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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단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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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하 Aug 22. 2023

단단육아_우리 동네 공원

유모차, 킥보드, 자전거로의 변화

 현재 거주하고 있는 동네가 신도시라서 아이 키우기에 매우 좋다. 인도가 굉장히 넓어서 아이들 킥보드, 자전거 타기에 안전하고 아파트에서 연결되는 공원도 많고, 가도 근처에 있다.  그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유는 가까운 공원이다. 특히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공원 바로 앞이라서 단지를 벗어나면 쉽게 공원에 들어갈 수 있다. 처음 이사 와서 그 점이 제일 좋았다. 첫찌 자전거 유모차 태워서 공원에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금요일 남편과 내가 둘 다 모처럼 일찍 퇴근한 날 아이와 함께 공원에 갔을 때 잔디에서 잔뜩 뛰어다니던 아이 모습이 사진과 함께 생생하다. 그 때는 미처 몰랐지만 뱃 속에 둘찌가 있었으므로 더 기억나는 순간일 수도 있다. 넓은 잔디에서 뛰어다니며 좋아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함께하는 시간이 적은 워킹맘의 미안함과 현실의 고단함이 씻겨져 내려가곤 했다.



 이 곳에서 둘찌는 세상을 향한 첫번째 발걸음을 내딛었고, 형이 된 어린 첫찌는 자기보다 어린 둘찌의 손을 잡아주었다. 유모차에 태운 둘찌와 킥보드를 타는 첫찌와 산책을 무한히도 했던 곳이다. 아파트 단지가 굉장히 많은데도 산책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이 너무 없어서 공원 자체가 고독하게 느껴졌지만, 그 곳에서 우리 셋은 씩씩하게 자랐다. 봄이면 꽃 구경하러 여름이면 잠시 쉬어가고 가을이면 다시 단풍 구경 하러 자주 나갔다. 추운 겨울에도 꽁꽁 싸매고 눈 구경하러 다니고 길고 긴 코로나 시절을 그렇게 보냈다.




 어느새 유모차를 타던 둘찌가 형아와 같이 킥보드를 타고 온 힘들 다해 씽씽 달리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이 많이 컸음을 실감하게 된다. 더 이상 나는 아이를 밀고 끌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뒤에서 안절부절 따라다니지 않아도 된다. 어느 덧 아이 둘이 놀 때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는 관찰자 입장이 되어간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 때부터 육아의 참여자에서 관찰자 입장이 되는 순간들이 많아진 것 같다. 지금이야 당연하지만 이 때만 해도 엉덩이 대고 쉴 수 있는 반가움에 함박웃음이 나오기도 다. 아이들이 커 감에 나의 역할이 바뀌어가는구나.



 아이들은 이제 모두 자전거를 탄다.  킥보드보다 더 많은 시행착오와 연습 후에야 자연스러워지는 자전거 타기를 마스터 하니 부쩍 큰 아이들 같다. 자전거 앞에서 핸들을 끌어주고 뒤에서 의자를 잡아주는 교정 기간이 길 것만 같았는데,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젠 부모의 도움 없이 쌩쌩 빨리도 달린다. 천천히 달려라 아들들아. 이런 변화의 순간, 문득 세월이 훌쩍 지나갔음을 느낀다. 분명 하루하루가 길고 피곤하고 힘들었는데, 아이들이 언제 이렇게 큰 것인지 의문이다. 나의 나이 들음은 인식하지 못하고 아이들만 컸음을 느낀다. 


 내 체력과 아이들의 체력이 괜찮다면 되도록 자주 공원으로 나간다. 놀이터보다 넓어서 좋고 놀이터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어서 좋다. 틀에 매여서 노는 것보다 자유롭게 노는 것을 선호한다. 집에서 TV, 동영상을 보여주면 쉽게 지나가는 시간이지만, 그것보다는 애써 마음 먹고 힘겹게 나와 공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한다. 내 체력만 좋다면 앞으로도 그렇게 하고 싶다. 자연에서 땅에서 하늘에서 나무에서 받는 에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에너지들이 아이가 흔들릴 때 단단하게 해 줄 것이라 믿는다. 그것이 체력이든 마음이든 추억이든. 그래서 나의 육아가 단단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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