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동>의 놀라운 성취와 여전한 실패에 관하여

<김복동>이 제시하는 '위안부 피해자'의 새로운 단면과 여전한 관성

by 조현서

<김복동>은 실패와 성취가 명확한 영화이다. 이전 위안부 성노예를 다룬 영화, 대표적으로 <귀향>이 저지른 실패의 일부를 그대로 답습하지만, 미처 달성하지 못한 지점을 훌륭하게 수복한다. 예를 들어, <귀향>이 단순히 위안부 피해자의 전형성을 그대로 답습하고, 오히려 이 소재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쇼트를 활용하는 반면 <김복동>은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위안부 피해자들의 새로운 단면, '인권운동가'로서의 정체성을 새로이 제시한다. 비록 '피해자'로서의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한계가 명확함에도, 새로운 지점을 꾸준히 제시하기에 영화가 전혀 전형적이지 않다. 단적으로 베를린과 오사카에서 담배를 피우는 김복동 인권운동가의 모습이다. 그동안 우리가 접했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모습은 시위나 언론에서 휠체어를 타고 입장을 표명하는 정도였지, 인권운동가로서 적극적으로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기자회견을 하고 직접 연설과 강의를 하는 모습은 전혀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다. 담배를 물고 자연스럽게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김복동 님의 모습은 영화 <김복동>을 대표할 수 있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위안부 피해자라는 정체성을 넘어선 인권운동가로서의 김복동 님을 상징한다. 즉 베를린에서의 김복동 인권운동가님이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사진 하나만으로 이 영화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라는 고정관념을 부수기 충분하다.

하지만 이러한 특별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김복동>은 몇 가지에서 기존 영화의 '지나치게 감상적'이라는 실패를 답습한다. 두 가지 지점에서 '지나치게 감상적인' 지점이 드러난다. 첫 번째로는 영화의 형식적인 부분인데, <김복동>은 BGM을 지나치게 자주 사용한다. 물론 훨씬 더 감정적으로 몰입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이성적으로 성찰하는 데는 오히려 큰 방해이다. 음악을 자주 사용하는 게 <김복동>에서는 다른 영화 혹은 다큐멘터리에 비해서 더 큰 단점인 이유는 지나친 음악의 사용이 <김복동>의 장점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그동안 '피해자'라는 측면을 넘어선 다양하고 훨씬 깊은 측면을 비추는 <김복동>이지만 유달리 '피해자'로서의 측면을 강조할 때 눈물을 자아내는 음악을 사용한다. 이러한 차원의 강조는 특별한 지점의 색을 안타깝지만 바래게 한다. 또한 영화의 내용에서는 위에서도 언급한 '위안부 성노예 피해자'로서의 정체성 강조는 이 영화의 본질적인 한계이다. 물론 '피해자'로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지점을 건드린다면 유의미하지만, <김복동>에서 김복동 님의 '위안부 성노예 피해자'라는 정체성을 설명하는 방식은 다른 영화와 다른 점이 전혀 없다. 영화는 내레이션으로 '피해자'라는 단어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것을 통해 관객의 눈시울을 자극하려고 시도하고 일견 어느 정도 성공적이지만, 과연 '김복동'이라는 인물을 설명하는 데 그만큼 설명이 필요한 요소인지 잘 모르겠다.

이러한 한계를 답습함에도 <김복동>이 굉장히 유의미한 이유는 바로 '인권운동가'로서의 놀라운 김복동 님의 성취를 현대 사회에서의 젊은 이,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끼친 영향 혹은 관계를 보여주는 데 성공하기 때문이다. 김복동 님의 연설과 해외에서의 강연 및 토론회 참석, 기자회견에서의 아베를 향한 질타가 어떻게 젊은 여성의 박근혜 정부 시절 위안부 합의 철폐 항의 시위로 이어지는 장면은 왜 김복동 님이 현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인권운동가 중 한 명인지 증명한다. 수많은 여성들이 김복동 할머니와 함께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는 장면은 현대 여성주의 운동의 시발점으로서의 평화나비 운동을 넌지시 암시한다. 단순히 과거 혹은 역사의 피해자로서 위안부 피해자를 규정짓는 것이 아닌 현대 사회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권운동가이자 수많은 여성들을 각성시키는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김복동>은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가장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라고 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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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2일

아트나인에서 브런치 무비패스로 관람했습니다.

p.s) 담배를 물고 있는 김복동 할머니의 스틸컷이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그 누구보다 카리스마 있고 멋있는 모습이었음.