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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하 Jun 20. 2024

16화 - 워킹맘과 극기훈련

워킹맘 생활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월요일 수현이 제일 좋아하게 된 요일이다. 평일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적어 생기는 미안함을 주말 온 힘을 다해 사랑으로 퍼붓는다. 일요일 저녁 쯤은 피로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월요일 아침 분주하게 아이 등원 준비와 출근 준비를 동시에 마치고 회사에 도착하면 나갔던 정신이 서서히 돌아온다. 커피 한 잔을 손에 쥐며 내쉬어 보는 큰 숨은 한숨이 아닌 쉼이다.

"선배 월요일 오전 회사에서 마시는 이 커피 한 잔 정말 좋지 않아요? 캬~"

"너 아직 애가 어려서 그래. 그냥 주말에도 애 티비 틀어주고 마셔~"

"티비 틀어주고 마셔도 아이랑 있으면 그 맛이 안 느껴져요, 여유 그 맛"

  중학생 아이를 키우는 선배는 그래도 아이가 어린 그 때가 좋은 거라며 말을 건넨다.


  출산 전에는 월요병이 있어 출근하는 월요일이 제일 싫었지만, 이젠 달라졌다. 출근해서 마음 놓고 커피 마실 수 있는 월요일이 제일 좋은 수현이었다. 어느 덧 회사에 복직한지도 7개월이 되었다. 육아 휴직 중 못 받고 있던 일부 급여도 6개월 근무를 마쳐 지난 주 입금되었다. 갑자기 생긴 이 귀한 보너스를 어찌 할까 기분 좋은 고민의 수현이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워킹맘 6개월. 복직했을 때 워킹맘 선배들이 일단 3개월만 버티고 6개월만 다니면 적응 끝이라고 말해 주었던 기간이 지나갔다. 수현은 선배들이 왜 그 말을 해 줬는지, 화장실에서 흐느끼는 울음 소리가 무엇이었는지 이제는 알았다.


"커피 한 잔?"

"잠시만, 하던 거 마무리하고 10분 뒤 휴게실에서 볼까?"

친한 동료의 메신저에 수현은 하던 일을 부랴부랴 마무리했다.


"어린이 집에서 연락왔어. 아이 또 열 난다고. 어떻게 하지? 어제도 아이 아파서 일찍 퇴근해서 오늘도 일찍 가기는 어려운데. 낼 미팅 준비도 하나도 못했고, 진짜 미치겠다."

"열 안 떨어져? 벌써 3일째잖아."

"안 떨어져. 아, 휴가도 없는데 어떻게 해, 진짜.."

"남편은 뭐래? 남편 휴가는? 병원에서는 뭐래?"

지난 달 육아 휴직을 끝내고 복직한 동료의 얼굴은 하얘져 있었다. 복직한 뒤로 아이가 계속 여기 저기 아파 동료는 하루도 편해보이는 때가 없었다. 업무 적응은 커녕 회사와 아이 병원 다니는 것만으로도 매일이 벅차보였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렇게 회사를 다니는지 모르겠다. 아 그만둬야하나?"

동료의 한 숨이 남 일 같지 않다. 지난 6개월 수현 역시 숱하게 되내였던 고민, 걱정, 하소연이었다.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진 것도 없지만 그래도 내성이 조금 생겼을까? 동료와 함께 고민하는 수현의 모습이 제법 진진하지만 담담했다.

"뭘 그만 둬. 다녀야지. 일단 엄마 오실 수 있는지 연락드려봤어?"

"엄마 지금 할머니 아프셔서 거기 가 계셔. 엄마도 우리 집에 할머니에 바쁘시네. 아 진짜 나는 어떻게 하지?"

"그럼 시어머니는?"

"아, 시어머니는...하나 하나 잔소리하셔서 불편해."

"니가 지금 찬밥 가릴 때야? 어서 연락드려봐."

아이 한 명이 오래 아프면 많은 집에 비상이 걸린다. 엄마와 아빠 뿐 아니라, 친정, 시댁, 이웃집. 받을 수 있는 작은 도움이라도 무조건 받아야 하는 게 워킹맘의 감지덕지한 현실이다.


 아이가 아프지 않고 컨디션이 좋으면 엄마의 회사 생활도 수월해진다. 커피 한 잔도 여유있게 마시고,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고 나면 인정받고, 보람도 생긴다. 누구 엄마가 아닌 본인의 이름으로 다시 불리우며 따박 따박 들어오는 월급에는 그 동안의 없어진 자존감도 올라간다.

 그렇다고 출산 이전처럼 당연히 누리던 것을 모두 누릴 수는 없다. 회식, 모임, 운동 부가적인 것들 까지는 느낄 수는 없다. 퇴근하자마자 바로 집으로 육아하러 출근하는 일정이다. 하루 종일 못 봤던 아이와 부대끼며 놀고 재우고 나면 그 다음은 집안 일이 기다린다. 청소, 살림, 아이 먹을 음식까지 해 놓으면 어깨에 곰 두 마리가 있다. 익숙해지니 이젠 별로 무겁지도 않는 수현이었다. 휴~ 그저 아이가 안 아프고 무사히 출근할 수 있는 그 자체에 다행인 하루 하루였다.


 워킹맘 생활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느낄 쯤, 수현의 남편은 또 한 달 출장을 떠났다. 혼자 회사 다니면서 어린 아이까지 어떻게 보살피지? 아이가 아프지만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간절할 때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어머님, 우리 아이가 손과 발에 붉은 반점들이 나서요. 열도 나기 시작하고요, 병원 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아, 네 알겠습니다."

뭘까? 뭐지? 수현은 머리가 띵했다. 어젯 밤 잠을 못 자고 아이가 보챔이 심했는데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인지 생각했다. 의심되는 몇 가지가 아니기를 바라며 마우스를 움직이는 손과 마음이 바빠진다.

"수현님 이번 주 회식 참석하시나요?"

"아, 죄송한데 아이가 아파서 회식 참석이 어려울 것 같아요. 부장님 어디 계시죠?"

  "부장님 지금 회의 가셔서 2시간은 걸리실 텐데요."

  "그래요? 감사합니다."

  할 것들을 부랴부랴 마친 뒤 부장님께 메세지를 보내는 수현은 오늘도 제일 빨리 퇴근을 했다

  "부장님, 아이가 아프다고 연락이 와서 오늘 급하게 퇴근합니다. 죄송합니다. 말씀하신 자료는 1차로 완성해서 송부드립니다."


 애 하나 키우는데 세상 죄송한 일은 왜 다 생기는 것인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렇게 살고 있나 한 숨부터 나오는 수현은 사원증을 빼며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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