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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풍 Aug 31. 2023

나무 수형잡기처럼

몸과 마음의 수형을 잡아가길

날이 흐려서인가 아침에 일어나기 싫고 몸이 무거웠지만     

필라테스를 꾸역꾸역 갔다 왔어.     

아이들 학교 보내고 헐레벌떡.     

아침에 한나가 늑장을 부리고 있는 대로 지체하다가 버스를 놓치고는 징징대며 돌아와서는 차를 태워달라고 해도     

매몰차게 내보내고 나는 내 학교인 필라테스를 갔지.     

한 시간 동안 견디어야 조금은 관절이 늘어나고 근육도 유지가 되고 힘이 붙으니     

이제는 하고 싶다 안 하고 싶다 선택할 처지는 아니지.     

그저 학교처럼 매일 다니는 거다 생각해.     

나의 학교다.     

몸학교.     

그리고는 내 몸에 집중해 보려 애를 쓴다.     

나도 모르게 삐뚤어지는 다리     

균형이 맞지 않거나 목이 빠져있거나     

허리가 굽어있거나     

내 몸은 나도 모르게 그동안 어떤 형태고 가고 있었더구나.               

이제는 나무 수형을 잡아주듯     

내 몸의 자세를 잡아주며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는 나무처럼 나이가 들어가려는 노력을 해야 할 때인 거야     

너희들이 학교를 힘들게 다니고 있듯     

엄마도 힘들게 견디며 학교를 다니고 있단다.     

그리고 생각이 들더라.     

학교를 다닐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내 몸이 아파도      

챙기지 못하고 정신없이 살아내야만 하는 시간도 살다 보면 꽤나 많았거든.     

운이 좋게도 내게는 이런 시간이 왔으니     

엄마는 이 학교를 기꺼이 다녀보려 한다.     

필라테스 수강생이 바디 프로필이란 걸 찍었더라     

멋진 포즈로 필라테스 동작을 한 사진인데     

나도 일 년마다 한번     

아니 단 한 번이라도 저런 사진을 찍어볼까 생각해 보았다.     

인생에서 한 번쯤은 꽤나 괜찮은 일인 거 같고     

필라테스 학교를 견디는 작은 원동력이 되려나 싶기도 하고.     

우선은 마음속에 생각만 해 두었다.     

1년 뒤에 내 몸을 기대하며 아침이면 무거운 몸을 필라테스에 가서 달래고 어르며     

수형을 잡아주기로 해본다.               

어제 대화에 대한 글을 읽었어.     

대화란 서로의 마음이 통하며 전달되고 그로 인해 다시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되는 과정인데     

독백 같은 대화는 대화가 아니며 듣는 이를 지치게 한다는     

별이에 대해서 내가 많이 느꼈던 부분이기도 해.     

그런데 아빠나 너희들이 엄마에게 대화가 안 된다고 했던 걸 떠올리게 되더라.     

난 받아들이거나 경청할 생각은 없고 독백을 했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더라.     

깊이 있게 듣고 마음을 다해 집중해주지 못한 거 같다는     

어쩌면 엄마는 엄마 자신에게도 내 마음을 깊이 있게 듣고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 같다.     

이제 나의 마음을 깊이 있게 듣고 마음을 다해 집중하기로 하니     

새롭게 깨닫게 되는 것이 많더라               

너희들에게도 이제는 조금은 그렇게 해보리라 생각한다.     

엄마와 대화하면 답답하고 힘들었던 때도 많았지?     

엄마도 엄마의 삶을 감당하지 못하고 견디고 있었던 때인지도 몰라.     

미안하구나.     

너희들이 성장하듯 엄마도 매 시간 매 해 너희와 함께 성장하고 있단다.               

오늘은 내 몸에 대해 조금 더 집중하려고     

내 마음에 대해 조금 더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내일과 모레는 그리고 앞으로는      

내가 사랑하는 가장 소중한 너희들과 너희 아빠에게도 조금은 더 진심으로 집중해 보려고 노력하려 해.               

오늘 하루도      

너 자신을 소중하게     

집중하며     

몸과 마음의 수형을 잘 잡아가보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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