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이 숨기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은 비현실적으로 유쾌하다. 여행의 흐름은 비정상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우연에 의존한다. 여행의 시작부터 여행에서 겪는 뭍 사건, 그리고 여행의 끝까지 비현실적이지 않은 지점을 찾기 어렵고 모든 순간을 대체로 가볍고 유쾌하게 제시한다. 공항에서 억류되어 있는 데 갑자기 잠긴 문이 열리는 장면, 비행기 화물칸에서 옷에 쓴 수기로 슈퍼스타를 감동시키는 장면, 리비아에서 해적에게 뺏긴 돈을 다시 되찾는 장면까지 현실성을 결여한 장면 등등 비현실적인 장면은 셀 수 없이 많다. 유쾌한 비현실성에 몸을 맡기면 어느새 여행 수기는 끝나 있다. 너무 짧게 느껴져서 아쉬울 정도다. 하지만 이 즐겁고 상쾌한 여행을 음미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여행의 뒷맛이 점점 불쾌하게 변모한다. 한 없이 밝은 웃음으로 가득 찬 아자타샤트루 라바쉬 파텔(다누시, 이하 파텔)의 여행의 그림자가 점점 짙게 느껴진다.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의 여행에는 차별적인 계급론과 오리엔탈리즘이 꽤나 짙게 서려있다. 파텔은 슈퍼스타 넬리 마르나이(베레니스 베조)를 만나서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 가장 원하는 것을 돈이라고 말한다. 돈이 많은 존재 넬리 마르 나이는 돈이 많이 없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유럽에 거주하는 백인 여성이다. 돈을 가장 큰 목표로 삼는 빈털터리 아시아인(인도인)과 돈이 많지 않은 과거를 그리워하는 유럽인에게 신비로운 예술가로 인식된다. 이 계급론적 인식 외에 이 둘의 관계를 특징 지을 수 있는 다른 요소는 전혀 없다.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의 계급론은 그렇기에 차별적이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없기에 부유한 백인 유럽 여성과 가난한 아시아 남성의 구조는 당연하게 여겨지고, 따라서 차별적이다.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에서 차별을 더욱 공고히 하는 요소는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오리엔탈리즘이다.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의 세계에서 백인-유럽인은 세속적인 현실에 기반해있다. 그에 반해 아시아인-유색인종 파텔은 현실적인 캐릭터와는 거리가 있다. 현실적인 백인-유럽인 마리는 아시아인-유색인종 파텔에게 매력을 느낀다. 이 구조 자체가 오리엔탈리즘에 기반해있다. 마리가 파텔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자신의 세계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움으로 제시되는데, 파텔의 캐릭터는 현실성이 결여된 신비로움으로 정의된다. 거리의 마술사라는 파텔의 직업이 이를 증명한다.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은 밝은 에너지가 가득 찬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영화이다. 하지만 여행이 끝나면 여행의 불쾌한 뒷맛이 올라온다. 그 뒷맛은 과연 이 여행의 세계가 편견에 기반해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의구심이고, 그 의구심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불쾌한 뒷맛은 더 강하게 느껴진다. 유쾌한 밝은 에너지도 더 이상 좋게 다가오지 않는다. 설령 그 의심을 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영화. 하지만 생각을 하지 않을수록 좋은 영화라는 점에서 나는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을 진심으로는 좋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2019. 06. 26
브런치 무비패스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관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