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설>, 너무나 귀한 익숙함 속 새로움.

새로움이란 본질적으로 무엇일 까에 대한 답일 수 있다. <청설>은.

by 조현서

<청설>은 전형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은 동시에 흔하지 않은 매력을 갖춘 영화이다. 가장 눈에 두드러지는 특징은 남자 주인공의 성격과 태도이다. <청설>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이자, 누군가에게는 과잉으로 다가오는 특징이기도 한 남자 주인공은 순수한 밝음으로 가득 찬 인물이다. 세상 속을 한 점 어두움 없이 살아가는 것만 같은 이 인물은 스크린을 활기차게 누비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로 관객을 물들인다. 시종일관 스크린을 몰아치는 긍정적인 밝은 에너지는 종종 과잉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신기한 점은 과잉으로 점철된 이 캐릭터가 여타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게 꽤나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청설>의 남자 주인공이 지나치게 밝은 과잉을 한 껏 머금고 있지만 부담스러움이 여타 다른 영화의 지나치게 밝은 캐릭터보다 덜 한 이유는 남자 주인공이 사고하는 방식이 철저하게 내부로 귀인 시키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 하고 사소한 이유로 다투고 난 뒤, 남자 주인공은 철저하게 자신의 잘못을 반성한다. 흔히 남자들의 대표적인 찌질함인, 자신의 잘못을 과소평가하고, 여자 친구의 행동이 과도했다는 방식의 자기 합리화를 전혀 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표현하고, 그 표현이 상처를 줬다면 그것에 대해 어떻게 사과하고 더 진실되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러한 순수한 모습이 과도한 밝음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

이러한 매력적인 캐릭터보다도 더 영리한 부문은 <청설>의 서사 흐름이다. 초-중반부 전형적인 로맨스 서사의 흐름을 띄는 <청설>은, 여자 주인공의 언니가 화재사고를 당한 이후 약간 궤를 달리한다. 남자 주인공은 서사 끝까지 여자 주인공의 언니의 사고 사실에 대해 알지 못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 사이에 언니의 사고 사실이 관계의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 즉, 흔하게 볼 수 있는 로맨스 서사인, 여자 주인공이 언니의 사고 때문에 상심하고, 그걸 알게 된 남자 주인공의 위로로 서로 더 가까워지는 이야기를 지양하는 결과를 낳는다. 위에 설명한 로맨스 서사는 지나치게 전형적이라는 것 외에 치명적인 결점이 있는데, 바로 사고의 피해자인 언니-여자 주인공 관계가 단순히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사랑을 위해서 기능적으로 활용되는 것 이상의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남자 주인공을 여자 주인공-언니와의 관계에서 배제함으로써 언니와 여자 주인공과의 관계를 더 심층적으로 묘사한다. 단순히 여자 주인공-언니의 관계를 남자 주인공-여자 주인공에 종속적인 관계를 넘어 오롯이 메인 플롯으로 기능하면서, 영화 전반에 새로운 흐름을 부여한다.

<청설>은 자칫 큰 결점이자 한계로 작용할 수 있는 남자 주인공의 과도한 밝은 캐릭터 설정을, 영리한 서사 구조를 통해서 유연하게 돌파한다. 전형적인 대만 로맨스 영화의 틀을 아주 간단한 서사 구조 변주를 통해 벗어난다. 새로움이라는 것은 이질적인 요소를 투입하는 것보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무언가를 아주 조금 바꾸는 것에 본질적으로 더 가까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청설>은 아주 귀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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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브런치 무비패스로 관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