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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단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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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하 Dec 28. 2023

단단육아 _ 아이와 함께 눈썰매를

어른도 한 때는 아이였음을 잊지 말기를


 작년 크리스마스 쯤, 연말 연시를 제주에서 보냈다. 집을 떠난 여행 중 가장 긴 기간이었다. 둘째가 기저귀를 뗄 때 쯤 어딘가에 가서 일주일 살기, 열흘 살기를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실천에 옮긴 것이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돌아오니 작년 겨울 여행이 참 많이 생각났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남편도 아이들도 자주 대화를 꺼냈다. 그 중 아이들에게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냐고 오래 대화를 나누어보았다.

 

 그 중 눈썰매에 관련한 에피소드는 가족 모두에게 아주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여행 전부터 눈썰매 판을 챙겨 차에 실으며 남편은 눈 예보가 있으니 꼭 썰매를 탈 것을 다짐했었다. 당시 비행기가 결항될 정도로 눈이 오고 강풍이 불었다. 제주에 어렵게 도착해서도 한라산 근방의 70cm 정도 쌓인 눈을 보자니 어마어마했다. 우리 숙소는 제주 표선 쪽이었고, 서귀포 중심으로 눈썰매 탈 곳을 열심히 찾은 결과 한라산 근방의 낮은 구릉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맞이한 뷰는 온통 파란 하늘과 구름, 그리고 눈 밭이었다. 이야 눈 밭은 또 처음이네! 이미 눈썰매 타는 가족 몇 팀이 보였는데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어른들이 정신없이 놀며 신나서 언덕을 내려오다가 이제 막 도착한 낯선 어른과 마주칠 때 어색해하던 모습. 그 정도로 즐겁게 놀고 있던 모습

 우리도 언덕을 올라가 봤다. 비탈 언덕이 제법 기울기가 가파르고 길었는데도 4살 둘째는 지치는 기색 하나 없이 잘 올라갔다. 올라가고 내려오고 또 올라가고 무한 반복이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나도 타보니 그제서야 왜 다 큰 어른들의 입이 귀에 걸린 줄 비로소 알았다. 아이고 어른이고 구분이 없다. 진심으로 너무 재밌다. 동네 비탈길에서 타는 감칠맛 아니고 에버랜드서 30분씩 줄 서 기다리며 타는 고행 아니고 이것은 진짜 놀이다, 놀이​​.



아이랑 놀아주는 게 아니라​ 아이랑 함께 놀아서 더 신났던 순간이었다​. 아이랑 놀아주려 하지 말고​ 같이 놀라는 유명 육아 고수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느낌이 점점 더 늘어난다. ​아이들의 기억에 그 겨울의 시간이 지금처럼​ 오래오래 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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