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 후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같은 사무실 동료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언제부터 그렇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어요?”
사실 그다지 의식하고 있지 않았던 터라 모르겠다는 대답을 하자, 직원은 자신의 생각을 이어갔다.
콧노래를 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같은 노래를 반복적으로 흥얼거리는 데, 나의 경우 흥얼거리는 노래가 반복된 적이 없고 그때마다 바뀌는 것이 신기했다는 것이다.
덧붙여 대체로 콧노래는 몸을 사용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나처럼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이 그렇게 흔치 않은 것 같다는 말을 했다.
“하긴, 말마따나 진짜 그런 것 같네~”
동료의 말에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맞장구를 치는 나에게는 아스라했던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 ♣ ♣
내가 처음 신입사원이 되었던 90년대의 대기업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졸업시즌이면 많은 사람을 채용했을 뿐 아니라 신입사원을 위한 교육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어떤 회사의 경우에는 1년이 넘어가기도 했다.
내가 들어간 회사의 경우 신입사원 교육은 세 달이었는데, 가장 처음 한 달은 회사 연수원에서 함께 숙식하며 기본 소양교육을 받았고, 한 달은 창원에 있는 공장에서의 실습을 나머지 한 달은 서비스 및 영업사원들과 함께 할당된 지역에서 실습을 받아야 했다.
그중 가장 시간이 더디게 흘러갔던 곳이 바로 공장에서의 한 달이었다.
연수기간 동안 신입사원은 공장에서 직원들과 동일하게 하루 8시간 동안 배당된 라인에서 일을 해야 했다.
일단 작업이 시작되면 2시간가량을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시스템은 멈추지 않았고, 돌아가는 컨베이어의 속도에 맞춰하는 반복 작업은 처음엔 서툴러도 금세 손에 익어 나중에는 금세 지루해졌다.
아마 그 시절 공장에서 보낸 시간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한 달 동안 계속된 반복 작업으로 인해 지루했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작업을 하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이었다.
노동요의 효과 덕분에 무사히 공장연수를 보낼 수 있었는데, 아마 그 언제보다도 많은 노래를 부른 것이 그 한 달이었던 것 같다.
아마 그 시절이 일하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버릇의 시작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의 말처럼 노동요는 근본적으로 육체노동을 하면서 힘든 시간을 잊기 위한 사용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살아오면서 몸을 사용하기보다는 주로 머리를 사용해야 하는 일에 종사했던 내가 신입사원 시절의 한 달 때문에 계속 노래를 흥얼거릴 까닭은 없음에도 동료의 말처럼 내가 노래를 흥얼거릴 이유는 없었다.
♣ ♣ ♣
그런 나에게 노래를 부르는 습관이 생긴 것은 역시 아이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려서부터 예민해서 잠을 재우기 힘들었던 아이를 위해 나는 매일 밤 인디언기우제식의 자장가를 불러야 했는데, 문제는 아이가 노래에 관심이 많았는지 같은 노래를 몇 번 반복하면 금세 따라 불렀다.
그렇게 아이가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하면 잠이 드는 시간은 더 늦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가. 결국 나는 아이가 가사를 따라 부를 수 없도록 계속 노래를 바꾸어 불러야 했다.
자장가에서 시작한 노래는 만화주제가, 동요, 영화음악, 팝송, 샹송이나 칸쵸네를 넘어 세미클래식까지 장르를 망라하게 되었고, 처음엔 노래를 주로 했지만 점점 허밍 등 흥얼거림으로 바뀌었는데, 결국 아이를 재우기 위해 다양한 자장가를 부르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습관이 몸에 배어 버렸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