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 딸에게 엄마가
찰나
처음 모든 게 두려웠던 날
한숨조차 힘겨웠던 날
이젠 아득히 떠나버린
그날들 날들이여
조금 세상에 익숙해지고
문득 뒤돌아 생각해 보면
두 번 다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날들이여
빛나는 순간
희미한 순간
그 모든 찰나들이
나의 삶을 가득히 수놓았음을
사랑과 이별은
늘 함께 있었으며
쥐려 할수록
새어나가던 욕심도
희미해라
빛나던 순간
희미한 순간
그 모든 찰나들이
나의 삶을 가득히 수놓았음을
지금 이 순간도
나의 빛나는 찰나여
이미 지나버린 찰나여
나의 영원한 찰나여
지금 빛나는 순간이여
-최백호'찰나' 중에서-
오늘은 겨울을 난 할아버지의 블루베리 하우스에 물주기를 하고
창고에서 어제 꺼내서 닦아놓은 자전거에 바람을 넣어 타고
필라테스에 두 번째로 갔단다
뱃속 근육이 어찌나 당기던지 오늘 어찌 견디나 걱정이었는데
다하고 나오는 길이 산뜻하고 시원해서
공원으로 자전거를 조금 더 타고 가서 벤취에 앉아서 커피를 혼자 마시고
몇가지 스트레칭을 하고 돌아왔어
점심을 준비하며
좋아하는 라디오프로 ebs ‘북카페’ 첫곡이 바로 이곡 ‘찰나’ 였지.
다시 찾아 듣고 가사도 곱씹어 들으면서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 아빠 생각 그리고 내 삶이 스쳐지나가. 가슴을 울리고 눈시울도 뜨거워지는 무엇.
엄마가 갱년기임은 분명한듯하다
삶에서 이루고 싶은 것 누리고 싶은 것 찾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유난히 많이 생각하고 있고
삶의 끝을 유난히 보려 하고 준비하려 하고 있으니
성인이 되려는 길목에 사춘기가 있어 나에 대해 생각하고 방황하는 시기가 있다면
분명 갱년기는 인생의 숙제를 많이 한 시기에
몸이 쇠약해지며 생각이 깊어지는 시기에
다시 나에 대해 생각하고 삶을 되돌아보며 다시 설계하는 시기인듯하다.
아빠는 마당과 나무를 조금씩 정리하고
엄마는 집을 조금씩 정리하고
풍성하게 늘리기보다는
정리하고 줄이며
간소하게 단순하게 살고 싶구나
몸의 에너지에 맞게
필라테스 동작을 열 번씩 반복하는데
팔과 다리가 끝없이 자잘하게 떨리고 멈추지 않더구나
약해진 나의 에너지를
조금 더 버티기 위해 등줄기에 땀을 흘리며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등을 펴기 위해 배에 힘을 주고
힘에 겨웠다.
그래도 하루하루 견디기로 했어
하루가 쌓여서
아픈 배가 쌓여서
좋은 에너지로 내게 돌아오고
근력으로 쌓이고
나의 삶의 힘이 되주리라 믿기에
어떻게든 내 몸을 느끼고 힘을 주어 곧게 펴보려 한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도 들으며
바람도 햇볕도 맞으며 누리며
나는 이 시간을 견뎌보려 즐겨보려 한다.
지금 이 순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내 딸 솔아
이제 며칠 있으면 니가 진짜 성인이 되는 날이네
스무살
너의 빛나는 스무살
지금 이 순간 아무도 모르더라도
반짝반짝 세상에서 빛나진 않더라도
니 안에 엄청난 밝은 빛이 있어
니 안에선 엄청난 움직임이 있어
니 인생의 수많은 빛나는 찰나를 선물하리란 걸 나는 알고 있단다.
하루가 쌓여
이 순간이 쌓여
너의 삶의 큰 에너지가 될거야.
봄의 에너지를 간간이 봄바람과 봄햇볕 속에 느끼며
힘든 공부지만 몰입의 행복을 잠시라도 느끼며
지금 이순간
너만의 아름다운 찰나를 만들어가길 빌어본다.
언젠가 분명히 너는 돌아보게 될거야
너의 빛나는 찰나였던 스무살을
-2023.3.6. 언제나 너를 지지하고 사랑하는 인생의 동반자 엄마가-
문득 뒤돌아 생각해 보면
두 번 다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날들이여
빛나는 순간
희미한 순간
그 모든 찰나들이
나의 삶을 가득히 수놓았음을
그 모든 찰나들이
나의 삶을 가득히 수놓았음을
지금 이 순간도
나의 빛나는 찰나여
이미 지나버린 찰나여
나의 영원한 찰나여
지금 빛나는 순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