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찾아 삼만리’는 내가 초등학교 때 TV에서 유행했던 만화영화 중 하나였다.
이태리 소년이 돈을 벌기 위해 떠난 엄마를 찾아서 아르헨티나까지 가는 내용인데, 어른이 되고 나서 생각해 보면 당치도 않는 일이지만 당시엔 우리들을 울고 웃게 만든 그런 만화영화였다.
그런데 나도 어렸을 때, 만화의 주인공 마르코처럼 엄마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 ♣ ♣
요즘과는 달리 예전의 어른들은 짓궂어서 아이들을 놀리는 일이 많았다.
당시 특히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거나 하는 식의 거짓말을 아이들에게 하는 것이었는데, 요즘이라면 아이의 애착형성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여 못하게 하는 그런 행동을 당시만 해도 장난이라고 생각해서, 어른들 중에는 아이들에게 그런 장난을 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평소 외삼촌이나 부모님의 친구들도 비슷한 장난을 쳤는데, 다른 아이들에게 했던 말과 나에게 하는 말이 달라서 항상 궁금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즉 어른들은 누나나 사촌들에게는 “너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라고 놀리는 반면 나에게만 유독 “너네 엄마는 떡장수 아주머니야, 시장에서 봤지?”라고 말해서 진짜인지 궁금했다.
더욱이 지금과 달리 어린 시절의 나는 다소 엉뚱한 면이 있는 데다,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면 행동으로 옮기는 그런 성격이었다.
게다가 어른들에게서 들었던 말을 잘 생각해 보니 항상 엄마에게 업혀 시장에 갔을 때, 나를 유독 귀여워했던 떡장수 아줌마의 태도가 생각났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항상 더 아줌마의 행동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 ♣ ♣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친한 친구분이 우리 집에 놀러 와 아버지와 술을 드시다가 나를 바라보며 또다시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장난스럽게 말을 건넸다.
“OO아, 느네 엄마 지금도 시장에서 떡을 팔고 있는 거 알지?”
아마도 아저씨는 그 한마디가 기폭제가 되리라고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시위는 활에서 떠나버렸다.
“으아~~ 앙, 나 엄마한테 갈래~~ ㅠㅠ;;, 우리 짐에 보내줘”
어른들은 아차 싶었을 테지만, 그동안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관찰하고 느꼈던 의혹에 불을 붙이기에 아저씨의 한마디는 충분했다. 여태껏 있었던 상황 탓에 떡장수가 엄마라고 확신을 하게 된 나는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엄마에게 데려다주겠다는 어른들의 달램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어른들은 아차 싶었을 것이지만 만만찮았던 내 고집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손을 든 어른들은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음에도 나를 데리고 시장엘 갔고, 다행히 장사를 하게 있었던 떡장수 아주머니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했고, 어른들은 나에게 사실을 말하며 설득을 시도했지만 몇 날 며칠의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쉽게 바뀔 리는 만무했다.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장난을 쳤던 아저씨도 그리고 본의 아니게 나의 어머니가 되었던 떡장수 아주머니까지 모두 쩔쩔맬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씩씩대던 나의 분이 가라앉은 후에야 미안하다는 어른들의 사과를 받아들였고,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도 받았다.
이후 어른들은 나에게 다시는 그와 비슷한 장난을 하지 않았다.
하긴 그 난리를 겪었으니 다시 그러고 싶지는 않았을 것 같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