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 함이라는 삶의 자세와 이를 버티는 방법

<알랭 뒤카스 : 위대한 여정>이 선사하는 삶과 실제 내 삶의 괴리

by 조현서

모든 날을 최선을 다해서 사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사람의 자유의지로 스스로를 극한으로 모는 지독함은 몇몇 사람들만이 행할 수 있는 재능 인지도 모른다. 그 지독함의 효율성과 성과를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 내는 방식이 바로 현대사회의 일상이 아닐까 추측한다. 아홉 시부터 열두 시 반까지 오전 업무, 열두 시 반부터 한 시 반까지 점심 식사, 한 시 반까지 점심 식사, 한시 반부터 일곱 시 반까지 저녁 업무, 그리고 집 혹은 숙소로 돌아간 뒤 저녁 식사 및 휴식을 가지는 일정. 하루마다 반복되는 시간의 굴레는 조금이나마 지독한 사람의 효율성을 따라잡기 위한 대책이다. 다만 그 일정이 근래는 천재들의 지독함을 뛰어넘어서, 심지어 천재인 사람마저 학을 띠거나 천재의 재능이 발현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하기에 이르렀다. 자신만의 지독한 꽃을 피우기도 전에 아동 노동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시간과 일을 착취당했던 옛 역사가 바로 그 예시다. 대한민국의 초중고 교육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나친 경쟁 사회와 부모의 엇나간 열망이 아이의 지독함을 발현되기도 전에 불을 지피고, 아이는 그 불이 내뿜는 열기와 연기에 숨이 막혀 죽는다. 물론 그 와중에 본인의 지독함에 눈뜨는 몇 안 되는 천재도 있지만.

<알랭 뒤카스 : 위대한 여정>은 알랭 뒤카스라는 위대한 셰프이자 사업가 혹은 기획자의 일상을 담는다. 일상은 한눈팔 새 없이 바쁘다. 그의 사생활이나 개인적인 삶을 거의 담지 않는 연출이 그의 바쁜 삶을 간접적으로 부각하지만, 객관적으로 영화의 내용에 나온 그의 삶 자체가 굉장한 열정 없이는 불가능한 방식의 생활이다. 하지만 그는 짜인 일상에 구애받지 않는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오전 업무를 하고 언제 밥을 먹는지 정해져 있지 않는다. 그가 설계한 레스토랑 및 계획한 이벤트에 따라 그의 시간 활용은 달라진다. 일정은 유동적이지만 열정은 항상 불타오른다. 웬만한 지독함 아니면 불가능한 삶이다. 베르사유 궁전에서 옛 왕의 식사를 재현하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추진하고, 세계에 퍼져있는 자신의 레스토랑을 방문해서 제자 셰프의 음식을 점검하고 아낌없는 조언하고, 자신이 설립한 요리 학교를 방문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졸업한 학생들을 격려하고, 중국에 가서 자신이 쓰는 철갑상어 알의 품질을 점검한다. 1956년생의 삶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된 일정이다.

스크린 앞에 펼쳐진 그의 삶을 보면, 관객들은 적어도 한 번 찍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밖에 없다. 나는 과연 이처럼 치열하게 살고 있는가? 나는 여전히 내 삶을 추구할 정도로 충분히 지독한가? 혹은 지나치게 지독한 한국의 일상에 지쳐 하루하루 맥없이 살아가고 있지는 않았는가? 여러 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진다. 야속하게도 알랭 뒤카스는 내가 실없는 생각에 빠져있는 와중에도 계속 달리는 중이었다. 생각에 잠겨 알랭 뒤카스를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을 한 내가 너무 싫어졌다. 솔직하게 패배주의자의 역겨운 자기 위로였다. 한국 사회의 톱니바퀴가 어느 나라보다 지독하지만, 대학교 입학 후 난 아직 톱니바퀴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지독하게 뛰지 않는 이유를 사회의 지독함으로 돌리다니! 수능점수 및 대학 이름으로 자위하면서 블라인드 채용 반대하는 꼴과 무엇이 다른가. 저명한 셰프에 대한 일대기에서 내 이중성을 발견하다니, 그 어떤 음식보다도 뒷맛이 텁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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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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