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나는 아내에게 온 몸에 똥이 묻는 내용의 꿈을 꿨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재물이 붙는 대표적인 꿈 중 하나였지만 평소 운을 잘 믿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나와 다르게 아내는 복권이라도 살 것을 권유했다.
“에이 다 개꿈이야. 그런 거 다 소용없어”
“그래도 혹시 알아?”
전생에 덕을 많이 쌓았는지 작은 뽑기를 해도 붙는 아내의 말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어’ 퇴근길에 로또복권 세장을 샀다.
저녁식사 후 아내와 아이에게 하나씩 고르라고 한 후 각자의 복권 뒷면에 이름을 적어놓고 발표 날을 기다렸다.
…
아니나 다를까, 역시 나의 복권은 ‘꽝’이었다.
아이가 고른 것 하나를 제외하고는 당첨된 것이 없었다.
뿐 아니라 내가 고른 것은 숫자조차 달랑 하나만 맞았다.
그러고 나니 문득 내가 복권 사는 것을 그만 두게 됐을 때의 일이 생각났다.
♣ ♣ ♣
나는 원래 복권을 좋아하지 않았다.
작은 제비뽑기 같은 것에도 당첨이 된 적이 없다는 경험도 작용했지만, 노력으로 일궈야 할 것을 운에 맡기는 것 같다는 생각에 좋아 뵈지 않았던 것도 한 몫 했다.
그러다 보니 내 손으로는 주택복권조차 샀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
그러던 중 우리나라에는 처음으로 로또복권이라는 것이 생겼다.
그 때까지의 복권과 달리 본인이 원하는 번호를 고를 수 있다는 점과 그때까지의 복권에 비해 당첨금이 많다는 점 때문에 같은 직장에 다니던 동료들은 한 동안 복권 열풍에 동참했다.
그러던 중 로또복권의 당첨자가 나오지 않은 게 누적되었고, 이월금까지 더한 당첨금은 그 때까지 볼 수 없었던 천문학적인 금액이 될 것이라는 기사에 직원들은 나에게도 복권 구배를 권유했다.
결국 점심식사 후 단체로 복권을 사러갔고, 나는 서로 다른 30개의 번호에 마킹이 된 5장의 복권을 구매했다.
복권을 산 후 발표하는 날이 될 때까지, 점심시간이면 각자 복권이 당첨되면 할 일들을 얘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욕심만 버린다면 한 장의 복권이 기쁨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표된 번호와 맞춰보고는 눈을 의심했다.
“세상에 어떻게 30개 중 번호 하나 맞지 않는 건지.”
그리고 동료들에게 원래 이런 쪽 제비에는 운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럼 과장님이 먼저 30개 찍으세요.”
한 직원의 얘기에 귀가 솔깃했다.
…
그 뒤로 5번쯤 더 직원들과 같이 로또복권을 샀다.
내가 먼저 30개의 번호를 선정해서 복권을 구매하면, 직원들은 나머지 15개의 숫자에서 고르기로 했는데, 신기하게도 이후 4주 동안 내가 고른 30개의 숫자에서는 당첨번호가 나오지 않았다.
“나야 원래 운이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15개 중에서도 번호를 못 맞출 수가 있냐?”
한동안 복권을 산 후 기대에 찬 동료들을 놀리는데 재미를 붙이고 지냈다.
그러다 결국 30개 중 하나의 숫자가 맞는 일이 생겼다.
“이제 내 운이 다했네, 이제 복권 번호는 못 지워줄 것 같아!”
이 말 한 마디를 끝으로 나는 복권을 구매하는 일을 중단했다.
하지만 당시 복권을 사고 나서 화사하게 피는 동료들의 얼굴을 생각해보면 한 장의 복권을 사는 것만으로 기분 좋은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다면 그리 손해 보는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