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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단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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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하 Aug 30. 2023

단단육아_비올 때는 나무 곁으로


 더워가 좀 약해지고 바람이 선선하게 불면 산책이 고파진다. 이건 누구나 그럴만한 조건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비가 보슬보슬 내릴 때도 산책이 고프다. 비 내리는 것을 싫어해서 계속 집에 있다보면 역설적으로 밖에 나가고 싶다. 침전하는 기분끌어올리고 싶다.  때 다 보면 좀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 심리가 작용한다.


 비 오는 날 아이들과 집에 온 종일 있는 날. 모두가 피곤해질 저녁 시간 쯤에는 가족 중 둘은 싸움이 나기 쉽상이다. 아이들끼리든 부모와 아이든 부부지간이든. 그럴 땐 나가서 걷기라도 하면 모두가 괜찮아질텐데 하는 마음이 생긴다.


 

  오는 날 아이들과의 산책은 정말 아이들 입장에서 최고의 놀이같다. 소나기가 우수수 퍼 부우면 그 재미로, 보슬비가 내리면 또 그 재미로 아이들은 강아지마냥 뛰어다닌다. "뛰지마, 젖지마." 소리치는 것보다는 그냥 냅두는 게 속이 편하다. 비 오는 날 산책이란 아이들에게 안 젖을 수가 없으니깐, 젖으면 씻으면 되지 하고 생각하는 게 서로 마음이 편한 길이다.



 비가 올 때 나 흙냄새를 좋아해서 주로 나무 곁으로 산책을 간다. 아파트 아스팔트 주변에서는 맡을 수 없는 비 온 뒤의 흙냄새, 숲냄새. 정말 모든 스트레스가 떨쳐져 나가는 것 같은 휴식과 힐링의 순간들이다. 비 온 뒤의 자연휴양림도 좋은데 가까운데 없어서 아쉽다. 근처에 작은 산수소문해서 떠나봤다. 어른이 되고는 창문을 통해 구경하는 비가 제일 좋은 법인데, 우비에 장화까지 준비해 아이들과 산책을 나갔으니 마치 어른들의 큰 모험같다.



 비 온 숲길에 발을 내딛자마자 느껴진다. "그래, 여기 오길 진짜 잘 했다. 너무너무 좋다." 아이들이 좋은 이유와 어른들이 좋은 이유는 다르지만 여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비 오는 날 숲 산책이다. 어른들만 있다면 조금 더 천천히 걸으며 나무와 숲 그리고 시간과 공간을 조금 더 음미할 수 있겠지만, 숲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색다른 안정적인 충만함을 주니 다른 만족감이다.



 물이 조금이라도 고인 곳을 얌전히 못 지나가는 것은 아이들의 공통된 심리인가 보다. 팡팡 한 두 번은 뛰어줘야 지나갈 맛이 생기는 것일지도. 거기에 진흙까지 있으면 아이들은 대환호 엄마들은 대좌절. 그래도 하라고 해야지,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하려고 나온 것이니 말이다.


첨벙첨벙 물 웅덩이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 문득 어릴 적 모습이 떠오른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내릴 때 친구와 제대로 비를 맞으며 뛰어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정말 정말 재미있고 즐거웠다. 비를 피하지 않고 맞을 때의 즐거움이란.. 어른이 된 우리가 힘든 일이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너무 피하려고 발버둥을 쳐서. 한 번 시원하게 맞고나면 그 또한 일어날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그러나 저러나 참 좋다. 초록초록의 향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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