 원리에 기초해 설명하는 책이다. 신경가소성의 진짜 이론을 알고 싶다면 한번쯤 볼만 한 책이다. 전문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재미는 없는 편이다. 하지만 읽고 나면 괜스레 전문가가 된 느낌을 받고

똑똑해지는 기분이 든다.


기적을 부르는 뇌(출판 : 지호, 저자 : 노먼 도이지)


출처-네이버책


이 책은 내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책으로 신경가소성에 대한 책을 찾다가 구매했는데, 회복에 대한 희망을 주고, 가능성의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자극제가 되었다. 아마존과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이기도 하지만 내 마음속 베스트도서이다. 이 책은 무려 480쪽에 달하는 꽤 두툼한 책이다. 병원에 있을 때 성경 들고 다니듯이 이 책을 팔에 끼고 다니며 완독했다. 그 두꺼운 책을 다 읽은 것만으로도 뿌듯했지만, 책의 마지막장을 보고 뒷표지를 덮는 순간, 다른 사람으로 태어난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환자들에게는 강한 자극이 되는 훌륭한 책이다.

인간 뇌의 가능성과 불가능해 보이는 변화를 그것을 발견한 과학자들과 그들이 변화시킨 환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흥미롭게 풀어낸다. 운동피질을 제거한 동물이어도 움직일 수 있으며, 새로운 뇌 세포가 노년기에도 생성되고 있음을 통해 뇌가소성의 증거를 보여준다. 이 책은 뇌가소성이라는 뇌 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면밀하게 조명하고 뇌가소성의 가능성을 들려준다.(출처 : 네이버 책)



자신에 대한 믿음


내기 이 책을 읽는 것을 본 재활치료사들은 의료진이나 치료사들이 읽어야 할 책 아니냐며 환자 본인이 신경계에 관심이 많은 것을 신기해했다. 뇌졸중 이후에는 환자들이 수동적인 태도와 자세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내가 뇌졸중을 겪으면서 크게 깨달은 점은 뇌졸중 회복은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것인데 이 이론(?)은 뇌졸중과 관련된 사람들 사이에서 익히 알려진 지론이다.

‘환자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뇌졸중에 대해 잘 몰랐을 때는 이 의지라는 것이 운동선수처럼 새벽 같이 일어나 체조하고 땀 뻘뻘 흘리며 운동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그런 것처럼 애기했다. 조금만 게을러지는 모습을 보이면 의지가 없다면서 재활에 대한 의지를 무시하거나 비아냥거리기 때문이다. 재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이 상황을 잘 헤쳐 나가면서 알게 되었다. 뇌졸중 회복을 위한 진정한‘의지’에 대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믿음이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 심지어 생각까지도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고, 신경가소성을 믿는 자신을 믿는 것이다. 그 믿음이 의지에 담긴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자신을 향한 믿음이기도 한데, 스스로를 믿을 수 있으려면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아야한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나오는 양상들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치료방법이나 스킬은 재활치료사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스스로 무언가를 고쳐보겠다고 엄한 데 애쓰지 말고, 그런 양상이 나오는 것이 언제인지, 어떤 상황에서인지, 그로 인한 불편함과 안 좋은 점은 무엇인지 등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큰 틀로 메타인지라고 할 수 있는데, 자신의 병과 후유증, 움직임 또는 마음까지도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커질수록 메타인지가 좋아진다. 그것은 다른 영역의 인지나 신체적 회복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나 자존감, 자신감, 자기효능감이 모두 좋아질 수 있고, 이런 것들이 뇌졸중으로부터 완전히 회복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나 역시 아직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그런 믿음들을 바탕으로 완전한 회복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좋아지고 있고, 결국은 완전히 회복할 거라 믿는다.



신경은 변하는 중


아급성기인 2년이 지나면 몸이 더 이상 회복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재활의학계는 모르겠고 뇌졸중 환자들 사이의 속설이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2년까지를 뇌졸중 회복이 끝나는 시점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병원에 있는 2년 동안 환자와 보호자들은 애를 쓰며 재활에 집중하고, 2년이 가까워오는데도 나아지지 않는 모습을 보며 엄청나게 두려워한다. 마치 시한부인 것처럼.

하지만, 결국은 좋아질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뇌는 당신의 모든 것을 뇌 주름 사이사이에 기록하고 저장하고 있다. 그리고 변하고 있다. 나는 한손으로 타자를 치는 지금도 왼손은 웨이트볼 위에 올려놓고 있다. 공의촉감이나 모양이라도 입력되라고..

잘 알려져 있듯이 뇌졸중 후유증은 급성기에 가장 많이 좋아질 수 있고, 아급성기도 중요한 시기이다. 그렇다고 만성기에는 좋아지지 않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물론 아급성기때보다 좋아지는 정도가 작긴 하다. 급성기나 아급성기에 1에서 3만큼의 폭으로 좋아진다면 4년이 흐른 지금은 7에서 7.1의 폭 정도로 좋아진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햇수가 늘어날수록 크게 좋아지진 않아도 할 줄 아는 것이 점점 많아진다. 예를 들어, 헬스를 시작할 때만 해도 도전할 엄두도 안 났던 기구를 지금은 매일같이 하고 있다. 원래도 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도전을 안했던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점점 할 줄 아는 게 많아진다. 그 말인 즉슨 나의 뇌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급성기가 지나도, 아급성기가 지나도, 수 년이 흘러도 재활을 멈추지 않는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몰라도 분명히 계속해서 좋아질 것이다.


뇌졸중 생존자 동지여러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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