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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풍 Sep 01. 2023

원없이 살기

나는 무얼 원하지?

엄마의 대학생활 3분기가 시작되었어.     

엄마가 원 없이 살아보기로 하고

목록을 여러 번 적어보니

꼭 끼어있는 게 ‘대학생활 다시 하기’

대학 생활에 대한 후회도 아쉬움도 미련도 많아서겠지.     

내 맘대로 수강신청을 하는데 일정 짜기가 쉽지 않았지.

하고 싶은 게 많고 시간이 마구 겹치고 그래도 1순위로 넣은 건 글쓰기 수업.

제목은 ‘나를 돌보는 글쓰기’     


올 일 년은 나를 돌보리라

몸 돌보기

마음 돌보기     

몸은 운동으로 돌보고

마음은 글쓰기로 돌보고     


혼자서는 쉽지 않으니 생활의 체계와 규칙을 만들어 시간표대로 살기로 했지

평생을 시간표대로 살아온 나로서는 그게 편하고

시간표 사이사이 자유를 누리는 재미가

하루종일 시간표 없이 자유로운 것보다 맛이 훨씬 더 강하다고 느끼거든.     


어제 한 가지 깨달았단다.

마음을 다해 원하고 그 마음을 향해 내가 늘 있으면 세상은 나에게 답해준다는 걸.

아무런 정보 없이 글쓰기 강좌를 찾아놓고 이제나 저제나 맞는 시간이 언제인가 기다려서인가 첫 강의에서 내게 딱 맞는 강좌라는 확신이 들었어.     

강사의 단단함과 많은 경험들 그리고 강의에 최선을 다하고 열린 마음


엄마는 첫 강의에

설렘을 오랜만에 느꼈단다.

게다가 그분은 엄마의 인생책이자 실천 중인 아티스트 웨이를 중심으로 강의를 기획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지.

내가 여러 자극을 받고 아티스트 웨이를 지속하고자 선택한 강의였는데 말이야.     

왜 나는 대학시절 강의에서 한 번도 이런 설렘을 느껴보지 못했을까?

그 젊고 시간이 자유로웠던 날

나이 50에도 느끼는 이 설렘을 왜 못 느꼈을까?

배움에서 느끼는 설렘

만남에서 느끼는 설렘

새로운 세상을 스스로 열고 있다는 설렘

내가 찾는 설렘은 그런 거였던 거 같은데...   

  

생각해 보니 난 대학 시절에 내가 뭘 원하는지 잘 몰랐고

간절하게 원하는 게 없었던 것도 같아.

시작은 체력이 부족하고 성적이 부족해서 부모님이 원하는 성적에 맞는 대학을 감으로써 발생한 일일 수도 있어. 하지만 대학 가서도 시간은 많았는데 거기서도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으려고 못했던 거 같아. 핑계는 있었지. 시국이 어수선했고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할 것을 우선시하는 분위기의 대학생활이었으니까.     


만일 내가 조금 더 젊을 때 나의 설렘을 찾고

그에 맞는 경험을 찾고 경험하고 쌓아왔다면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지금의 삶에 엄마는 만족한단다.

꾸역꾸역 참으며 살아온 날들이 무척이나 많았지만

그래서 지금의 경제적 편안함과 가정적 안정감 그리고 시간적 자유가 주어진 50대를 살 수 있으니 말이야.     

그래도 나의 20대로 돌아간다면 나는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맹렬히 찾고 그곳을 향하고 있을 거다. 그 방향을 보고 있으면 결국 세상은 내게 답을 주고 또 나는 기어코 찾았을 거라 생각하니까.     

너는 꼭 그리 살거라.

원. . 이.     


엄마의 인생 후반은 꼭 원 없이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 지금은 무작정 지속하기로 했어.

강사님이 그러더라.

제일 무서운 사람은 무작정 가는 사람이라고

제일 견디기 힘든 게 내 엉터리를 받아들이는 거라고

결국 삶을 바꾸기 위해 글을 쓰는 거라고   

  

내가 원하는 게 삶을 바꾸는 거였던 거야.

해야 할 일을 하는 삶에서 하고 싶은 걸 원 없이 하는 삶으로 말이야

아마도 그건 마음껏 배우고 마음껏 표현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 살다가 어느 날 생이 다해서 떠난다면

너희들은 슬퍼 하기보다

나를 추억하고

행복했던 시간을 기억해주기만 하면 좋을 거 같다     

너를 낳고 내가 가장 큰 선물을 받게 된다면

그건 네가 원 없이 네가 하고픈 일들을 하며 살아가는 걸 보는 게 아닐까 싶다.  

   

무조건 오늘을 가는 사람

무조건 하는 사람

엉터리를 마주하는 용기 있는 사람

이 되어

너도 나도

원 없이 살아가기를 오늘도 엄마는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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