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읽어주는 남자: 도쿄 트라이브

소노시온의 놀라운 에너지가 폭발한다

by 조현서

내가 소노시온 감독님을 처음 접한 것은 작년에 열린 제 19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였다. 그 때 <리얼 술래잡기>와 <러브 & 피스> 라는 두 신작을 선보이러 왔었다. 그 해 부천판타스틱영화제는 소노 시온이 살렸다고 할 정도로 감독님의 작품이 많이 왔고, 관련된 프로그램도 다양했다. 여러 작품에 GV가 있었고, 소노 시온 감독님 마스터클래스도 있었다. 이 때 내가 처음 접한 소노 시온 감독님의 작품은 <리얼 술래잡기>였다.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영화가 내뿜는 넘치는 에너지에 압도되는 경험은 정말 오랜만이 였기 때문이다. 그 때 소노 시온 감독님의 <리얼 술래잡기>, <노리코의 식탁>, <자살 클럽>, <지옥이 뭐가 나빠>, <러브 앤 피스>를 봤는데, 그 영화들은 지금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인상깊은 영화이다. 특히 영화 내에 녹아있는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과 표현법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소노 시온 감독님의 <리얼 술래잡기>, 내가 처음으로 접한 소노 시온 감독님의 영화이다.

그 중에서 최근 작품 중 하나인 <도쿄 트라이브>는 소노 시온 감독님 영화 중 가장 잘 만든 영화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소노 시온 감독 작품 중 가장 매력있는 영화 중 하나로 자신 있게 꼽을 수 있다. 힙합 뮤지컬 영화로서의 쾌감은 물론이거니와 소노 시온 감독의 특유의 에너지가 잘 살아 있기 때문이다.


도쿄 트라이브.jpg 소노 시온 감독님의 힙합 뮤지컬 영화 <도쿄 트라이브>, 힙합 음악의 쾌감과 소노 시온이 내뿜는 특유의 에너지가 잘 어우러진다.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은 바로 오프닝 씬에 있다. 가장 큰 쾌감을 주는 부분이 바로 오프닝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이 영화에서의 오프닝은 정말 엄청나다. 오프닝 신에서 신참 여자 경찰이 한 동네를 장악하고 있는 갱단(일본이니 야쿠자라고 말하는 게 조금 나을 것 같다.)에게 지금 하는 짓을 멈추라고 말 하는데, 그 경찰을 갱단의 우두머리가 능욕하면서 도쿄에 존재하는 트라이브를 설명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각자의 트라이브가 나와서 랩을 하는 장면과 그 남자가 여자한테 칼로 위협하며 설명하는 장면, 그리고 여자가 성욕을 느끼는 듯 고통스러운 듯 하는 변태적인 표정이 상당히 묘하게 시너지를 일으킨다. 이 장면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바로 설명을 하는 장면에서 가장 큰 영화적 쾌감이 있다는 것이다. 영화의 설정을 설명하는 장면은 보통 지루한 경우가 많다.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러한 위험을 아주 영리하게 극복했다. 오히려, 그 장면을 영화의 백미로 만들었다는 것은 소노 시온의 훌륭한 연출력을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다.


오히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약간 영화가 약간 정체되고 빠르게 치고나가는 에너지가 약간 상실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앞 부분의 재치있는 표현들이 스토리 전개라는 큰 산을 만났다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를 소노 시온 특유의 영화적 스타일로 멋지게 극복한다. 인물들의 오버스러운 연기와 신선한 설정이 바로 그것이다. 이 영화에서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연기를 하지 않는다. 쇼 역을 맡은 소메타니 쇼타는 사건의 전개와 관련없이 항상 똑같은 표정으로 관객들에게 설명을 한다. 싸울 때, 위기를 겪을 때 다 똑같다. 붓파 역을 맡은 타케우치 리키는 계속해서 현실에는 없을 것 같지만 우리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아주 부담스러운 저음을 가진 야쿠자처럼 시종일관 오버에서 연기한다. 이런 사실적 연기에 기반한 대부분의 영화와 다른 소노 시온 감독의 작품에서의 연기는 영화 내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부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또한 소노 시온 영화에 자주 등장한 소설적인 잔인함, 즉 문학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피칠갑 혹은 성적인 유희는 <도쿄 트라이브>를 재치있게 만들어주는 또다른 요소이다. 영화 내에서 붓파 역을 맡은 타케우치 리키가 끊임없이 여자를 갈구하지만 결국 성욕을 해결하는 것이 자위인 점이나, 붓파가 섬기는 옥황상제 같은 인물이 악마를 섬기기 위해서 자신의 친 딸을 죽여야 하는데 그것에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점은 같은 지점에서 흥미로운 지점이다. 흔히 볼 수 없는 설정으로 단순한 스토리를 신선한 설정과 연출로 극복한 점은 역시나 좋은 감독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도쿄 트라이브2.jpg <도쿄 트라이브> 내 선역. 다만 캐릭터의 활용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아쉬운 지점을 이야기해보자면 바로 위 사진에 나오는 캐릭터가 모두 다 균일하게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도둑들>이나 최근에 나온 <빅쇼트>, <헤이트풀8> 같은 영화는 다양한 여러명의 등장인물이 있지만 각자의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중요도가 한 주인공으로 크게 치우치치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여러 트라이브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결국 두 트라이브 사이의 갈등이 이 영화의 주요 부분이기 때문에 뒤로 가면 갈 수록 다른 트라이브에 존재하는 여러 등장인물은 단순히 기능적으로 소모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오프닝때 등장하는 대다수의 캐릭터들이 거의 모두 다 뇌리에 박힌다. 그렇지만 캐릭터를 100% 다 잘 활용한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충분히 감독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소노 시온 감독이 어떻게 단순한 이야기를 이렇게 재기발랄하고 신선하게 만들어가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어떻게 힙합과 피칠갑, 그리고 성적 유희를 종합했는지를 생각하면서 봐도 대단한 영화이다. 무엇보다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오프닝 시퀸스를 보는 와중에 당신은 이미 이 영화의 팬이 되어있을 것이다. 나처럼 말이다.



2016.01.28

"어쩌다 보게 된 첫 번째 영화" 도쿄 트라이브

작가가 되고 싶은 조현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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