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참혹하다. 단순히 사람의 목, 팔, 몸이 찢기고 뚫리는 것을 넘어 사람의 뇌 속을 헤집어 놓는다. 합법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상황 속에서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죽어나가는 모습을 견디기는 쉽지 않다. 전쟁을 겪은 자들의 지옥은 종전되어도 끝나지 않는다. 끝이 곧 시작이다. 학대받은 뇌는 그 전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다. <저니스 엔드>는 1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참호전을 통해서, 전쟁의 본질을 미화하지 않고 그 실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능력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중대장이 계속되는 전쟁의 압박감과 상부의 무관심을 참다가, 모두를 잘 이해하는 따듯한 부관의 죽음과 초임 소위로 합류한 전 여자 친구의 동생이 죽으면서 완전히 미쳐가는 과정을 <저니스 엔드>는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이해할 수 없는 전술과 상부의 명령 아래 극한의 상황 속 점점 증폭되는 공포를 급하지 않게 선사한다. 처음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마지막의 처절할 정도로 무너지는 주인공의 모습이 전혀 이질감이 없이 느껴진다.
<저니스 엔드>의 가장 큰 장점은 참호전이라는 소규모 전투를 통해서 전쟁이 무의미하다는 걸 굉장히 능숙하게 설득한다는 점이다. 전쟁에 대한 낭만과 책임감을 지닌 채 작전에 합류하는 신참과 계속되는 전쟁의 압박에 미쳐가는 중대장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대비하는 구조를 취한다. 이 구조를 통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전쟁이라는 이유 만으로 강요하는 모순 속에서 사람들이 미쳐가는 과정을 전쟁에 대한 과장 혹은 낭만적인 해석 없이 담백하지만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중대장의 심리를 굉장히 밀도 있게 묘사하는 것을 통해 다른 요소 없이도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심지어 총소리가 난무하지도 않고 적군의 모습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저니스 엔드>가 얼마나 분위기를 잘 직조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계속되는 포격 이후 폐허가 된 참호를 비추는 엔딩은 전쟁의 모순적인 참혹성과 무의미함을 아주 잘 시사한다. 폐허가 된 참호 옆으로 나오는 내레이션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 참호를 지켰으며, 더 나아가 전쟁의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저니스 엔드>는 전쟁 영화에서 필수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요소가 배제된 채에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은 채 시사하는 점까지 유려하게 전달하는 영리한 영화이다.
2018.11.20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브런치 무비패스로 관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