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인 키루나

스웨덴에서 살아남기 #20, 오로라 보기 프로젝트 #4

by 조현서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 나오는 소년 엘리오는 강에서 수영을 즐긴다. 강에서 여유롭게 수영을 즐기고 선탠을 하는 모습으로 사랑이 싹트는 여유로운 일상의 즐거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를 보다 보면 장소가 주는 감성적인 분위기에 어느새 나도 취한다. 영화가 끝나고 낭만에 젖어 다시금 영화를 회상할 때, 엘리오가 강에서 수영을 하고 선탠을 하는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아무것도 개의치 않고 강으로 뛰어드는 바로 그 에너지. 그 사랑스러운 에너지가 이 영화의 서정성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단추가 아닐까. 남부 이탈리아의 따듯한 서정성이 가득 찬 세계의 감흥은 영화가 끝나고도 나에게 꽤나 길게 남았다. 내 감흥에 작은 구멍을 뚫기 시작한 건 별 의미 없는 한 가지 의문이었다. 강에서 수영을 하나? 남부 이탈리아 마을에서는 너무 자연스러웠지만 우리나라를 떠올렸을 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한강에서 수영? 너무 깊고 더럽지 않을까? 우리나라도 시골이라면 강에서 수영하는 게 흔할까?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작년에 유럽 여행을 갔을 때 오스트리아에서 Lotem이라는 친구를 만나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다음 날 뭐 하는지 묻자, 호수로 수영을 하러 간다고 말했다. 호수로 수영? 상상하기 어려웠다. 우리나라라면, 일산 호수공원으로 수영하러 간다면 페이스북 관종 취급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에서 여름에 호수에서 수영하는 건 일상적이었다. 그때 수영복이 없었기에 할 수 없었지만 내심 나는 솔직히 불안했다. 호수라면 분명히 내 키보다 더 깊을 텐데, 나보다 더 깊은 물은 솔직하게 무서웠다. 캐러비안 베이나 워터파크에서 분명 엄청 깊은 물을 경험했지만, 그때는 구명조끼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하지만 호수에는 지원군 없이 혼자 싸워야 한다.


오로라를 보러 간 키루나에 실내 수영장이 있었다. Scanbalt 패키지 여행객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서 자유 시간에 수영을 하러 갔다.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가족과 함께 온 듯 보이는 어린 친구들이 많았다. 딱 보기에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친구들이 즐겁게 수영하는 모습을 보고 깊이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물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물이 엄청 깊었다! 초등학생보다도 어려 보이는 학생들이 구명조끼 등 다른 지원군 없이 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물론 몸을 지탱할 몇 가지 도구가 있었지만 깊이가 2.5m가 넘는 수영장 풀에서 웃으면서 노는 게 믿기지 않았다. 심지어 초등학생도 되어 보이지 않는 친구는 천장 가까이 다이빙 바에서 뛰어내렸다. 다이빙은 꿈도 못 꾸는 나는 떠 있기 위해서, 숨을 쉬기 위해서는 발을 오리처럼 계속 발발거리면서 움직어야했다. 잠시라도 발을 움직이지 않으면 콧구멍 속으로 수영장 물이 계속 들이찼다.


함께 수영장을 갔던 파비안과 맥스에게 원래 수영장이 이렇게 깊은 지 물어봤다. 답은 '그렇다'였다. 보통 수영장 깊이가 이 정도 깊이라는 말을 전하며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 이해가 잘 안 간다는 표정으로 날 보면서 대답했다. 나는 오랜만에 수영장에 와서 그냥 물어봤다고 얼버무리면서 대화를 끝냈다. 분명 호수에서 수영하는 게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것보다 더 먼저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깊은 수영장에서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했으니 더 깊은 강과 호수에서도 잘 수영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인과 관계의 완벽한 전환이다.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었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두 가지 모두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전히 여름에 강과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수영장 풀 안에서 숨을 쉬려면 오리처럼 발을 움직여야 한다. 깊은 수영장 물에 익숙하지 않으면 호수로 아무 생각 없이 뛰어들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