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지 않는 건 너무 쉬워

스웨덴에서 살아남기 #11

by 조현서

스웨덴에 올 때 결심한 게 몇 가지 있는데, 가장 큰 목표는 할 일을 최소화한 후 글을 쓰는 데 최대한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었다. 여행이나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교환학생이라면 보통 하는 활동보다도 나에게는 글 쓰기가 더 중요했다. 나는 해외에서 생활하기에 한국에서 확보하지 못한 시간을 온전히 나에게 쓰는 기간을 위한 생활을 위해 교환학생을 신청했다. 한국에서 학교 수업, 과제, 발표 준비, 동호회 활동, 그리고 교환학생 준비까지, 나에게 집중할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 부족한 시간만 나에게 주어진다면, 나는 글을 쓰는 데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객관적으로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기에, '내가 시간이 많아도 글을 쓸까?'라는 손쉬운 의심도 지나치게 순수한 내 뇌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동호회에서 뮤지컬을 올리고, 주변 지인들을 만나고, 가족들하고 밥을 먹으니 어느새 나는 캐리어를 스웨덴으로 부치고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스웨덴에 온 지 어연 한 달이 넘게 지났다. 헬스장에 왔다 갔다 하고 마트에서 장을 몇 번 보니 어느새 이월이 끝났다. 애써 장 봐서 꽉 차 있던 냉장고는 어느새 비어있었다. 스웨덴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스스로 확신에 차있었다. 전역 한 다음날처럼, 스웨덴에서라면 마음먹은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환경이 바뀌면 사람의 행동도 쉽게 바뀔 것이라는 안일한 마음가짐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꽤나 냉혹해서, 전역하더라도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고, 사람도 전역한다고 크게 마음가짐이 바뀌지 않는다. 그 순간 바뀔 것이라고 착각할 뿐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전역하고 마음가짐을 단단히 먹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교환학생 갈 때 착각했을 뿐이다. 스웨덴에서 나는, 오에 겐자부로나 스티븐 킹의 삶처럼, 한 번쯤 하루에 7시간 이상씩 글쓰기에 투자하고 싶었다. 하루에 6시간 넘게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만화를 완성할 수 없다고 말한 주호민 작가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에게 하루에 7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도 실력을 쌓아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가짐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만큼 아름답지 않고 삶은 언제나 쉽지 않다. 일곱 시간이 내게 주어져도, 내가 그중 글쓰기에 투자하는 시간은 채 반도 되지 않았다. 환경은 변했지만 나의 둔함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시간을 더 많이 쓰고 있다. 지금 노트북 앞, 다시금 이 글을 쓰면서 마음을 다잡지만, 과연 내가 바뀔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