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 살아남기 #13 스톡홀름 여행기 #2
스톡홀름의 뜻은 나무의 섬이다. 스톡이 ‘나무’, 홀름이 ‘섬’을 뜻한다. 하지만 스톡홀름을 나무의 섬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 내가 나흘 동안 본 스톡홀름은 나무의 섬과는 꽤 거리가 있었다. 서울에 4일 있었다고 서울 현대사의 본질을 가장 잘 잉태한 공간이 을지로라는 걸 알 수 없듯이, 스톡홀름을 4일 만에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 실제로 본질이 나무에 있을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내가 본 스톡홀름의 본질은 나무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스톡홀름의 감라스탄은 관광객들이 가장 북적이는 공간이다. 형형색색의 건물은 여행객들의 눈과 뇌를 만족시키기 충분하다. 북유럽의 베네치아라고 일컬어지는 스톡홀름의 별명에 걸맞은 색이다. 이탈리아의 부라노 섬의 건물처럼, 단색의 건물이 이어지는 거리는 사진 찍기 참 좋다. 형형색색의 선명한 건물에 관련된 지식을 알면 알수록 재미있지만 건축물과 경치만으로도 여행자의 분위기에 취하기는 충분했다.
감라스탄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다. 사람이 사지 않은 공간이 어디 있겠느냐만, 명동 거리에 사람이 거주하는 게 아니듯이 주목적이 거주가 아닌 경우는 많다. 강남 술집거리에 사람이 사는 것처럼 보여도 술집거리가 아닌 술독에 사는 것처럼, 하지만 감라스탄은 주목적이 관광이 아니라 거주이다. 명동 거리와 달리 감라스탄에는 사람이 산다. 관광객들이 즐비한 거리에서 한 발짝만 더 골목으로 들어가면 관광객들이 즐비한 곳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적막함이 반갑다는 듯 찾아온다. 적막하게 내려앉은 공기 속에서 다양한 색의 건축물을 응시할 때는 사진 셔터를 쉴 새 없이 누르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볼 때와 전혀 다르다. 차갑게 내려앉은 조용한 공기 속에서는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오십 년이 넘는, 혹은 백 년이 넘는 시간을 온몸으로 버텨온 이 구조물을 단순히 예쁜 색깔로만 봐도 되는 걸까? 핏빛 역사를 견뎌낸 이 건축물들은 관광객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상념에 빠진 채 골목을 걷다 보니 어느새 관광객이 가득 찬 거리였다.
과포화와 비포화의 오묘한 조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