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비바(Viva), 장수만세

by 별사탕아빠

요즘 들어 나이가 들면서 몸이 무거워진다는 사실을 체감하는 일이 많아졌다.


무엇보다도 먼저 계단을 올라갈 일이 생기면 무조건 에스컬레이터부터 찾는다.


얼마 전 사무실이 있는 거리와 식당가를 이어주는 에스컬레이터가 고장이 난 적이 있었는데, 그냥 고장 난 에스컬레이터로 걸어 올라가자는 같은 사무실 동료들의 권유에도 힘들다는 말고 함께 굳이 다른 에스컬레이터를 찾아 길을 돌았다.


사무실에 돌아와 앉는데, 문득 대학시절 독일어 시간에 배웠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Meine Beine sind sehr schwer.’라는 문장과 함께 시작했던 글은 나이가 들면서 노부부가 느꼈던 세월의 무상함에 관한 것이었는데,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고 오직 나이가 들면서 다리가 예전보다 무거워졌다는 문장만 머릿속에 남았는데, 젊은 시절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내용들이 60이 눈앞으로 다가온 요즘 들어서는 이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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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우리나라의 고령인구수가 천만 명을 넘어섰으니, 곧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는 방송을 보았다.


70년대나 80년대 초반만 해도 60살만 되면 환갑잔치를 벌였는데, 그 이유는 힘든 세상에 오래도록 버티어 온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람의 수명이 늘면서 고령의 기준이 바뀌었기에 이제 60은 고령자에 끼지도 못할뿐더러 65세가 되더라도 법적으로 고령자로 인정받더라도 인구의 2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경제활동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떨치지 못하겠다.



문득 예전에 유행했던 ‘장수만세’라는 방송이 생각났다.


“할아버지~ 할머니~ 노래를 하면~♪, 아들, 손자, 며느리가 함께 불러요~~♬”라는 노래로 시작하는 그 방송의 출연자들은 환갑을 넘어선 당시의 노인들이었다.


그리고 주인공인 어르신들과 함께 이제 경제활동의 중추로 자리 잡고 경제활동의 주축이 되는 자식들, 그리고 손주들이 함께 어울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방송은 그야말로 그동안 수고했던 노인 분들을 위한 재롱잔치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나이가 40이 넘어도 미혼이 많은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20살이 갓 넘으면 결혼을 했고, 출산을 서둘렀기에 60살 정도만 되면 자식과 손(孫) 자녀를 합해 20명이 넘는 대가족을 이루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그런 시대상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 바로 장수만세라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핵가족이 대세로 차지하게 되었고, 결혼은 점점 늦어지게 되면서 장수만세와 같은 방송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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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이면 손자를 볼 나이지만 결혼이 늦어진 탓에 나이차가 50살이나 벌어진 손자뻘인 아들이 나이 든 아빠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을지 몰라 걱정이 들어 아이에게 물어볼 때가 있다.


“우리 아빠가 나이가 제일 많아~! ^___^ b ”


하지만 아이는 웃으면서 아빠의 걱정을 무색하게 만든다. 뿐 아니라 흰머리 무성한 아빠를 자랑스럽게까지 생각하는 것 같아 고맙기 그지없다.


하지만 행복하고 고마운 것과는 별개로 아이와 놀아주는 일이 이제 부쩍 힘겨워졌다.


자라면서 점점 더 발산하고 싶은 에너지의 양이 늘어난 아이와 달리 시간이 갈수록 노화되는 나로서는 이제 달려가는 아이를 쫓아가는 것조차 힘들다. 초등학교에 막 입학했던 작년까지만 해도 더 빨랐다는 생각이 들자 착잡하다는 마음마저 들었다.


하지만 아빠의 이런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매일 같이 놀자며 나에게 엉겨 붙지만 금세 체력이 소진되어 몸이 힘들어진 나의 표정은 이미 웃는 게 웃는 게 아니게 된다.


결국 나는 아내에게 도와달라며 S.O.S를 치지만 회사일로 힘들었는지 아내는 나의 구조요청을 외면한다.


결국 힘에 겨워진 나는 아내와 아이에게 애절하게 부탁한다.



“옛날 같으면 내가 장수만세에 나갈 나이라고~ ㅠ.ㅠ;;”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