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 살아남기 #12, 스톡홀름 여행기 #1
예테보리에 처음 도착했을 때, 오랜만에 ‘고요함’이 내 몸을 휘감았다. 자동차의 경적 소리와 사람들의 목소리를 한 공간에 넣을 수 없을 정도로 꾸겨 넣은 서울과 달리 예테보리는 고요함의 도시다. 거리에 사람들은 있지만 지나가다 앞에서 오는 사람의 어깨를 쳐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갈 정도로 북적이지 않고 트램과 자동차는 교통 정체가 일어나려면 한참 더 많은 숫자가 필요하다. 출근 시간 때 서울 지옥 버스와 지옥철의 모습을 예테보리의 트램에서는 어느 시간에도 찾아볼 수 없다. 과포화 상태라면 어떤 것이라도 북적거린다. 소금물에 소금이 미처 다 녹지 못하고 침전하는 것처럼, 사람과 자동차, 혹은 어떤 것이라도 과하면 완벽히 공간에 녹아들지 않는다. 완벽히 녹아들지 못하면 시끄럽다. 완벽하게 녹지 못한 침전물, 이방인, 혹은 부적응자가 많아지고 목소리가 커지기 마련이다. 서울은 세계의 그 어느 도시 보다도 과포화 도시이다.
예테보리는 서울과 정반대이다. 소금을 몇 스푼 더 녹일 수 있는 도시다. 무언가가 포화 상태에 이르지 않았을 때는 고요하다. 한정된 숫자가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도시에 시끄러움을 주입하기에는 힘에 부친다. 최대치의 몸부림이더라도 더 거대한 고요함이 이를 상쇄시킨다. 과포화와 비포화 중 무엇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여유롭게 살기는 비포화 도시가 낫고 쾌락이 가득한 삶에는 과포화 도시가 조금 더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과포화는 곧 생존과 적응의 문제로 이어지고, 생존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그에 상응하는 유흥거리가 존재한다. 서울 강남, 이태원, 홍대에 술집과 클럽, 라이브 카페가 바둑판처럼 빼곡한 모습을 보라. 비포화는 과포화 상태보다 수요가 적다는 것이고, 이에 비례해서 유흥거리도 적은 법이다.
스톡홀름은 예테보리와 서울의 중간 지점이다. 적당히 어수선하고 적당히 고요하다. 어느 공간은 꽤 술집이 밀집해 있지만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고요한 공기가 내려앉은 거대한 공원이 있다. 한쪽에서는 쇼핑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꽤 많이 모여있지만,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고요한 주택가에서는 두 명의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즐겁게 논다. 오후 9시면 닫는 술집이 수두룩하지만, 새벽 1시까지 여는 박물관이 있다. 과포화와 비포화가 적절하게 섞여 자신만의 포화 상태를 자랑하는 스톡홀름을 2월 15일부터 18일까지 다녀왔다. 오랜만에 생활이 아닌 여행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