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 살아남기 #18, 오로라 보기 프로젝트 #2
무언가를 24시간 연속으로 하는 건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힘들다. 게임을 쉬지 않고 24시간 연속으로 하면 어느 순간 눈이 빨개지고 머리를 창으로 찌르는 것 같다. 책을 쉬지 않고 24시간 읽으면 한 3시간 지날 즈음 눈꺼풀이 서서히 눈을 덮는다.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도 24시간 연속으로 들으면 무서운 환청처럼 들린다. 영화를 아무리 좋아하는 나도 24시간 연속으로 쉬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없다. 쉬는 시간까지 있는 영화제 심야상영 3편 볼 때도 몇 차례의 졸음 위기가 찾아오는데, 24시간이라면 굴복할 수밖에 없다.
Lapland 투어의 첫날은 24시간 버스였다. 예테보리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kiruna 지역까지 도달하는 데 버스로 24시간 가까이 걸린다. 네 시간에 한 번씩 도시 근처 역, 대형마트,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정차했지만 사실상 쉬는 게 아니었다. 이 층 버스에 사십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모두 나와 화장실만 이용해도 삼십 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화장실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바람을 좀 쐴까 싶으면 어느새 출발시간이었다. 눈곱처럼 작은 바깥에서의 휴식시간이 지나면 다시 꽉 찬 책장처럼 답답한 공기 속에서 네 시간을 버텨야 했다. 두 번째 쉬는 시간까지는 견딜만했다. 마흔 명이 넘는 사람이 타있는 이 층 버스의 공기는 텁텁하고 무거웠지만, 롱 패딩을 이불처럼 덮고 잠을 자니 불편함이 크게 없었다.
하지만 사람은 24시간 동안 잠을 잘 수 없다. 여덟 시간의 잠은 내 눈꺼풀의 무게를 먼지처럼 가볍게 만들었다. 아무리 잠을 자려고 시도해도 야속하게도 눈꺼풀은 닫히지 않았다. 눈이 감기지 않으니 텁텁하고 무거운 공기가 온몸을 짓눌렀다. 사십 명이 넘는 사람이 버스라는 좁은 공간 안에 모여있으니, 공기 내 사람 냄새의 농도가 높아졌다. 한 사람의 냄새가 아닌 사십 명이 넘는 사람들의 섞이기 시작하니, 점점 더 공기는 탁해졌다. 겨울날 체육 시간 후 환기하지 않은 교실의 두껍고 무거운 공기가 떠올랐다. 4시간을 견디고 저녁을 먹고 들어오니 바깥공기와 극명하게 다른 버스 안은 한층 더 퀴퀴하게 나를 맞이했다.
화장실이 있는 버스였지만 실상 사용을 권장하지 않았기에 버스를 운전하는 동안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걱정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퀴퀴한 공기를 24시간 동안 견뎌야 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설국열차>의 기차 안에서 매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좁은 공간 안 사람을 짓누르는 무겁고 퀴퀴한 공기 속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얼마나 하루하루를 힘겹게 견디는지 알 수 있었다. 오직 오로라만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지만 숙소에 도착해 버스를 내릴 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24시간 넘게, 혹은 매일 텁텁한 공기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이 떠올랐다. 맑은 하늘 아래 오로라를 보러 떠난 여행 첫날, 역설적이게도 무거운 공기 속 짓눌리는 사람들을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