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손이 시려워, 발이 시려워

조개탄 난로와 양철도시락이 있는 교실 풍경

by 별사탕아빠

12월이 되면서 날씨가 급격히 추워졌다.


아침에 아이를 등교시키려는 데 아내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 생각보다 훨씬 추워요~, 우리 OO 등교시킬 때 핫-팩 잊지 말아요~ 꼬~옥”


전날 일기예보를 듣고 단단히 무장을 하고 출근했음에도 매서운 추위에 놀란 아내의 문자를 받은 나는 아이를 꽁꽁 중무장시킨 후 핫-팩을 건넸다.


준비를 단단히 한 덕분인지 아이는 생각보다 별로 춥지 않다는 말을 남기고 손을 흔들더니 교실로 향해 달려갔다.


대견하게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데, 문득 손에 있는 핫-팩이 눈에 들어왔고 동시에 나의 어린 시절 겨울에 친구들이 흔들고 다니던 주머니난로가 생각났다.



그 시절의 주머니난로는 핫-팩처럼 보온을 위한 도구였지만, 사용이 번거로웠다. 단순히 흔들거나 주머니에 넣어 사용하는 핫-팩과는 달리 주머니난로를 사용하려면 불에 달궈진 조개탄이 있어야 했다.


불붙은 조개탄이 생기면 알루미늄이나 금속으로 만들어진 껍데기 안에 유리솜 한가운데다 넣고 잠근 후 금속 팩을 천에다 넣어 품에다 넣고 다녀야 했는데, 조개탄에 불을 붙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생각보다 금세 식어버려 썩 유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조악한 주머니난로가 어린 시절 나에게는 마법의 램프처럼 신기했고, 주머니난로를 가진 친구들이 부러웠다.



♣ ♣ ♣



혼자서 멍하니 생각을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나니 추운 날씨에 학교에 있을 아이에 대해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요즘은 가볍고 따뜻한 패딩 같은 옷이 있는 데다 교실엔 히터가 있어서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니 다소간 마음이 놓였다.



그러고 보니 지금도 그렇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정말 추위를 많이 탔다.


그래서 겨울날 아침 학교에 가는 일은 말 그대로 고역이었다. 게다가 70년대 겨울 아이들이 입는 ‘토파’는 패딩과 달리 꽤 무거웠다. 더욱이 눈이라도 맞으면 습기가 배어서 마치 이불을 입고 다니는 듯 온몸에서 진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학교까지 무거운 옷을 입고 추운 겨울의 아침을 뚫고 교실에 도착해도 추위를 피할 수는 없었는데, 교실 한가운데를 난로가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을 때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지금처럼 연료가 충분하지 않았던 70년대 교실에 있는 난로를 피우기 위해서는 일정 온도 밑으로 수은주가 내려가야 했다. 게다가 난로를 피게 되는 경우에도 조회가 끝나면 당번을 맡은 아이들이 창고에 가서 양동이에 조개탄을 받아와야 했다.


아이들의 수고는 조개탄을 받아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수업시간 중이라도 신문지에 불을 피우고 조개탄에 불을 붙이는 모든 작업이 그 시절엔 모두 아이들의 몫이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겨울철 난로를 떼는 날의 점심시간에 대한 생각났다.


국가에서 급식을 제공하는 지금과 달리 아이들이 많았던 당시에는 각자가 도시락을 들고 다녀야 했다.


양은이나 함석으로 만들어진 도시락 통에 든 음식은 평소에는 식어서 덜덜 떨면서 먹어야 했지만 난로를 떼는 날은 달랐다. 점식시간이 다가올 무렵이면 난로 위에는 주전자가 놓이고, 주위로는 하나둘씩 도시락이 쌓여간다. 그러다 보면 4교시 끝날 무렵이면 밥이 눌어붙어 누룽지가 만들어지는 냄새가 나기도 하고 밥에다 김치를 섞은 친구들 때문에 김치찌개 냄새가 식욕을 돋게 만들면 아이들은 수업보다는 냄새에 정신이 팔린다.


더구나 가끔 누군가 라면이라도 가져오면 선생님에게 허락받고 주전자에 라면을 넣고 끓이게 되는데, 그런 날은 마치 점심시간이 축제가 되면서도 난장판이 되는 날이다.


아이들은 라면가닥을 조금이라도 가져가려고 몸싸움을 벌이고, 그게 아니면 라면 국물이라도 얻기 위해서 온몸을 날리는 바람에 바닥은 라면국물로 범벅되기 일쑤였다.



아이들의 영양이나 위생을 위해 학교에서 급식을 제공하는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그 시절 티격태격했던 점심시간이 가끔 그리워질 때가 있다.


분명 모든 것이 발전해나가고 있는데, 과거의 추억에 대한 그리움이 생기는 것이 나이를 먹는 탓이라 생각하니 뭔지 모르지만 아쉬움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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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 모르겠다, 오늘 저녁엔 아이와 라면국물에 밥이나 말아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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